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 집값 띄우는 건 정부…서민을 위한 나라는 없다

류순열 기자 / 2025-10-31 15:01:12

서울 집값은 왜 끝없이 오르는 것일까. 간단하다. 사겠다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른다면 집값이 그렇게 뛸 수는 없다. 신축 분양이든, 구축 매도든 공급이 수요를 압도한다면 집값 상승 동력은 뚝 떨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집 수요는 왜 끝없이 이어지는 것인가. 실거주를 위한 매수, 실수요(real demand)만으로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거주가 목적이 아니라 투자 목적의 가수요(speculative demand)가 대거 가세하기 때문이다. 가수요의 동력은 '아파트 불패신화'다.

수도권 아파트, 특히 서울 아파트는 대한민국 최고의 재테크 수단일 뿐 아니라 계층을 나누는 거대한 장벽이 되어버렸다. 허겁지겁 '영끌'로 막차에 올라탄 이들은 장벽 안쪽에서 안도의 한숨을, 집값 하락을 바라던 무주택 서민은 장벽 바깥에서 '이생망'의 절망을 토해낸다.

누가 이런 투기천국·주거지옥을 만들었나. 집으로 돈 좀 벌어보려는 장삼이사의 탐욕을 탓할 일은 아니다. 아파트 불패 신화를 만든 건 다름 아닌 정부다. 정부 정책이 집값을 띄우고, 다주택 투기를 부추기고, 서민들을 '영끌'로 내몰고. 거기에 끼지도 못한 서민들을 '벼락거지'로 만든 것이다.

좌우 따질 것 없다. "부동산만큼 자신 있다"고 큰소리친 문재인 정부조차 다주택자에 금융·세제 혜택을 몰아줘 집을 사면 살수록 대박이 되는 정책을 펴지 않았나. 입으로는 "집값 반드시 잡겠다"면서 손발은 집값 과열의 군불을 땐 것이다. '대국민 사기'와 다름없다.

이재명 정부는 다를까. 출범 초부터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돈줄을 죄는 등 강력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는 있다. 그러나 갈수록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될 것 같은 우려가 스멀거린다. 돌아가는 꼴이 이번에도 집값 잡는 시늉에 그칠 것 같은 기시감을 떨칠 수 없는 탓이다.

시장은 눈치가 빠르다. 정권 의지가 의심받는 순간 개혁의 동력은 떨어진다. 시장은 정책이 바뀔 때까지, 정권이 끝날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간다. 정책 약발이 먹힐 리 없다. 당장 투자수요를 줄이려면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여당은 서둘러 선을 그었다.

'집값 띄우기'로 귀결되는 임대주택 매입사업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발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LH, SH, GH 3개 공기업이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사들인 주택이 16조7000억 원 어치에 달한다. 서울에서 9조8000억, 경기에서 6조9000억 원이 주택매입에 투입됐다. 특히 지난해에만 5조6000억 원이 시장에 풀렸다. 그것도 비싸게 사줬다. 당시 주무장관(원희룡)조차 "내 돈이면 이 가격에 샀을지 의문"이라고 하지 않았나.

결국 매입임대는 주택공급이 아니라 수요 증대정책이다. 공공임대라는 명분 아래 미분양 주택과 오피스텔을 비싼 값에 사들이며, 사실상 집값을 떠받치고 건설업자들의 리스크를 국민 세금으로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서민 주거안정이 명분이지만 되레 서민 주거불안정을 촉진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무주택서민을 위한다면서 혈세로 주택시장 거품을 유지하고 서민들의 진입 기회를 막는 일을 정부가 하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정부가 진정 집값 안정을 원한다면, 집값 잡는 정책에 앞서 우선적으로 집값 띄우는 짓부터 중단할 일이다. 서민 주거안정에 인생을 걸다시피 한 김헌동 전 SH공사 사장은 "LH가 임대주택 매입은 당장 중단하고, 반값 아파트(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에 나서기만 해도 집값은 잡힌다"고 했다. 김 전 사장은 최근 여당 정책위의장(한정애) 면담에서 이 두 가지 해법을 강하게 제시했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실패를 반복할 것인가, '미친 집값'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것인가. 포기하긴 이르다. 아직 시간은 있다.

 

▲ 류순열 편집인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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