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 경박하다.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시끄러운 일들이 대개 그러하다. 집권초 '바이든·날리면' 사태부터 그랬다. 어디 외국 정상의 발언인가. 윤 대통령 본인이 한 말을 두고 왜 국민 청각을 테스트하나. "바이든"이든, "날리면"이든 스스로 밝히면 될 일이었다.
그 정직한 해법을 놔두고 참모 뒤에 숨고,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그 적반하장식 대응으로 해프닝은 눈덩이가 되어 법정까지 굴러갔다. 비겁한 대응이 '찻잔밖 태풍'을 몰고온 꼴이다. 체면은 좀 구겼겠으나 스스로 밝혔다면 '찻잔속 미풍'으로 끝났을 일이다.
비겁한 대응에 비싼 대가가 따랐다. 또 한번 국격이 추락했다. 부끄러움은 국민 몫이었다. 게도 구럭도 다 잃은 꼴이 됐다. "이 XX들이 승인안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문제의 발언이 사실일 가능성만 짙어졌다.
채 상병 사망 수사외압 사건도 마찬가지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법대로 했을 뿐이다. 법에 따라 조사해 절차대로 사건을 경찰에 넘긴 게 전부다. 군 사망 사건의 경우 재판권이 군사법원이 아니라 일반법원에 있다. 수사권도 군검찰,군사법경찰이 아니라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갖는다. 군 의문사 축소·은폐 흑역사 단절 의지가 담긴 법조항(군사법원법 228조. 2021년9월 개정)이다.
박 대령이 초동수사후 군 바깥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는 것은 법이 정한 수순이었다.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도 "수고했다"며 결재까지 했다. 거기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하루만에 상황이 돌변했다. 이 장관이 말을 바꿨다. 자기가 결재한 수사결과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국방부 차관(신범철), 법무관리관(유재은)도 나섰다. "전체 혐의사실을 제외하라"며 박 대령을 압박했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이 움직였다.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수사기록을 회수해버렸다.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진 것이다.
이 장관은 왜 지시를 번복했나. 그날 국방부는 왜 그리 긴박했나. 윤 대통령 '격노설'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질 않는다. 실제 대통령실이 움직였다. 공직기강비서관(이시원)이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공수처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 비서관이 누군가. 윤석열 사단 검사 출신으로, 폐지된 민정수석 일부 역할을 넘겨받아 윤 대통령을 보좌해온 핵심 참모다.
수사 외압이냐, 아니냐 따지는 건 부질없다. 의혹이 아니라 이미 팩트다. 외압의 원인이자 동력, '격노설' 역시 확인된 거나 다름없다. 지난 9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스스로 간접 확인해줬다.
기자는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질책했다는 의혹", 즉 '격노설'을 물었는데 윤 대통령은 딴얘기를 했다. "순직한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장관에게 좀 질책을 했다"고 답했다.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고 질책했다는 거다. 의도된 동문서답일 것이다. 격노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런 일 없었다고 분명하게 밝혔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사건발생 초기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빈말이었다. 진심이라면 장갑차도 버틸 수 없을 만큼 거센 흙탕 급류에 안전장비도 없이 장병들을 밀어넣은 지휘관(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에게 책임(업무상 과실치사)을 묻도록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거꾸로다. "대통령 지시를 적극 수명"해 지휘관에게 책임을 물으려 한 박 대령을 쫓아내고 항명죄까지 뒤집어씌웠다.
윤 대통령은 꾸준히 반대로 갔다.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는커녕 오히려 수사 방해를 의심케 하는 행동만 반복했다. 핵심 피의자이자 '키맨'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 대사로 도피시키고 공수처장은 장기간 공석으로 뒀다. 그래놓고 "공수처 수사를 지켜보고 납득이 안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9일 기자회견)니, 국민을 바보로 아는 걸까.
단순하고 명쾌하다.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몸통은 결국 윤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국민 열중 일곱이 특검을 찬성하는 여론은 윤 대통령 스스로 만든 것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호기롭게 외쳤다.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 지은 게 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 던진 올가미에 갇혀버린 신세다. 특검 거부는 탈출구가 될 수 없다. 특검을 거부할수록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자신이 던진 올가미에 더 꽁꽁 묶일 뿐이다. 21대 국회를 무사히 넘긴다고 끝날 일인가. 훨씬 빡센 22대 국회가 곧 개원한다. 시간은 윤 대통령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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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순열 편집인 |
KPI뉴스 / 류순열 편집인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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