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빅테크가 부활시킨 원전

KPI뉴스 / 2024-10-31 10:48:17

원자력 발전이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같은 글로벌 최첨단 기술 기업에 의해 부활하고 있다. 전 산업 분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인공지능(AI)을 더 강력하게 만드는데 깨끗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MS는 AI로 인해 2030년까지 지난 2020년 예상했던 전력량의 5~6배의 전기를 소모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 챗봇의 답변 하나를 듣는 데 종래 인터넷 검색의 소모 전력량(0.3Wh)보다 10배정도 많은 2.9Wh의 전력이 든다. 엄청난 양의 반도체를 가동시켜야 생성 AI의 입을 겨우 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 바라카 원전. [한국전력 제공]

 

1990년대와 2000년대에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에 밀리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위험 시설로 기피되던 원자력발전소가 2020년대 들어 르네상스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22년 말 오픈AI의 챗GPT 등 생성 AI가 인공지능 대중화의 길을 열면서 학습과 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반도체칩 집적단지(데이터센터, IDC)의 막대한 에너지 수요가 새로 생겼다. IDC 1곳에 들어가는 전력은 웬만한 소도시 전체의 소비량인 1기가와트(GW)급이다. 이 정도의 전기를 생산하려면 기존 화력발전소 3~4개, 수백만 장의 태양광 패널이 필요하지만 소형 모듈형 원전(SMR)은 단 1기로도 감당할 수 있다. SMR은 대형 원전보다 건설하는데 돈과 시간이 훨씬 덜 들고, 거의 사고 위험이 없을 만큼 안전하다. 게다가 기후변화를 막는 탄소중립의 청정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추기 위해서도 원전은 필수불가결이다. 들쭉날쭉 불안정한 신재생 에너지 말고, 24시간 중단 없이 무탄소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구글은 SMR 제조기업 '카이로스 파워'와 2030년부터 6~7기의 원전이 생산하는 500MW 규모의 전력을 공급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목표에 매진하고 있지만 인공지능 투자가 늘면서 추가 조치가 필요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구글은 2023년 현재 모든 데이터센터의 소모 에너지 64%를 무탄소 에너지로 공급하고 있다. 아마존도 SMR 업체 '엑스 에너지'에 5억 달러(6800억 원)를 투자해 안정적 에너지 확보에 나섰다. MS는 1970년대 방사성 가스 유출 사고를 낸 미국 펜실베니아 주(州) 스리마일 원전에 16억 달러 투자로 복구 사업을 벌여 2028년부터 20년 간 생산 전력을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빌 게이츠가 투자한 SMR 스타트업 테라파워는 8월 미국 와이오밍에 첫 원전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오픈 AI 역시 샘 알트먼 CEO 후원 SMR 스타트업인 오클로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설계 승인을 획득, 2030년까지 여러 기를 새로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은 전 세계 원전의 5분의 1인 94기의 재래식 원전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수십 년 간 신규 원전을 전혀 짓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50기의 새 원전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돼 있으나 조금씩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체코는 지난 7월 170억 달러 규모의 원전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미국도 빅 테크의 AI 경쟁으로 이제 세계에서 가장 많은 SMR이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이다. 유럽연합(EU)도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정책을 바꾸어 저공해 에너지원에 원전을 포함시키기로 최근 에너지장관회의에서 합의했다. 지난해 두바이에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20개국 이상이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을 3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은행들도 신규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대기 위해 줄을 섰다.

 

전기 에너지는 AI용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전기 자동차의 대량 보급에 따라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전망한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 세계 전력 수요는 전년 예상치보다 6% 증가한 2200TWh(테라와트시)에 달했다. 1GW 규모의 원전을 250개 더 돌려야 할 만큼 전력 수요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AI 반도체 파운드리업체 TSMC를 보유한 대만도 동일본대지진 후 원전 제로를 2025년까지 달성하려던 탈원전 계획을 최근 폐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SMC의 전력 소비량은 최근 5년 동안 70%나 늘어났다. 

 

문재인 정권 때 죽다가 살아난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은 수출을 재개하며 부활의 몸짓에 안간힘이다. 최근 만난 체코 원전 수주의 주역 중 한 명은 "원전 선발국인 프랑스와 미국의 견제 속에서 10년가량 이를 악물고 버틴 끝에 간신히 유럽시장 개방의 물꼬를 텄다"고 눈물겹게 고백했다. 단 몇 년도 내다보지 못하고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른 위정자들의 처절한 반성문을 보고 싶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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