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시장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8월 첫째주 월요일 미국 노동부의 고용 통계 발표와 테크 기업들의 부진한 2분기 실적 공개로 미국의 빅테크-엔비디아, 테슬라, 아마존, 애플, 메타 등-주식들이 한꺼번에 폭락했다. 일본, 한국 등 아시아 시장 증시도 뒤를 이었다. 성급한 일부 분석가는 이날을 블랙먼데이로 지칭하거나, 1990년대 닷컴버블 붕괴에 빗대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다행히 일주일 만에 세계 주식시장의 동요는 진정 국면으로 전환했으나 악재는 여전히 잠복 상태다.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25%에서 20%로 잽싸게 수정했지만 22일, 23일 잭슨 홀 미팅에서 파월 연준(FED) 의장의 발언을 지켜봐야 9월 금리 인하와 경기 연착륙의 가능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대선과 중동 및 우크라이크 전쟁이 겹쳐 한치 앞이 안 보이는 불투명 시계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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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과 경제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 뱅크] |
기술주, 특히 올 상반기에 AI 테마로 주식시장의 불장을 이끌어오던 테크주 전성시대는 과연 끝난 것인가. 크게 보아 1950년대 탄생 후 연구와 투자 붐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가 제대로 성능이 안 나오자 1970년대와 1980년대 두 차례의 큰 침체기를 겪었던 'AI 겨울'이 다시 도래할 것인지 업계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첫째는 글로벌 AI 규제, 나머지 하나는 단기와 장기 전망의 시차이다.
우선, 규제부터 살펴보자. 유럽연합(EU)이 세계 최초로 제정한 AI 법안(AI Act)은 8월 1일자로 발효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행정명령으로 출발한 AI 규제는 대선 후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가장 먼저 AI 규제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U 법은 AI의 위험성을 4단계로 나눠 절대 금지-고위험-중위험-저위험으로 세심하게 규율하고 있다. AI 기업이 제품을 사회에 판매할 때 문턱 비용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미국 연방법원도 "구글은 독점기업"이라는 세기적 판결을 내렸다. 과거 스탠더드오일, AT&T 같은 대기업은 기업 분할의 극약 처방을 받은 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분할을 면하려면 검색과 광고를 떼내는 '분단의 아픔'을 맛봐야할지도 모른다. MS로부터 생성형 AI라는 선제공격을 당해 휘청거리는 구글로서는 AI 반격의 기회를 놓치는 벼랑 끝 위기에 처한 셈이다. AI의 편향, 환각, 저작권과 개인정보 침해, 가짜정보 양산 등 현실적 부작용에 질린 소비자들이 빅테크에 얼마만큼의 사회적 의무를 부과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지금처럼 무한대의 자유 시대는 저물 게 분명하다.
다음은 장·단기 전망의 시차이다. 달리 말하면 과학자와 경제학자의 시각차이다. AI 연구자들은 이제 막 시작된 혁명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들에 따르면 AI는 범용 기술이다. 1차 산업혁명의 증기동력이나 2차 산업혁명의 전기보급처럼 모든 산업, 모든 기계와 서비스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인 기술이다. 1~2개 특정 분야에만 영향을 미치는 좁은 기술이 아니다. 그래서 도입 초기의 작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확산의 파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 지금 언어모델(LLM)이나 컴퓨터비전 등 일부 영역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AI가 특히 기초과학의 발전 가속화를 일으킬 조짐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백신이나 컴퓨터 프로그램 코딩의 개발 속도가 AI의 도움을 받아 몇 배, 몇 십 배 빨라졌듯 과학자들은 '지능 폭발'이 생기리라 낙관한다.
이에 반해 경제학자들은 AI의 생산성 향상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생성 AI가 실생활에 아직 혁명적 변화를 가져 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IT전문 조사업체 가트너는 오히려 '환멸의 골짜기'에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혁신 기술은 기술 촉발, 과도한 기대의 정점과 환멸의 골짜기, 계몽 단계, 생산성 향상의 안정기를 거친다. 가트너는 "AI 거품이 빠지고 유행이 줄어드는 '환멸의 골짜기' 진입을 앞두고 있다"며 "일상에서 활용 사례가 증가하는 계몽 단계를 거쳐 안정기에 도달하는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결국 AI 혁명이 정착하겠지만 단기적으로 '제3의 AI 겨울'을 겪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장기적으로 우리 모두는 죽는다"며 단기 전망의 현실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엇갈린 전망 속에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행보를 보이며 방황하고 있다. EU보다 먼저 논의를 시작했던 국회의 AI 법안은 끝없는 여야 정쟁 속에 3년째 표류 중이다. AI 법제도의 조기 완비가 또 다른 글로벌 경쟁력이란 점을 감안할 때 공공 부문의 낙후가 AI 인프라 구축을 저해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테크 기업 역시 글로벌 경쟁기업에 비해 더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거나 AI 경기 침체에 대비하는 용의주도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민간 부문마저 혁신의 초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속에 'IT 강국'의 명성이 신기루처럼 사라질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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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성열 논설위원 |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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