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인공지능(AI) 경제, 기술에서 제도로

KPI뉴스 / 2024-09-05 14:54:50
AI '제품 경쟁'→'법과 정책 경쟁'으로 흐름 바뀌어
한국, 국가인공지능위원회 발족 등 발빠른 제도화
'AI 강국' 위해 제도화 기구 선제·독창적 움직임 필요

인공지능(AI) 경제가 기술에서 제도로 넘어가고 있다. 더 성능이 우수한 AI 모델을 남보다 먼저 시장에 내놓는 '제품 경쟁'에서 더 안전하고 신뢰 가능한 AI 표준을 선점하는 '법과 정책 경쟁'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8월 초 빅테크 주가가 폭락했던 블랙먼데이를 계기로 AI 랠리의 종말을 우려하는 AI 겨울론(論)이 부상하면서, 새로운 개발과 투자보다 지금 나와 있는 제품을 잘 쓰는 쪽으로 관심의 축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는 막대한 에너지와 데이터 및 컴퓨터 비용이 들어가지만 산출물의 가치가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낭비적 기술이란 비판까지 겹쳤다. 이제 AI는 인간 사회에 유해하지 않은 '착한' 기술이고, 전(前)시대 산업사회의 효율을 지수적으로 급성장시킬 '혁신' 기술임을 스스로 입증해야할 단계로 진입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발맞춰 AI 제도화의 틀을 갖춰가고 있다. 정부는 7월말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발족했다. 민관 합동으로 45명 안팎의 정부·민간 위원들이 △인공지능 관련 주요 정책 △연구개발 및 투자전략 수립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확충 △규제 발굴 및 개선 △인공지능 윤리원칙의 확산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교육·노동·경제 등 각 영역의 변화와 대응 등 국가 인공지능 정책 전반을 심의하고 조정하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5월초 'AI 시대의 신(新)산업정책위원회'를 출범시켜 산자부 장관과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이 공동 위원장으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우리 수출 주력산업의 AI 전환을 모색할 계획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도 7월 중순에 국내 최초의 AI정책대학원을 개원했다. 다른 대학에도 있는 AI 대학원과 달리, 정책 분야에 특화된 교육기관이다.   

 

한국뿐 아니라 주요 AI 선진국들이 법과 정책의 제도 완비에 주력하는 이유는 향후 AI 제도화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자 새로운 수출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UN, OECD 등 국제기구의 AI 스탠더드는 국제 법처럼 세계 공통의 분쟁 해결기준으로 정착할 것이다. ITU, IEEE 등 기술단체에서 제정하는 AI 표준은 국제 무역의 인증 요건으로 확립될 전망이다. 

 

그런데 전제조건이 있다. 자국의 AI 제도를 먼저 완성한 국가만이 국제사회의 논의와 합의를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형, 중국형 AI 제도가 먼저 완비된다면 이를 추종하는 얼라이언스(동맹국)를 탄생시킬 공산이 크다. 국제 AI 법과 정책에 서로 자기 연맹의 목소리를 반영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 것이다. 이 중 채택되는 표준이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형성한다. 현재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정책에 역행하는 제품은 아예 수출이 안 되는 것처럼 AI 표준을 지키지 않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는 국경을 넘지 못하게 된다.   

 

AI 기술 전쟁에서 미·중에 뒤진 유럽은 세계 최초로 성문화된 인공지능 법을 만들어 이미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EU 지역에 수출하려는 기업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브렉시트한 영국은 AI 안전성 정상회의를 개최해 주도권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미국도 대선이 끝나면 현재 대통령의 행정명령 상태에 머물고 있는 AI 법규를 보다 정교하게 완성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에 이어 AI 강국의 지위를 차지하려면 이제 막 출범한 AI 제도화 기구들이 보다 선제적이고 독창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K 컬처도 좋지만 K 제도는 우리 아이들까지 먹여 살릴 글로벌 플랫폼이 될 것이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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