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통합은 '정치'로 시작하고, 지역 간의 '신뢰'로 완성된다

KPI뉴스 / 2026-07-05 17:00:52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제1호 통합특별시이자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새로운 모델이 될 역사적인 도전이다.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 수 있다면 행정통합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다. 그러나 통합은 정치적 결단으로 시작될 수는 있어도, 성공은 지역 간 신뢰 위에서만 완성된다.

 

통합특별시가 출범했지만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아직 크지 않다. '통합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일은 이제부터의 과제다. 이러한 고민은 통합을 현장에서 실행해야 하는 공직사회에서도 적지 않다. 전남 공직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기획·예산·인사·조직 등으로, 기관 유지의 핵심 기능과 실질적인 행정 권한이 특정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다.

 

광주는 이미 정치·교육·의료·문화 기능이 집적된 도시다. 여기에 핵심 행정기능까지 더해질 경우 정책과 예산, 인재가 한 지역으로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는 행정통합이 지역 내 또 다른 집중을 낳는다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취지와도 거리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전남은 22개 시·군으로 구성된 전국 최대의 도시·농어촌 복합지역이다. 생활권은 넓고 인구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으며, 지역소멸 위기 또한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오랜 기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역할을 감당해 온 전남이 통합 과정에서 소외된다고 느낀다면 통합에 대한 신뢰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국 최초의 전남·광주 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첫째, 핵심 행정기능은 전남과 광주에 균형 있게 배치되어야 한다.

 

행정기능의 배치는 단순한 조직 운영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전남의 성장거점 육성과 광주의 경쟁력 강화는 어느 한쪽의 선택이 아니라 상생의 과제다. 두 축이 함께 성장할 때 통합은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된다.

 

둘째, 공무원을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 통합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조직개편과 인사, 근무지 배치 등 민감한 정책일수록 충분한 설명과 소통, 공감 속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구성원의 신뢰를 얻지 못한 개혁은 속도를 낼 수는 있어도 지속되기 어렵다.

 

셋째, 통합의 성과는 단순한 행정 효율이 아니라 균형발전의 성과로 평가되어야 한다.

 

통합의 목적은 전남과 광주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발전모델을 만드는 데 있다. 균형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다.

 

산업안전 분야에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큰 사고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수많은 작은 신호를 놓친 결과다. 지금 공직사회와 노동조합이 제기하는 우려 역시 더 큰 시행착오를 막기 위한 현장의 목소리이며, 통합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소중한 신호다.

 

노동조합은 변화를 막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 더 큰 실패를 예방하기 위해 가장 먼저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작은 신호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로 여기고 지나친다면, 결국 더 큰 갈등과 조직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훨씬 많은 행정력과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작은 경고를 존중하는 것이 가장 책임 있는 특별시장의 리더십이며 가장 효율적인 행정이다. 지금 통합에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속도가 아니라 더 깊은 경청과 더 큰 공감이며, 무엇보다 지역과 구성원 간의 신뢰를 쌓는 일이다.

 

그동안 민형배 특별시장은 통합 추진 과정에서 균형 있는 조직 운영과 공정한 인사를 약속해 왔다. 이제는 그 약속이 실제 정책과 조직 운영을 통해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약속이 지켜질 때 신뢰가 생기고, 신뢰가 쌓일 때 통합은 성공할 수 있다. 통합은 청사를 합치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잇는 일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한 통합은 오래갈 수 없다.

 

노동조합은 대한민국 최초의 통합특별시가 국가균형발전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균형발전과 공정한 조직 운영, 그리고 구성원의 신뢰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전남은 행정과 산업·경제, 농수산업, 신재생에너지의 중심으로, 광주는 정책 선도와 도시혁신, 미래산업의 중심으로 각자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 두 지역이 서로를 신뢰하며 균형 있게 발전할 때 통합특별시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며, 이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의 성공을 이끄는 대표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박성일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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