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 김건희 중대범죄 세탁해 준 사법부…이게 정의인가

류순열 기자 / 2026-01-28 17:58:48

윤석열 정권에서 대통령 부인 김건희는 V0였다. V1(윤석열) 머리에 올라타 대통령 권력을 행사했다. 선출되지 않는 최고권력이었다. 그 불법적 권력 향유의 대가는 중형으로 치를 판이었다. 민중기 특검팀의 구형량은 징역 15,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여 원이었다. 특검은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하고, 대의제 민주주의 국가통치 시스템을 붕괴시킨" 죗값을 무겁게 물었다.

 

그러나 28일 법원의 1심 선고는 예상을 완전히 비껴갔다. 중형은커녕 김건희 씨의 중대범죄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털어줬다. 특검의 엄벌 의지와 국민 법감정에 찬물을 확 끼얹은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재판장 우인성 부장판사는 주가조작(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했다. 통일교 금품수수만 유죄로 인정해 고작 징역 18개월, 추징금 1281만5000원을 선고했을 뿐이다. '주가조작', '정치자금', '공천거래'라는 구조적·권력형 의혹은 무죄이고, 종교단체의 금품 수수만 유죄라는 얘기다. 마치 "큰 범죄는 없었고, 작은 일탈만 있었다"고 정리해주는 서사로 읽힌다.

 

우인성 판사는 이날 재판의 기본 원칙을 길게 읊었다. "무죄추정의 원칙",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권력이 있든 없든 재판 원칙은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말들이다. 교과서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부정할 수 없는 원칙들이다. 문제는 원칙 자체가 아니다. 적용되는 현실이다. 왜 그 존엄한 원칙은 평범한 이들에게 적용될 때와, 권력의 핵심에 적용될 때 달라 보이느냐는 것이다. 악마는 늘 디테일에 있다던가.

 

이날 법원은 중대범죄 혐의의 연결고리를 하나하나 끊어냈다. 직접 증거가 없고, 고의가 명확하지 않고, 인과관계가 단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들을 들었다. '입증 부족에 따른 무죄'라는 얘긴데, 이런 판결을 상식있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법원 판결대로라면 김건희 씨의 숱한 중대범죄 혐의는 실체없는 풍문이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주가조작 세력과 연계됐고, 주가조작임을 인지했으며, 실제로 8억 원대 차익을 챙겼고, 모든 공범들이 법대 앞에 설 때 김건희만은 예외였던 사건이 과연 무죄일 수 있는가. 27000여만 원어치 여론조사를 수수하고,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개입해 선거의 공정성과 민주주의 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을 중형으로 다스리기는커녕 무죄로 세탁해 준다는 게 말이 되나.

 

무죄추정의 원칙은 법치의 기둥이다. 그러나 그 기둥 위에 올라탄 판결이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면, 문제는 원칙 자체가 아니라 그 원칙이 적용되는 방식이다. 민중기 특검팀이 징역 15년을 구형한 중대 범죄를 우인성 판사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줬다. 이 어마어마한 간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 간극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판결은 증거와 법리에 근거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일수록 그 판단 과정과 결론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돼야 한다. 오늘의 판결은 그 책임을 다했는가. 아니면 "원칙대로~"라는 선언으로 모든 질문을 봉쇄해버린 것은 아닌가.

 

우 판사는 증거에 따라, 원칙에 따라 판단했다고 주장하지만 상식있는 국민에게 남은 것은 결론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질문이다. 이 판결을 우리는 과연 법치라고 부를 수 있는가. 국민의 상식과 괴리된 법치가, 과연 정의라는 이름을 가질 수 있는가.

  

▲ 류순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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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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