[류순열의 직썰] "국가소멸 위기"…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담대한 구상

류순열 기자 / 2024-09-04 18:01:59

등잔 밑이 어둡다. 대한민국이 딱 그 꼴이다. 위기인데 위기인줄 모른다. 모르는 척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라밖 시선은 다르다. 대한민국은 대단히 위험한 나라다. 우선 긴장감 팽배한 분단국이다. 미일중러 신냉전의 최전선이다.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할 게 없는 나라다.

 

전쟁이 나지 않는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다. 합계출산율 0.7이다. 0.6명대 추락이 가시권이다남녀 둘이 만나 평생 채 한명도 낳지 않는다. 이게 더 심각한 위기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없다. 분단된 나라도, 출산율이 1 미만인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

 

일찍이 나라밖 경고음은 요란하다. 뉴욕타임스가 '한국 소멸하나'(Is South Korea Disappearing?)라는 칼럼을 낸 게 작년말이다. 흑사병 창궐한 14세기 유럽에 비유했다. 인구 감소가 그 때를 능가하는 수준이라며 '국가 소멸'을 경고했다. 노동 분야 미국 석학(조앤 윌리엄스)"한국 완전히 망했네"라고 했다.

 

정작 국내는 덤덤하다. 걱정을 할지언정 의지와 능력은 보이지 않는다. 좌우 넘나드는 책사 김종인은 "출산율 0.7이 뭔 의미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지금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작년 가을 KPI뉴스 인터뷰에서 "한 나라의 성장에 인구가 절대적"이라며 그렇게 말했다.

 

물론 저출산 극복에 진심인 이들이 없지 않다. 어제 아침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뜻깊은 강의가 있었다. 강연자는 김진표 전 국회의장, 주제는 '저출생과 축소경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김 전 의장은 "50년 공직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할 일로 고른 것이 저출생"이라고 했다.

 

한시간여 강의엔 그의 공직 인생 50년이 압축돼 있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깊이있고, 세밀하고, 담대했다. 그대로만 실행한다면 국가 소멸 위기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재도약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갖게 했다.

 

김 전 의장은 인구소멸 위기 해결을 위해 보육교육주거 3대 혁신 아젠다를 제시했다. 저출산 근본 원인인 주거비용과 사교육비 부담을 해결할 묘안과 비책을 모두 담았다. 일부 소개하면 유연근무제 등 완전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고, AI를 활용해 공교육을 단순 지식전달에서 벗어나 창의성을 키우고 다양성을 살려주는 교육으로 전환하자는 거다. 요약하면 일과 가정의 양립 실현, AI공교육으로의 대전환이다.

 

주거혁신안으로는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제안했다. 낙인효과 유발하는 기존의 임대주택이 아니다. 일례로 서울 강남에 넓고 좋은 공공임대주택 10만호를 건설하자는 거다. 부지는 올림픽대로 지하화로 마련한다. "뉴욕 맨해튼의 임대아파트처럼 누구나 선망하는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하자"는 담대한 아이디어다. 올림픽대로 지하화는 410총선에서 여야 공히 공약한 터다.

 

그대로 실행만 된다면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교육과 주거의 부담에서 벗어나 맘 놓고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나라로 바뀔 것이다. 그러나 쉬운 일이겠는가. 무엇보다 5년짜리 정권이 문제다. 김 전 의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바뀌는 중구난방식 대책은 효과가 없다"고 했다. "최소 10~20년 일관되게 추진해야 효과가 나온다"는 얘기다.

 

당장 윤석열 정권은 어떤가. 저출산 극복에 진심인가.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이 이게 최우선 과제라며 저의 많은 제안들을 거의 수용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현실은 미덥지 못하다. 지난 2년여 윤석열 정권의 주택교육 정책이 그랬다. '미친 집값'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 혈세 동원해 집값 떠받치는 정책(특례보금자리론 40여조)을 폈을 뿐 무주택서민을 위해 뭘 했는지 알 수 없다.

 

김 전 의장의 최종 결론은 "개헌"이다. 헌법에 보육교육주거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자는 거다. 10장이 끝인 헌법에 '11장 지속가능한 인구정책'을 신설해 사교육 의존도 낮출 정책 수립시행, 공공임대주택 지원 등 국가 의무를 명문화하자는 얘기다. 김 전 의장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다고 할 만큼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이 의무를 지키지 않는 정권은 탄핵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라가 소멸한다는데 개헌이 문제이겠나. 그러나 개헌 이전에 인적 쇄신이 우선이어야 할 것 같다. 저출산 극복의 의지와 역량이 있는 인사들로 관련 정책 라인업이 짜여야 추진력이 생기지 않겠나. 일하는 건 제도가 아니라 결국 사람이다.

 

특히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이라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김 전 의장의 '담대한 구상'을 곱씹어 국가 위기탈출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런 고민도, 준비도 없이 대통령이 된다는 건 본인도 불행, 국민에겐 더 큰 불행이다.

 

 

▲ 류순열 편집인

 

KPI뉴스 / 류순열 편집인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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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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