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찾는 건 신의 영역이나 사회적 지혜 모으는 의미 큰 시점
금리인하는 초미의 시장 관심사다.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연 3.50%로 11회 연속 동결하며 상반기 통화정책방향 결정을 위한 금통위 회의를 마무리함에 따라 금리인하 기대는 하반기 통화정책으로 넘어갔다. 미 연준이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이 이달 0.25%포인트 정책금리 인하에 나섬으로써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이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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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이창용 한은 총재와 한미 금리 격차 그래프. [KPI 뉴스] |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 결정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중립금리(neutral/natural rate of interest) 변화를 주제로 한 2024년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가 때마침 지난주 열렸다. 중립금리는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을 부추기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균형 상태의 금리라고 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흔히 R-스타(R-star, R*)로 표현한다. 바다의 항해자가 밤하늘 별(star)을 보며 항해하듯 시장경제의 항해자가 찾으려 노력하는 이상적 금리로도 비유할 수 있다. 중립금리는 정책금리 결정의 중요한 준거가 된다는 점에서 그 수준의 변화는 중앙은행과 시장의 지대한 관심사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여 중앙은행들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수행함에 따라 실질금리가 상승하면서 중립금리가 구조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팬데믹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회귀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번 한은 국제컨퍼런스에서 토마스 요르단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는 기조연설을 통해 중립금리인 R-스타가 상승하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며 이는 낮은 잠재성장률, 기대수명 증가 등 R-스타를 낮추는 요인과 저축률 하락, 대규모 재정적자, 신기술 발전에 의한 생산성 향상, 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대규모 투자 등 R-스타를 높이는 요인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한 R-스타는 관측이 불가능하고 추정상의 불확실성이 내재하므로 필요한 것은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R-스타를 도출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R-스타의 구조적인 변화 요인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R-스타가 과소 또는 과대 추정되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서 강건한 통화정책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평가했다.
금번 국제컨퍼런스에서 발표된 한은 연구논문에 의하면 R-스타는 팬데믹 이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팬데믹 이후 하락세가 멈추고 소폭 상승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다만 추정치의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승 전환 여부는 향후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후 재평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아울러 R-스타의 향방을 논의함에 있어 인구구조 변화, 재정정책, 기후위기 대응, 인공지능 관련 생산성 변화 및 잠재성장 제고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구조적 요인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평가했다.
R-스타에 영향을 미치는 재정정책과 관련하여 루드비히 슈트라웁 하버드대 교수는 소득 불평등도가 높을수록 재정정책 여력이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소득 불평등이 심화할 경우 국채 보유 비중이 높은 고소득층의 국채 수요는 더 늘게 되고 이에 따라 국채금리가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득 불평등 심화는 재정정책 여력을 증가시켜 R-스타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저축과 투자 간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들이 중립금리를 변화시키는 일련의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다.
통화정책의 핵심인 정책금리 결정의 준거가 되는 중립금리 R-스타가 지니는 복합적 포괄성과 사회경제적, 구조적 속성을 말해주는 논의들이다. R-스타를 현 시점에서 정확히 찾는다는 것은 거의 신의 영역인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학자 제임스 스콧의 '국가처럼 보기(Seeing Like a State)'라는 저서 등이 이 시대 통화정책에도 시사하는 대목이 있을 법하다. 저서에서 국가는 국가가 감독하는 사회를 합리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한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liberalism) 관점에서 보면 통화와 통화정책에 관한 현대학문은 국가처럼 보이려는 심리의 완벽한 예라는 것이다. 이 패러다임은 규범적으로 자유 민주주의 및 자율 거버넌스와 양립하기 어렵고 그 대안은 시민처럼 보이는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정책결정자들이 가지고 있다고 종종 간주하는 인식·지식의 우월성에 정책 성패와 공동체 운명을 의존하려는 사회심리를 갈파하는 듯하다.
인간에게 숙명적인 인식·지식의 한계 문제 지배(knowledge problem dominance)에 중앙은행가 역시 자유롭지 않다. 향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를 가늠할 중립금리 R-스타는 영화 '카이로의 붉은 장미(The Purple Rose of Cairo)'와 같이 실존하는 장미가 아닌 전설 속에서 전해오는 장미이며 그야말로 이상적 존재다. 영화에서처럼 전설 속의 장미를 찾으러 모험을 떠나는 도정에 '국가처럼 보이는 것'과 '시민처럼 보이는 것' 패러다임 중 어느 편이 우월한지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고 이 또한 신의 영역에 가까울 것이다.
다만 정책결정 거버넌스에서 사회적 지혜를 모으는 과정을 강화하는 노력은 인식·지식의 한계 문제 지배를 받는 이 시대 정책결정자들에게 긴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금리인하를 가늠할 R-스타를 정확히 찾는 것은 신의 영역이나 이를 본격 논의한 한은 국제컨퍼런스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 되어 정책 성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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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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