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제성과에도 불구하고 지지세는 탄력 못받아
사법리스크와 경제···韓정치·대선에도 반면교사 아닌지 주시
미국 대통령 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대 도널드 트럼프 양대 후보 간 박빙의 구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둘 다 40%를 조금 넘는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7개 경합 주(swing states)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약간 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가 2021년 백악관을 떠날 당시 29%라는 기록적으로 낮은 지지율을 생각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바이든의 지지율은 취임 이후 19%포인트까지 하락한 35%를 지난달 기록했다가 반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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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전 대통령 [뉴시스] |
미 대선은 국민 투표(national vote)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후보에 대한 지지율만으로는 대선 향방을 가늠하는 데 한계가 있다. 50개 주별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투표에서 한 표라도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그 주의 선거인단 전체를 가져가는 승자독식(winner-takes-all)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총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수인 270표를 얻은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그렇다면 올해 미 대선을 결정할 이슈는 무엇인가. 최근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5%가 다른 어떤 이슈보다도 경제가 아주 중요하다고 답했고 이는 2008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가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학원과 함께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유권자의 41%가 경제에 대해 트럼프를 신뢰하고 있는데 비해 바이든은 35%에 그쳤다. 초당파 싱크 탱크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9%가 트럼프의 윤리적 행동에 대해 확신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CNN 여론조사에 의하면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24%는 전직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지지를 재고(再考)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유권자의 우선순위는 경제로 나타난 가운데 트럼프의 사법리스크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미국의 1인당 GDP가 2019~2024년 중 코로나19 팬데믹이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8.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도 훨씬 높다. 영국의 경우 마이너스 0.2%다. 미국의 올해 1분기 실업률은 3.8%로 3년 전의 6.2%보다 크게 낮아졌다. 같은 기간 실질 개인소비는 9.8%, 실질 민간 비주택 고정투자는 14% 증가했다. 실질 제조 구조물 투자는 2022년 1분기부터 2024년까지 1분기까지 101% 증가했다. 주택착공호수는 지난 반세기 이래 최고 수준인 170만 호에 육박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지표의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 등 세계의 관심을 끈 법률들도 자리하고 있다.
바이든이 재임 중 이룬 고무적인 경제성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왜 바이든에게 열광하지 않는 것일까. 바이든의 경제성과만큼 지지세가 왜 탄력을 받고 있지 않은 것일까. 바이든이 그동안 열정적으로 주도해 온 '큰 정부(big government)'에 대해 반대자들이 적지 않다는 추론을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큰 정부'를 반대하는 자유주의자(libertarian)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추론도 할 수 있는 것인가. 확신하기 쉽지 않다.
유권자들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을 살펴보자. 바이든 취임 이후 물가 수준은 거의 20% 상승했다. 특히 식료품 가격의 큰 폭 상승을 체감하고 있는 유권자들이 예전의 가격 수준을 잊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상대 진영이 집권할 때는 경제의 나쁜 면을 보려는 성향이 있다. 최근 모기지 금리가 7%대로 다시 높아짐에 따라 기존주택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이 계속되어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 지금 새 집을 구입한다는 것은 저렴한 고정 금리 모기지를 훨씬 더 비싼 모기지로 바꾸는 것을 의미하므로 집을 팔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가 몇 년 전보다는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경제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은 이제 5개월여밖에 없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 또한 다분히 정치적인가. 트럼프의 법정 출석은 바이든에게 그의 경쟁자를 결함 있고 자기중심적이며 공직에 부적합한 사람으로 묘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초당파 정치분석가이자 쿡 정치보고서(Cook Political Report) 편집장인 에이미 월터는 법정 출두로 트럼프의 사법리스크가 전면에 등장하는 가운데 트럼프를 대선 후보이자 잠재적 대통령 판단기준으로 초점을 맞추게 되면 유권자들은 바이든에게 본격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치평론가는 트럼프의 법적 문제가 예비선거에서 니키 헤일리 등을 지지했던 온건하고 전통적인 공화당원들을 신속히 또는 반사적으로 공화당 편에 돌아가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법정의 피고인석에서 가끔 잠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고 무기력하게 허공을 응시하기도 했다. 바이든을 '졸린 조(Sleepy Joe)'라고 부르던 트럼프가 한낮에도 깨어 있으려고 애쓰는 아이러니를 보게 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사법리스크가 그에 대한 지지를 의미 있게 약화시킬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퀴니피악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0%가 트럼프의 혐의를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반면 62%는 유죄 판결이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재판을 통해 트럼프에 대해 몰랐던 것을 새로이 발견한다기보다는 양측 유권자들의 기존 믿음이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보게 될 개연성도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가 바이든에게 열광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남은 5개월여 기간에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아울러 바이든의 경제성과와 경제의 아직 미흡한 부분 등이 유권자들에게 5개월여 동안 어떻게 재인식되고 평가될 것인가. 근본적으로 인기 없는 두 후보를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실망감과 착잡함, 그리고 교차하는 양측의 상반된 감정 등을 여러 상황에 비추어 짐작할 수 있을 법하다.
사법리스크와 경제가 올해 미국의 정치 승부를 가르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한국의 정치 상황 또한 이와 오버랩되는 측면이 있다. 미 대선이 다음 한국 대선의 미래를 비춰주는 거울 이미지(mirror image)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한국 정치와 대선에도 반면교사가 되는 대목은 없는지 미 정치와 대선을 주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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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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