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넷제로(Net Zero) 시티. 탄소배출량 0의 카본프리 에너지 인프라를 갖춘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도시를 부르는 명칭이다. 아직 세상에 존재하진 않는다. 설계도만 있는 미래 도시계획일 뿐이다. 하지만 완성된다면 21세기의 가장 잘 팔리는 수출상품이 될 것이다. 지구촌 모든 국가가 산업 및 주거 공간을 구성하는 전력 공급(grid), 교통과 통신, 상하수도 망(網) 등 기본 네트워크를 AI로 최적화해 제어하면서 동시에 지구 온난화도 방지하는 친환경 지능 도시를 새롭게 건설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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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도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우리나라에도 이 미래 도시를 개발하는 곳이 있다. 지난 14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중앙연구원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개발 중인 SSNC를 보기 위해서였다. SSNC는 '소형모듈원자로 기반의 스마트 넷제로 시티(SMR Smart Netzero City)'의 준말이다. 소형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에서 생산한 청정 전기로 도시 전체의 산업·주거 시설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자급형 스마트 도시를 말한다. 한수원 중앙연구원은 국내 2개 도시와 해외 3개 도시 등 총 5개의 SSNC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했다. 컴퓨터로 돌려보니 기존 도시보다 30% 에너지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SSNC의 전도사다. 그는 지난해 5월 미국 애틀랜타 'SMR과 혁신 원자로(SMR & Advanced Reactor) 2024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한국형 SMR 기반의 SSNC를 전 세계에 소개했다. 유럽, 동남아, 중동 등에 대·소형 원전뿐 아니라 스마트 시티와SMR을 한 세트로 묶은 SSNC를 수출하겠다는 것이 황 사장의 꿈이다.
여기서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부터 알아보자. SMR은 대형원전을 100분의 1 크기로 축소한 일체형 원전이다. 일체형이란 보온병처럼 밀폐용기 안에 원전이 통째로 담겼다는 뜻이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통(모듈) 하나에 담았다.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캐나다 등 세계 80여 기업이 먼저 개발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송배전이 어려운 오지에 하나 설치하면 환경오염 없이 인구 수십만 명이 쓰는 전기를 생산한다. 특히, 한수원의 한국형 SMR은 작지만 발전용량은 대형원전 10분의 1에 육박하는 강소 원전이다. 더 중요한 점은 기존 원전보다 위험을 1000분의 1로 줄였다는 것. 과거 대형 사고는 천재지변 등으로 전원이 끊겨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재를 제대로 공급해주지 못해 주로 발생했다. 한수원 SMR은 만약에 정전이 발생하더라도 냉각수가 물탱크에서 절로 흘러내리도록 완전피동(被動) 안전설계가 적용됐다. 값도 기존 원전 건설비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게다가 탄력운전까지 가능하다. 출력을 오디오 볼륨처럼 줄였다 늘렸다 한다. 그래서 SSNC 안에 함께 설치된 태양광·풍력 신재생 에너지 단지와 상호보완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발전량이 날씨에 따라 변화하므로 모자랄 때 SMR을 더 많이 돌리면 된다.
한국형 원전 스마트시티 SSNC는 막대한 전기를 잡아먹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완벽한 파트너다. AI 데이터센터는 연간 10메가와트(MW)를 소비하는 일반 인터넷데이터센터(IDC)보다 전기를 2~10배 더 필요로 한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으로 단순하게 구성된 IDC에 비해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된 GPU, TPU, AI 가속기를 집중적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특히 AI 학습은 어마어마한 연산량을 요구한다. 그만큼 전기가 더 든다. 예컨대, 오픈AI의 챗GPT는 질문 하나당 답변에 2.9와트시(Wh)의 전력을 소모하는데, 이는 구글 검색의 0.3Wh보다 약 10배 더 많다. 10MW급 중형 IDC만 해도 한국의 연평균 전기 소비량 기준 23만 가구(79만 명)분 전기를 잡아먹으니까, 100MW급 AI 데이터센터 1곳은 인구 800만 명의 도시 전기를 혼자 다 쓴다고 얼추 계산된다. SSNC에는 170MW 발전용량의 모듈 4기를 묶은 680MW급 한국형 SMR이 들어가므로 AI 데이터센터와 배후 산업·거주 시설에까지 충분히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아직 우리 SSNC 같은 패키지 모델이 없다. 개별적으로 SMR 기업과 전기 공급 계약을 맺거나 원전을 사들일 뿐이다. 구글은 미 SMR 업체 카이로스파워와 500MW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2030년까지 넷제로 달성이란 환경 목표를 세웠지만 AI 데이터센터 가동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탄소배출량이 늘어서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역시 데이터센터용 청정전기를 생산하는 원전과 손을 잡거나 아예 사버렸다. 만약 한국의 SSNC가 AI 데이터센터 바로 옆에서 SMR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돌려 배후 산업·주거단지에까지 깨끗하고 넉넉한 전기를 대준다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SMR은 각 구성 요소를 레고 블록처럼 따로 생산해 건설 현장에서 조립해 맞추면 되므로 싸고 빨리 건설할 수 있다. 이 같은 편의성과 높은 안전성은 원전을 에너지 수요처 인근에 세울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대형 원전의 경우 대부분 안전과 용수 공급 등을 고려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에 건설돼 인접 수요처에만 전기를 주거나, 멀리 보내려면 막대한 송전 비용이 드는 것과 대조적이다. SSNC는 도심 속 AI 데이터센터나 공항, 항만의 배후 산업단지 바로 옆에 거대한 전기 공급원을 가진 도시이다. 에너지와 인공지능이 안성맞춤으로 결합한 미래의 도시를 우리가 가장 먼저 완성하면 차세대 주력 수출상품으로 손자 세대까지 먹여 살릴 것이다. 한수원의 분발과 국력을 총동원한 지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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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성열 논설위원 |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KPI뉴스 논설위원(2024.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대외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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