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꿈의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대 오나

KPI뉴스 / 2025-02-27 11:10:30

독일 과학의 자랑이자 노벨상의 산실, 바로 막스 플랑크 연구소이다. 이 플랑크가 종래 파동이라 여기던 빛의 입자성에 주목한 광양자설을 1900년 처음 주장했다. 이어 1924년 막스 보른이 원자와 원자를 구성하는 아(亞)원자 입자 등 미시(微視) 세계의 물리법칙을 묘사하기 위해 '일정한 양'이란 뜻의 양자(量子, quantum)란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 양자역학은 17세기 아이작 뉴턴이 정립한 고전역학을 보완하면서 20세기를 지배했다. 원자의 세계를 설명하는 양자물리학이 고전물리학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은 물리량이 언덕처럼 연속적이지 않고 계단처럼 단절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온 현대의 과학기술사 흐름과 완전히 일치한다. 오늘날 우리는 양자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양자 컴퓨터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양자역학이 작용하는 미시계는 일상 물리법칙이 아닌 다른 운동법칙이 작용한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물리학 천재였던 고 리처드 파인먼 교수의 말마따나 세상에 양자역학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양자는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괴이한 성질을 갖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양자 중첩(superposition)과 양자 얽힘(entanglement)이다. 중첩은 하나의 양자가 두 가지 상태를 동시에 나타낸다는 뜻이다. 흔히 빛의 파동성과 입자성을 동시에 설명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으로 잘 알려졌다. 얽힘은 2개의 양자가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1개 양자의 상태 변화가 멀리 떨어진 양자에 즉각 반영된다는 개념이다. 양자 중첩은 양자 컴퓨터, 양자 얽힘은 양자 정보통신의 기본원리로 쓰인다.

 

새해 들어 그동안 먼 미래의 꿈으로만 생각했던 양자 컴퓨터가 곧 시장에 선보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장 최신 뉴스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하면서 알려진 '마요라나1'이라는 이름의 양자 칩(chip, 반도체)이다. MS측은 100만개 큐비트 급 양자 컴퓨터를 상용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며, 수년 내 실물을 선보이겠다고 장담했다. 위상차(位相差) 방식을 이용해 그간 양자 컴퓨터 완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던 다수 큐비트 상호작용 시 결맞음이 깨지지 않고 안정을 유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론적인 설명은 너무 복잡해 생략하지만 반신반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만약 사실로 판명나면 정말 놀랄만한 돌파구가 열리게 된다. 아직 논문에 공개한 실험치 외에 다른 검증용 자료를 모두 내놓지 않아 MS의 발표를 세상이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가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점도 이를 충분히 감안한 움직임이리라.

 

이에 앞서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2월 구글은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로 10의 25제곱 년이 걸릴 계산을 자사 양자 칩 '윌로우'를 이용해 단 1분 만에 풀었다고 발표해 세상을 열광시켰다. 오래 가진 않았지만 구글의 주가는 단숨에 치솟았으며 경쟁사인 아이온큐, 퀀텀컴퓨팅, 리게티 컴퓨팅 등 다른 양자컴퓨터 개발회사의 주가까지 폭등하기에 이르렀다. 그만큼 "이제는 드디어!"하고 현실화를 예감하는 시장의 기대가 컸다는 뜻이다. 구글은 2019년 '시커모어'라는 이름을 가진 양자 칩으로 사상 최초의 양자 우위(supremacy) 달성의 기록도 역사에 남겼다. 양자 우위란 전통적인 컴퓨터보다 양자 컴퓨터가 계산력에서 훨씬 앞설 것이라는 가정(假定)을 말한다. 당시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당시 최고의 슈퍼컴으로 1만년 걸릴 계산을 시키모어로 단 3분20초에 해치웠다고 밝혔다. NASA는 2018년부터 구글과 양자 컴퓨터를 공동 개발하고 있었기에 이 뛰어난 계산 성과는 결국 구글의 작품으로 판명났다. 이후 경쟁사이던 IBM이 연구소장 명의로 이를 반박하며 양자 우월성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자 구글이 다시 발끈해 네이처에 자료를 추가 공개하는 등 공방이 벌어졌었다.

 

결론적으로 최근 몇 개월 사이에 벌어진 두 가지 대형 발표, 그리고 1월 라스베가스 소비자가전쇼(CES) 직전에 양자 상용화에 대한 대중의 높아진 기대를 모두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판단이 가능하다. 첫째, 거짓말 공방이 잦아진다는 뉴스는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고자 하는 경쟁사 간의 선두 싸움이 매우 치열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둘째, 증권시장에 상장된 양자 컴퓨터 회사들의 주가가 치솟아다가 추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반복하는 현상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을 지나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개인적으로 당장 올해가 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양자의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판단이 든다. 양자 컴퓨터의 현실화는 알려진 대로 현재 거의 모든 암호의 기반인 소인수분해 기반의 RSA 방식 암호체계의 와해를 예고한다. 비트코인을 포함해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 화폐 역시 위험해진다. 물론 새로운 양자 암호 방식이 궁극적으로 재등장하겠지만 그동안 정권교체기의 혼란이 예상된다.

 

지금의 소프트웨어 기반의 폰노이먼 방식 현대컴퓨터는 20세기 초 앨런 튜링이 구상한 계산 기계 논문으로 출발해 진공관 방식의 미국 ENIAC을 거쳐 1960년대에 처음 출현했다. 탄생한지 불과 70여 년 만에 무섭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더 나은 계산 기계를 요구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와 AI의 결합이 가져올 미래 세상을 그리려면 공상과학(SF)에 가까운 상상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KPI뉴스 논설위원(2024.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대외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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