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트럼프와 비트코인 경제

KPI뉴스 / 2024-11-07 11:05:43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지 24시간 만에 암호화폐(crypto-currency)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올 3월 찍었던 7만3800달러 전(前)고점을 훌쩍 뛰어넘어 7일 오전 현재 7만50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다른 암호 화폐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다음 대장주로 불리는 이더리움을 포함해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일론 머스크가 만든 알트 코인인 도지코인까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알트 코인은 비트코인의 대체(alternative) 코인이란 의미로, 주류 비트코인에 대비해 비주류, 잡(雜)코인이라고도 불린다.   

 

▲ 비트코인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주류이든 비주류이든 이들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기반의 자산 및 통화는 가상화폐, 디지털 화폐란 이름도 갖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창조해낸 비트코인은 현재 최고 성능의 컴퓨터로도 풀 수 없는 소인수 분해의 수학적 암호 체계(RSA)로 보안성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란 명칭이 가장 적합하다. 

 

비트코인은 그러나 화폐라기보다 자산의 성격이 강해 암호 자산으로 취급된다. 발행 개수가 한정돼 있어 금처럼 희귀 자원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화폐는 가치 저장뿐 아니라 교환의 수단이기도 해 그 점에서는 이더리움 등 나머지 코인들이 보다 화폐에 가깝다. 명칭이야 어찌됐든 탄생 16년 만에 뉴욕증시에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2021년 선물(先物)에 이어 2024년 현물(現物)까지 등록, 거래됨으로써 제도권 금융에 정식으로 발을 들여놓기에 이르렀다. 그전까지 전 세계 금융 당국은 국가의 화폐주권에 도전하는 민간 발(發) 디지털 통화혁명에 격렬하게 반대해왔다. 보수적인 금융업계 거물들도 "아무런 가치 없는 디지털 금융사기에 불과하다"며 애써 의미를 깎아내렸다. 이제 트럼프의 미국 시대는 암호화폐의 2기 경제를 열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가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는 전망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달러 패권에 막혀 실물 및 디지털 경제의 성장이 가로막히자 디지털 위안으로 물꼬를 트려 하고 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민간 암호 화폐에 대응하는 국가 발(發) 암호화폐라 할 수 있다. 투명한 거래 파악에 위조가 불가능하고 국제거래에 비용이 들지 않는 암호화폐의 장점을 금융 당국이 흡수한 공인 디지털 화폐이다. 

 

중국은 내수경제에 더해 자신의 경제 영향권에 있는 주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국가들과의 교역에서 디지털 위안을 사용하며 기축통화국의 지위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미국도 CBDC 발행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은행 역시 이를 테스트 중이다. 중국은 일본이 1980년대 1위 미국 경제에 도전하다가 플라자 합의로 금융 역공을 당했던 과거 교훈을 잊지 않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우주항공 등 미국과 과학기술 전쟁을 치르며 수출금지와 금융제재에 시달리는 시진핑이 디지털 금융패권을 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유세 중 가상자산의 규제를 완화하는 수준을 넘어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자산으로 보유하는 계획까지 공개했다. 그는 7월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미국을 글로벌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고 비트코인을 전략 준비 자산으로 매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게다가 트럼프와 함께 백악관에 입성할 장남과 차남 등 일가가 패밀리 비즈니스로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Defi) 프로젝트를 최근 출범시켰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탈중앙화 금융은 기존의 중앙집권적인 국가 금융체계와 달리,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를 비롯해 자본의 형성과 유통 및 투입을 디지털 기술로 분산화한 시스템을 말한다. 디파이(Decentralized finance)는 현재의 고전 금융 시스템과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할 것이 예상된다. 

 

이제 세계 경제는 2개의 전쟁-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과 빅맨-트럼프, 시진핑, 푸틴-의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서로 부딪히며 한치 앞도 알기 힘든 혼돈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금융투자세 도입을 폐지하며 시장 활성화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암호화폐와 CBDC의 신금융 체계도 잘 정비해 글로벌 흐름에 올라타길 바란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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