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 거대 무능·실정 감추려는 윤석열의 확신범 코스프레

류순열 기자 / 2024-12-12 17:27:17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질 않았다. 12·12 아침 윤석열 대통령은 또 다시 세상을 경악케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내란수괴'라는 중대범죄 피의자다. 그 자체로 대통령 자격과 국민적 신뢰를 잃었다. 경제·사회적 피해도 막대하다. 어처구니없는 12·3 비상계엄으로 경제와 국격이 치명상을 입었다.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치솟고, 내수가 얼어붙었다. 대한민국이 웃음거리가 됐다.

 

대통령이 국민 밥상을 엎고 자긍심까지 짓밟은 꼴이다. 그런 자가 여전히 대통령 자리에 앉아 대국민담화 형식을 빌려 자기가 저지른 범죄의 정당성을 또 다시 주장했다. 반성문을 써도 모자랄 판에 국민 복장 터지게 하려고 작정한 것인가. 시작부터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고 질러대곤 "정말 그렇습니까?"라고 물었다.

 

아주 쉬운 질문이다. 국민 열중 일곱, 여덟은 "그렇지. 그게 내란죄가 아니면 뭐냐"라고 주저없이 답할 거라고 확신한다. 숱한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민심이다. 무엇보다 온 국민이 그날밤 계엄군이 무장한 채 국회를 침탈한 것을, 그 국헌문란의 범죄 현장을 생생히 목격한 터다.

 

늘 그랬으니 언어의 경박함, 품격 없음은 제껴두자. 이날 담화는 압축해 비유하자면 도망가던 강도가 몽둥이 들고 반격에 나선 꼴이다. 야당을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 자신을 그런 괴물에 맞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려는", 정의로운 투사로 규정했다.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라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이자 통치행위"라는 주장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이 정도면 정신병 수준이다. 확신범(確信犯) 심리가 빙의한 듯도 하다. 그렇다고 확신범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확신범이란 도덕적, 종교적, 정치적 신념으로 범행하는 범죄자를 말한다.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정의롭다고 믿기에 당당하다. 거짓말로 범죄를 숨기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어떤가. 비겁하게도 이날 담화엔 거짓말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 여럿 발견된다. 일례로 "실무장은 하지 말고,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라고 했단다.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고도 했다

 

이 말을 믿어줄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이미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비판적 언론인 등 주요인사 체포까지 기획한 사실이 드러났고, 직접 전화해 계엄해제를 의결하지 못하게 "문을 부수고 의원들 끌어내라"(곽종근 특전사령관 증언)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난 터다. 출입이 막혀 우원식 국회의장을 포함해 숱한 의원들이 담장을 넘어 국회에 진입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버젓이 거짓말하는 그 뻔뻔함이 참으로 놀랍다. 윤 대통령은 확신범 '자격'조차 없다. 거대한 무능과 실정을 감추려 확신범인 척할 뿐이다.

 

억지와 궤변은 담화 전반에 깔려 있다. "질서 유지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잠시 투입한 것이 폭동인가","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냐"고 했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률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무식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국회에 계엄군을 '잠시 투입'하면 죄가 안되는 것인가. 내란도 '두 시간' 정도면 범죄가 아닌 것인가. 시간 재서 내란죄를 판단한다는 게 형법 어느 구석에 있나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전의를 불태우며 담화를 마쳤다.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단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 여러분'은 누굴 말하는 걸까. 음모론 유포와 거짓 선동을 일삼는 극단적 세력 말고는 떠오르질 않는다. 한때 윤 대통령의 부하였던 한동훈 여당 대표조차 이날 담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실상 내란죄를 자백한 것"이라고 했다.

 

▲ 류순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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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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