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로봇으로 싸우는 기계전쟁 시대

KPI뉴스 / 2025-01-23 15:02:40

미국의 군사 인공지능(AI) 기업 '팔란티어'가 주식시장에서 '록히드마틴'을 넘어선 시가총액을 찍었다. 국가안보 분야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기계전쟁의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록히드마틴이 어딘가. 대당 1억 달러(1400억 원)짜리 최신예 F-35 전투기를 생산하는 전통 방산기업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21세기 전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여준 드론 등 AI 무기가 세대교체를 선언해버렸다. 트럼프 2.0에서 정부 효율화 수장을 맡을 일론 머스크는 "아직도 F-35 같은 유인전투기를 만드는 멍청이들이 있다"며 비싸고 비효율적인 재래무기를 한껏 비웃었다.

 

팔란티어는 '페이팰(paypal) 마피아'로 지칭되는 1990년대 실리콘밸리 1세대 창업자 피터 틸과 동료들이 20여 년 전 세운 군수업체다. 틸은 초기 사이버 결제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을 깨닫고 여러 회사를 연쇄 창업했다. 그 중 하나가 군사 빅데이터 전문기업 팔란티어이다. 팔란티어는 우리나라 서학개미들이 테슬라에 이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미국 주식종목이기도 하다.

 

팔란티어의 압도적 성능은 '온톨로지(ontology)'로 불리는 데이터의 개념 체계로부터 나온다. 지금까지 AI는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패턴을 찾는 딥러닝 방식이 주류였다. 알파고, GPT가 그 산물이다. 그런데 온톨로지는 AI의 학습 방식 중 지금은 잊혀진 규칙 기반(rule-based) 설계에 바탕을 두고 있다. 쉽게 말해 백과사전처럼 데이터의 분류 체계를 트리(tree) 구조로 쌓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무의미한 데이터는 유의미한 정보로, 정보는 더욱 걸러져 내게 필요한 지식이 된다. 팔란티어는 "빅데이터 아닌 지식으로 AI를 학습시키면 훨씬 빨리, 더 사람 주인의 판단에 가깝게 답을 준다"고 설명한다. 팔란티어의 군사 AI는 디지털 지휘체계(C4I)나 보급망 관리 같은 사령부 지원뿐 아니라, 드론·탱크·보병 같은 기계화 병력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잡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팔란티어의 데이터 분석 기술은 적이 이쪽 낌새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현재 빅테크들은 AI를 로봇에 심는 중이다. 사람처럼 걷고 손발을 움직이며 대화까지 나누는 휴머노이드가 머지않아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GPT 개발사인 오픈AI는 로봇 스타트업 투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체 휴머노이드를 만들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테슬라는 이미 '옵티머스'라는 이름의 로봇을 해마다 업그레이드된 성능으로 공개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앱트로닉의 로봇에 AI를 제공하기로 했다. 로봇 '아폴로'는 키 173cm, 무게 72.5kg의 인간형 휴머노이드로, 내년 말부터 벤츠 자동차 공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아마존도 스타트업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함께 물류용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을 지난해부터 자사 물류 창고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AI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를 해 온 빅테크들이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표적 분야가 로봇이다. 골드만삭스는 2035년까지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가 3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사 노동을 대신하고, 배달을 하는 등 사회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미래가 더욱 빨리 다가온다는 것이다.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비행기와 전차 등 기계화 군단이 전쟁에 들어왔다. 이제 인공지능이 사람 대신 비행기와 전차를 모는 시대가 됐다. 로봇 군대가 전장을 휩쓰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마당에 대한민국의 전직 정보사령부 사령관이란 작자가 점집을 운영하며 계엄 날까지 신점을 쳐 점지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AI 시대의 무당은 낙후된 한국의 군사 시스템을 대변하고 있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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