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 칼럼] 이-팔 전쟁, 인도주의 국제법 룰은 작동하는가

KPI뉴스 / 2024-05-08 16:24:42
美대학 인도주의적 시위 경찰진압, 1980년대 韓대학 반독재 시위 연상
아직 처절한 세계시민 삶···인도주의 국제법 룰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문
법의 지배 실현 나선 국제형사재판소 주목···'전쟁 책임' 정치인 역할 부재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인 뉴욕 소재 컬럼비아대 캠퍼스를 근 2주에 걸쳐 점거한 반전 시위가 지난주까지 이어졌다.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에 분노하는 수백 명의 학생들이 캠퍼스 잔디밭에 텐트를 치고 건물을 점거하자 대학 당국은 뉴욕 경찰에 진압을 요청했다. 캠퍼스에서 철수하지 않을 경우 정학 또는 그 이상의 징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최후통첩을 발표했다. 그러나 철수를 거부한 상당 수 학생들은 경찰이 섬광탄을 터트리고 후추 스프레이를 사용하며 진입한 당일 밤까지도 캠퍼스에 남아 시위를 계속했다. 그들은 '흔들리지 흔들리지 않게, 물가 심어진 나무같이 흔들리지 않게(We shall, we shall not be moved; just like a tree that's planted by the water, we shall not be moved)'를 소리쳐 노래했다.

 

▲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미 뉴욕주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경찰이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뉴시스]

 

1980년대 반독재 민주화 시위의 거점이었던 한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최루탄과 함께 하던 노래와 똑같은 익숙한 가사다. 근 40여 년 만에 뉴욕의 대학 캠퍼스에서 들려온 이 노래가 오래 전 한국 대학의 반독재 시위를 연상시키며 만감을 교차하게 한다. 뉴욕 경찰은 건물 내부에서 44명 등 총 109명을 체포하며 캠퍼스 점거 시위를 최종 진압했다.

 

자유와 진리의 전당인 대학에서 인권과 정의를 주창하는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캠퍼스를 점거 농성하고 이를 진압한 방식에 대한 평가는 별론(別論)으로 하더라도 시위 자체가 학생들에게 이유 있는 행동이었다면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는 치열한 성찰의 계기가 되는 것이 마땅할 터이다. 이번 시위의 주요 동인은 인도주의적(humanitarian)이기에 이른바 명문대학 젊은이들이 수많은 어린이의 죽음에 무관심하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걱정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지난달 있었던 한국의 총선에서 '1980년대 운동권 청산론'과 같은 슬로건을 내걸었던 어느 정당의 논리가 문득 스쳐오면서 2024년 미국 젊은이들이 1980년대 한국 젊은이들이 불렀던 '흔들리지 않게'를 대학 캠퍼스에서 부르는 결연함은 아직도 처절한 동시대(contemporary) 세계시민의 삶과 현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듯하다.

 

최근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들은 가자 지구 전쟁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 ICC)가 이스라엘 정치 및 군 고위 인사들에 대해 체포영장(arrest warrants)을 발부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CC는 2002년에 설립되었으며 반인도적 범죄, 대량 학살, 전쟁 범죄 등에 대해 개인을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 관할권은 해당 법에 서명한 124개국의 영토에서 그 시민에 의해 행해진 범죄를 관할한다. 팔레스타인은 2015년 이 법에 서명했고 이스라엘은 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년간의 법적 논쟁 끝에 ICC는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관할권이 있다고 판단하고 2021년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ICC 검찰관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현재의 전쟁도 동 수사에 포함되어 있음을 최근 확인한 바 있다. ICC 검찰관은 이스라엘의 범죄 혐의뿐만 아니라 하마스와 다른 무장 단체의 혐의도 수사하고 있음을 밝혔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ICC가 이스라엘의 정치 및 군 고위 인사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한다면 가자 지구에 반입하는 인도적 지원에 대해 부과한 제한 조치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폭격 혐의와 관련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전쟁에도 룰이 있다. 국제법 등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있다. 1949년 제네바 협약(1949 Geneva Conventions)과 같은 국제 조약(international treaty)이자 인간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인도주의법(humanitarian law)을 포함한다. 전쟁의 룰은 국가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 사용할 수 있는 무력의 정도, 비전투원(non-combatants) 보호 등 영역을 다룬다. 국가는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으나 근본적인 원칙은 전쟁 당사자 중 한쪽이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다른 쪽이 보복적으로 범죄를 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 사상자에 대응하여 집단으로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무장한 적들을 군사적으로 격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가자 지구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최후통첩을 하고 무차별 폭격에 들어가는 경우 국제법상 불법이 될 수 있다. 민간 지역에서 군사 작전을 행하는 경우 교전 당사자는 비전투원에게 고의로 해를 입히거나 군사 목표와 민간 목표를 구별하지 않는 공격을 가하는 것이 금지된다. 상점, 병원, 학교, 예배당 등과 같은 장소는 공격이 금지되는 민간 시설이다. 민간 시설이 표적이 되지 않더라도 이스라엘의 공습이나 하마스의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 발사 등 작전으로 예상치 않은 민간 피해가 발생하면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 하마스가 지금 행하고 있는 인질극도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2024년 미 대학 캠퍼스를 흔들며 인도주의적 시위를 경찰이 투입되어 전격 진압하는 과정은 1980년대 한국 대학 캠퍼스를 흔들었던 반독재 민주화 시위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흔들리지 않게', 이 운동권 노래가 한미 간의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공통 요소라는 점 또한 시사적이다. 동시에 아직도 처절한 상황에 놓여있는 세계시민의 삶이 착잡함으로 다가온다.

 

인도주의에 입각한 국제법 룰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법의 지배' 실현에 나선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향후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대학이 나서고 사법이 나서는데도 전쟁에 가장 책임 있는 정치인들의 역할이 없거나 심지어 전쟁을 더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KPI뉴스

KPI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