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딥시크 평가 절하하지만 中 AI 논문양·인재수 등 세계정상급
전력인프라·미래 개척산업도 선두…한국, 양국 사이 생존공간 필요
중국 발(發) 인공지능(AI) 폭풍이 세계에 휘몰아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날인 1월 20일 공개된 중국판 챗GPT '딥시크(Deep Seek)' R1 버전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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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스마트폰 화면에 'DeepSeek' 앱 페이지가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
중국과 한국의 음력 설 연휴를 앞두고 유학 경력도 없는 순수 국내파인 저장(浙江)대 출신의 천재 CEO가 딥시크를 시장에 내놓자 불과 일주일 만에 테슬라, 구글, 아마존, 오픈AI 등 '매그니피선트 7'으로 불리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AI 모델 제작비용은 10분의 1인데 성능은 거의 비슷해 미국에게 '제2의 스푸트니크 쇼크'로 다가왔다. 1957년 소련이 세계 최초로 쏘아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는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겨주며 미·소의 우주경쟁 시대를 열었다. 존.F.케네디 대통령은 문 샷(Moon Shot) 프로젝트, 즉 아폴로 우주선의 달 유인 착륙에 성공함으로써 통쾌한 복수에 성공했었다. 이번에도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중국의 선제공격이 시작되자 미국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하루 다음인 21일 백악관에서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창업주를 대동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했다.
AI 합작사 스타게이트에 향후 4년간 5000억 달러(약 730조원) 이상을 투자해 미국에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 등 글로벌 동맹 기업의 투자와 기술을 끌어와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완성함으로써 AI 산업에서도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공약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회견 직후 스타게이트 합작사 대표들은 한국 등 세계를 돌며 동맹군 규합에 나섰다.
스타게이트는 흡사 외계의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해 뭉친 지구 최강 전사 집단처럼 보인다. 미국·일본·중동의 'AI 어벤저스 군단'이다. 오픈AI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의 미군과 소프트뱅크의 일본군, 그리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 국영 AI 펀드인 MGX가 손을 잡았다. 목표는 중국이라는 공동의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연합군이 트럼프 2기 정권의 출범에 맞춰 결성되긴 했지만, 사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기조는 트럼프 1기와 바이든 정권 때도 꾸준히 지속돼왔다. 한마디로 정파를 초월하는 미국의 대중견제 생존전략이다.
화웨이와 틱톡이 미국에 발을 못 붙이게 하는 동시에, 고성능 AI 칩은 대중수출을 금지했다. 동맹국에게도 동참을 요구하며 중국 봉쇄의 벽을 쌓아올렸다. 멕시코에는 불법인력 유입을 막는 콘크리트 장벽을, 중국에는 기술 유출을 차단하는 무형의 금수(禁輸) 장벽을 설치한 것이다.
미국의 의도는 명확하다. 헐리웃 영화 어벤저스의 세계관을 빌어 이야기하면 캡틴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자유민주주의 AI 어벤저스 군단을 꾸려 사회주의 기술 집단에 맞선다는 것이다. 각자 특기를 가진 AI 슈퍼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빌런을 물리치자고 트럼프 대장이 외치고 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슈퍼히어로들은 한판 승부로 달려갈 모양이다. 스타게이트 대(對) 딥시크의 대결이다. 미국 입장에선 악당 타노스 군단을 물리치는 AI 어벤저스의 엔딩게임이 될 것이다. 이들이 한바탕 맞붙어 결판을 낼 AI 패권 싸움의 결과가 21세기 강대국 지위를 가르게 된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미국 내에는 중국의 딥시크를 평가 절하하는 의견도 제법 많다. 이미 미국 기업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정제한 데이터와 계산을 마친 AI 모델링 리소스를 개방형 생태계에 올라타 맘껏 썼다는 주장이다. 재주는 미국 곰이 부리고 재미는 왕 서방이 봤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국의 AI 인프라는 만만치 않다. AI 논문의 양에서 미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지 오래다. 이공계 대학을 졸업한 AI 인재의 수는 인도와 더불어 세계정상급이다. AI 데이터센터 수급용 대용량 전기를 생산할 원전·수력·태양광 등 전력 인프라도 미국보다 한수 위다. 드론과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CCTV 산업은 세계 1위이다. 우주항공, 뇌 과학과 양자 컴퓨터·통신 같은 미래 개척 산업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루 간격으로 펀치를 주고받은 어벤저스와 타노스 군단의 전쟁은 오래 갈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희생도 따를 전망이다. 이쪽이냐 저쪽이냐 편 가르기와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리라. 대한민국은 어디에 서야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중간의 생존공간을 찾아내야 한다. 두 거인 사이에서 양쪽 모두에 요긴한 필수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국을 빼고는 뭔가 되는 일이 없도록 나만의 필살기를 보유해야만 한다. 살아남으려면 대학·연구소·기업은 원천기술을 공부하고, 공무원·정치인은 신속하고 효율적인 제도 설계로 이들을 도와야한다. 우리도 전래의 슈퍼히어로 홍길동이 있지 않은가. 홍길동 스타트업이 짠하고 나타나 탐관오리를 척결한 후 백의민족을 이상향 율도국으로 이끄는 해피엔딩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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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성열 논설위원 |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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