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 검사, 판사의 '선택적 정의'가 무너뜨린 법치

류순열 기자 / 2025-11-14 17:24:32

윤석열 일당의 12·3 내란은 중대범죄다. 대한민국 흑역사로 길이 남을 최악의 사건이다. 대통령이라는 자가 불법계엄으로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뒤엎으려 했다. 이뿐인가. 북한을 자극해 전쟁까지 일으키려(외환죄) 했다. 성공했다면 숱한 국민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라"(윤석열)는 그 계엄으로 나라가 망할 뻔했다.

 

단죄는 마땅히 신속하고 엄정했어야 했다. 추상같은 위엄과 지체없는 속도가 법정을 지배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펼쳐지는 사법부의 풍경은 정반대다. 신속하지도, 엄정하지도 않다. 교활한 법기술로 윤석열을 풀어줬던 재판장 지귀연은 나긋나긋 친절하기 그지 없다. 실없는 농담을 섞어가며 아주 명랑하게 재판을 진행한다.

 

그런 지귀연의 법정에서 양복 차림의 피고인 윤석열, 김용현은 떳떳한 모습이다. 고개 빳빳이 들고 '내가 뭘 잘못했냐'는 태도다. 설상가상 증인을 직접 심문하는 모습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다. 입만 열면 거짓말인 중대범죄 피고인이 검사인양 증인을 심문하고, 재판장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엽기적인 재판. 이게 작금 12·3 내란 재판의 실상이다. 내란 재판이 이렇게 깃털처럼 가벼울 수도 있는가.

 

지귀연의 법정만이 아니다. 내란 가담 혐의를 받는 핵심 인사들에 대한 잇단 영장 기각도 국민 상식과 한참 동떨어진 것이다. 계엄 직후 박성재 당시 법무장관은 법무부에 수용여력 점검을 지시하고 교정본부장에게 '수용 여력 3600명'이라는 문건을 보고받았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혐의의 명백한 증거들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당일 새벽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라. 대통령 조치를 정면으로 방해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체포하라"고 썼다. 명백한 내란 선동이다.

 

그런데 법원(부장판사 정재욱, 박정호, 이정재, 남세진)은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증거인멸 또는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내란 혐의자 구속영장을 계속 기각하고 있다. 뻔한 거짓말로 책임을 회피하고, 대놓고 내란을 선동한 범죄혐의자들인데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언제부터 법이 이렇게 물렁하고, 친절하고, 관대했나. 버스요금 800원 횡령한 버스기사 해고는 정당하다던, 서릿발같은 법원 아니었나. 그 추상같은 판사는 윤석열에 의해 지금 사법부 최고지위(대법관 오석준)에 앉아 있다. 

 

내란죄의 1차 단죄자인 검찰의 모습도 한심하고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대장동 사건 1심 선고에 검찰 수뇌가 항소를 포기하자 "검찰의 존재 이유에 치명상을 입힌 결정"이라며 벌떼처럼 들고 일어난 '정의로운 검사'들은 지귀연이 법기술로 내란우두머리를 풀어줬을 때는 뭐하고 있었나. 그 정의롭고 호기로운 검사님들이 그땐 왜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에겐 찍소리조차 하지 않은 것인가. 그런 '선택적 정의'로 지키려고 하는 게 공익인가, 검찰권력인가.

 

과연 대한민국 검사들은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는 공익의 대변자"(검사 선서)인가. 판사들은 정의와 법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맞는가. 둘 모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수 없는 물음들이다. 아름다운 이상과 추악한 현실의 괴리만 절감케 하는 세태다. 법치의 보루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은 대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물론 모두가 '선택적 정의'에 물든 것은 아니다. 예외는 있다. 한덕수 내란 방조·위증 혐의 사건의 이진관 재판장은 엄정한 재판 진행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허물어져가는 사법부 신뢰를 힘겹게 지탱하고 있다. 탁류 속에서도 어디서든 맑은 샘은 솟아오른다. 

  

▲ 류순열 편집인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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