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새해 초의 가장 큰 과학기술 산업 전시회인 연례 '소비자 가전쇼(CES)'가 개막했다. 전 세계의 빅테크 기업들이 자신의 최신 기술을 뽐내는 미래 트렌드 장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기업과 학계, 공무원 등 각계 인사들이 CES 투어에 나섰다. 하나라도 더 보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 |
| ▲ 7일(현지시각)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박람회 'CES 2025' 죽스(Zoox) 전시관 방문객들이 자율주행 자동차를 둘러보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20년 인수한 죽스를 통해 자율주행 택시를 선보이고 있으며 라스베이거스 시내에서 시험 운행도 하고 있다. [뉴시스] |
가전쇼란 명칭에서 보듯 원래는 TV,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의 전시회였던 CES는 전통적인 제조업이 지식기반의 디지털 산업으로 변화하면서 내용이 크게 바뀌었다. 가전은 귀퉁이로 밀리고, 그해마다 가장 앞선 첨단유행 제품과 서비스가 주인공으로 급부상했다. 디지털 전자기기와 무관할 것 같은 드론, 전기 차와 자율주행차도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CES에 자동차업체들이 하도 많이 참석하다보니 정작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처럼 전통적인 자동차만의 전시회가 파리를 날릴 정도다.
올해 무슨 컨셉트의 제품이 주목을 받을까 하는 미디어의 관심 자체가 그해 기술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는 단초가 된다. 작년만 해도 인공지능(AI) 접목 제품들이 줄지어 나왔다. 올해도 AI 돌풍은 여전하지만 '전기 먹는 하마' AI의 에너지 절감에 기여하는 녹색 에너지 기술, 그리고 무형의 AI 소프트웨어가 쇠와 플라스틱으로 된 로봇이나 안드로이드에 탑재되는 AI 로봇 기술이 선을 보였다. 우리나라 KAI는 AI 방산 테크놀로지를 소개했다. CES를 오래 취재해온 테크 전문 미디어 더밀크의 손재권 대표는 패널 토크에서 "AI가 모든 곳에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치운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고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대사를 인용해 관객의 호응을 받았다. 혹자는 "AI가 본격 상용화하는 시대를 열었다"고 평했다.
또 하나는 먼 미래의 일일 것만 같던 양자 기술이 제품과 서비스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아이온큐, 퀀텀컴퓨팅 같은 선도기업들의 주가가 작년 연말부터 요동쳤다. 구글에서 새로운 양자 칩 '윌로우'를 공개한 게 지난해 12월 10일이다. 슈퍼컴퓨터로 10의 25제곱 년이 걸릴 표준 벤치마크 계산을 단 5분 안에 해내 상용화를 성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현재의 공개키 값 기반(RSA) 암호에 기반한 암호화폐 유통체계를 허물 수 있다는 우려에 비트코인 가격이 일시적으로 내릴 정도였다. 갈수록 실험실의 갇힌 기술이 아니라 시장에 근접한 열린 기술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트렌드로 무장한 기술의 진격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연말연시는 새로운 희망과 기대, 그리고 우려와 근심이 교차하는 시기이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를 이끄는 트럼프 2.0의 미국 주식 가격은 작년 말부터 올해 열흘 가량 동안 널뛰기를 하고 있다. 특히 기술 주식들이 그렇다. 트럼프 취임 후 잔뜩 기대치를 높인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빅테크 주가는 한껏 치솟았다가 '붕괴가 임박했다' '지나친 고평가' 등 비관적 견해에 바닥으로 내리꽂히기도 했다.
과연 기술은 성장 한계에 막힌 21세기를 구원할 것인가, 아니면 거품이 꺼지며 차디찬 '디지털 블랙먼데이'를 불러올 것인가. 위에 열거한 미래 유망기술의 약진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이다. 그러나 중간 중간 의심과 공포에 질린 대중의 후퇴 또한 당연한 작은 흐름이다. 멈칫멈칫, 주춤주춤, 주가 그래프든 역사의 경로든 갈짓자, 나선형 진보를 하게 마련이다.
여러분은 미래를 향해 뛰어드는 기술진보주의자인가 혹은 뒤를 돌아보며 속도조절을 하는 기술보수주의자인가. 30년 경제과학기자로서 나는 20세기 맨 뒤 25년(1975~2000)과 21세기 맨 앞 25년(2000~2025)을 지나 산업시대는 지능정보 시대로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했다고 믿는다. 현재 벌어지는 근본적인 변화는 산업혁명처럼 200년 이상 지속되며 세상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영구하게 바꿔버릴 것이다. 그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는 개인과 조직은 생존하고 그렇지 못한 이는 도태할 것이다. 디지털 적자생존의 자연선택이 시작됐다.
![]() |
| ▲ 노성열 논설위원 |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