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사과는 부질없다. 한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다. 방송에 출연해 "민주당 의원 44%가 전과자"라고 했다. 대놓고 민주당을 전과자 집단으로 매도한 것이다.
어디 잡범들인가. 대다수가 반독재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얻은 전과다. 그걸 모를 리 없는, 그것도 그 당 대표까지 지낸 이가 그랬다는 게 경악스럽다. 민주주의 역사를 악용하고 독재와 싸웠던 이들을 모독하는 배신이요, 패륜이 아닐 수 없다.
이낙연은 민주당에서 누릴 거 다 누린 정치인이다. 5선 국회의원,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당 대표를 지냈다. 꽃길만 걸은 그 이력으로 대권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민주당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인생이다. 그런 이가 탈당을 앞두고 당을 폄훼하고 동지들 등에 칼을 꽂는 만행을 저지른 꼴이다. 떠난다고 자기가 맛나게 먹던 우물에 침을 뱉나.
변절인가, 커밍아웃인가. 짧은 사과문으로 넘어갈 수 없는 중대 사건이다. 자기 정치인생을 뿌리째 흔드는 자기부정이기도 하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가 존경해마지 않는 DJ(김대중)야말로 중대 전과자다. 전두환 군부독재 치하 군사법정에서 내란음모 등 중대범죄 혐의를 뒤집어쓰고 사형선고까지 받지 않았나.
이낙연은 기자 시절부터 깐깐하기로 정평이 난 사람이다. 당 대변인 시절 논평 초안을 쓰던 기자 출신 보좌관 Y는 하루하루 힘들어했다. 그의 완벽주의에 질려 결국 몇 달 못 버티고 그만뒀다. 동아일보 국제부장 시절 후배들은 그의 식사 제안을 꺼렸다고 한다. "일방적 훈계를 듣는 게 싫어서였다"고, 동아일보 출신 K는 말했다. 어떤 후배는 카풀로 함께 퇴근하다 반포대교 위에서 내려버렸다던가. 그 후배도 지금 정치인이다.
"계산해보면 44%가 아니라 41%가 맞다"는, 사과문의 생뚱맞은 문구는 그의 이런 성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문제의 본질과 상관없는 수치의 정확성을 굳이 사과문에 집어넣는 완벽주의. 그 결벽증이 사과의 진정성만 떨어뜨렸다. 지금 44%냐, 41%냐가 그리 중한가.
애초 이낙연의 신당 행보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반이재명'만 선명할 뿐 정작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명분과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남 비판만 했지 자기반성은 건너뛰었다. 민주당 정권에서 꽃길 걸으며 권력 쥐고 있을 때 그는 뭘 했던가.
문재인 정권이 엉터리 주택정책으로 미친집값을 만들 때 국무총리로 뭘 했는지 알 수 없다. 당 대표일 때 "보궐선거 원인 제공하면 후보 내지 않겠다"는 당헌을 뜯어고쳐 서울시장, 부산시장 후보를 낸 건 어떤가. 그렇게 대국민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파기해버린 사람이 자신 아닌가. 문재인 정권 실패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가 남 탓만 하는 건 뻔뻔한 일이다. 그런 터에 자신이 20여 년 몸담은 정당을, 자신이 대표까지 지낸 정당을 전과자 집단으로 몰았다. 최악이다.
누린 권한 만큼 책임을 다했는지부터 자신에게 물을 일이다. 탈당을 하든, 신당 창당을 하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설득력이라도 가질 것이다. 그래야 윤석열 정권에 맞설 힘을 얻을 것이다. '내로남불'로는 국민 지지를 끌어낼 수 없다.
신당을 창당한다면 결국 경쟁 상대는 윤석열 정권, 한동훈의 국민의힘이다. 일찍이 본 적 없는 일들을 거침없이, 무도하게 벌이고 있는, 그런 정권이다. 심지어 국민 70%가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빛의 속도로 거부권을 행사하곤 아무런 설명도 없다.
민주주의 훼손, 역사 퇴행이 정말 걱정이라면 이낙연은 싸워야 할 대상부터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
![]() |
| ▲ 류순열 편집인 |
KPI뉴스 / 류순열 편집인 ryoosy@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