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대선 토론후 바이드노믹스의 정치경제적 해법은

조홍균 논설위원 / 2024-07-04 10:48:23
美대선 4개월 앞두고 유권자 경제인식-현실 간극 커
사실(facts) 못지않게 감성(sentiments) 중요한 경제인식
국민 '합리적 사고와 행동양식' 제고 긴요…韓정치에 반면교사

지난주 미국 대선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때로 혼란스러워 보였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종종 횡설수설하거나 진실이 아닌 말을 했다. 왜곡과 복수의 위험한 욕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후보 모두 유권자에게 실망과 우려를 안겨 준 것으로 평가된다.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CNN 스튜디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일 대 일 TV 토론을 하는 모습.[AP뉴시스]

 

대선까지 앞으로 4개월, 유권자는 어떤 판단으로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그동안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경제가 최우선적 기준이 될 것이다. 다만 경제의 판단에서도 '아름다움은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있다(Beauty is in the eyes of the beholder)'는 점이 고려해야 할 변수일 것이다.

 

최근 미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6%는 미국 경제가 침체(recession)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49%는 올해 주식시장이 하락했다고 여기며 49%는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미국의 실제 경제 데이터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말해준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는 GDP로 측정되는 경제 활동이 2분기 연속 감소하는 것으로 정의되는데 미국 GDP 지표는 강세를 나타냈고 주가지수가 최고점을 찍었으며 실업률은 50년 만에 최저수준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야심 작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등에 힘입어 제조업 투자가 기록적인 비율로 급증하고 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 관련 투자의 5분의 4가 민주당(상징색 파랑)을 지지하는 성향이 있는 청색주(blue states)가 아닌 공화당(상징색 빨강) 지지 성향이 있는 적색주(red states)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과 현실의 큰 간극을 말해준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지난해 네덜란드의 2400여 응답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방식으로 수행한 인플레이션 심리학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경제학자와는 달리 일반 소비자는 주유소 마당에 표시된 휘발유 가격과 같은 단순한 경험적 방법(heuristics)으로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물가의 연간 증가 또는 하락에 대한 백분율(percentage) 수치가 아닌 절대 가격 수준에 인플레이션 판단의 중점을 두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절대 물가 수준은 유권자들이 예전 경험했던 수준보다 20%나 급등한 바 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 연구에 의하면 네덜란드의 소비자 즉, 유권자는 물가안정 달성은 중앙은행만이 아닌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며 물가가 크게 변동하면 모든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고 본다.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는 일단 깨지면 로맨스 관계와 마찬가지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미국 유권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직접적 증거는 없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에 있어서 사실(facts) 못지않게 감성(sentiments)이 중요함을 바이든 대선 캠프에 일깨워주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유권자에게 경기 침체란 경제에 관한 어떤 부정적 느낌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 경제전문가에게 의미하는 생산, 고용 등으로 측정되는 경제 전반의 축소와 사뭇 다를 수 있다. 해리스폴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56%가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고 믿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일부 경제용어를 경제전문가와 다르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를 바라보는 인식과 현실 사이의 차이는 이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경제전문가는 인플레이션을 가격 '수준'이 아닌 가격 '오름폭'으로 규정한다. 지난해 폭등한 물가상승률이 올해 들어 평탄해졌다면 경제전문가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유권자는 가격이 얼마 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본질적으로 이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인플레이션은 2022년 중반 매우 빠른 상승을 기록한 이후 대체로 둔화되고 있다.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아직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중앙은행가와 경제학자는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러나 물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길 기대하는 유권자는 인플레이션이 진정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론조사는 이와 같은 유권자의 감성을 반영하고 있다.

 

어느 나라건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내려면 경기를 뛰는 선수의 역량은 물론이고 축구를 둘러싼 생태계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역량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룰과 함께 축구 생태계의 합리적 역량도 높아져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 나라가 보다 높은 경제적, 사회적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역량과 함께 국민의 합리적 사고와 행동양식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 이를 달성하는 방법의 하나는 교육 등을 통해 경제주체와 사회구성원의 역량을 높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바이든 캠프에게 필요한 전략은 무엇인가. 대선을 4개월 앞둔 중대한 시점이기에 대표 선수 교체 논의보다는 유권자의 경제를 바라보는 눈과 인식의 변화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경제전문가와 달리 유권자에게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경제에 대한 이해가 달라지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유권자에게 '경제학보다 경제(economy rather than economics)'에 대한 이해가 긴요한 이유다. 대선 토론 이후 더욱 바이드노믹스(Bidenomics)의 정치경제적 해법이 중요해지는 형국이며 그 해법의 하나는 유권자의 합리적 사고와 행동양식 함양을 위한 일련의 실천 전략이다.

 

아울러 지금의 미 대선 상황은 향후의 한국 대선에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얕은 팬덤과 변덕스러운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는 정치 거버넌스의 재설계, 국민의 합리적 사고와 행동양식을 제고하는 인식의 변화,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교육의 노력과 사회적 지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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