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트럼프 2.0'은 IP가 핵심경쟁력 …문화강국 한국의 기회

KPI뉴스 / 2024-11-28 16:57:13

지식재산권(IP)이 트럼프 2.0 신세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자국으로 들어오는 반도체, 자동차 등 수입 제품에 모두 관세를 매기더라도 무형의 아이디어에는 세금을 부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 수지는 2023년 기준 1억8000만 달러(약 2407억 원)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허와 실용신안, 상표 및 프랜차이즈 권 등 산업재산권이 –18.6억 달러 적자인 반면, 문화예술과 연구개발 및 SW 저작권은 22.1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산업화 시대에서 정보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대한민국이 제조 강국에서 문화·과학기술 강국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미국 헐리웃 영화와 프랑스 패션, 독일 기초과학을 짝사랑했던 코리안이 이제는 매력적인 문화와 참신한 R&D 파워로 전 세계에 IP를 수출하는 지식재산인(人)으로 거듭 나고 있다.

   

▲ 픽사베이

 

지식재산권은 영어 Intellectual Property를 지적 소유권이라고 부르다가 용어를 바꾼 것이다. 아는 게 돈이 된다? 머릿속 추상적인 관념에 경제적 가치가 있다? 하지만 IP 사회가 도래하기 전에도 동서 현자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한시로 된 권학문(勸學文)을 보면 대강 '책 속에 재물과 미인과 권력이 있다'는 투였다. 탈무드 역시 '운동이 건강한 몸을 위한 약속이라면, 독서는 건강한 정신을 위한 양식'이라며 읽기를 강조하고 있다. 전근대의 문인 통치, 철인 정치 철학을 지금의 잣대로 볼 순 없지만, 책을 지금의 디지털 콘텐츠로 치환하면 결국 정보가 돈과 권력이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모든 정보가 다 돈이 되는 건 아니다. 정보(Information)는 체계적으로 정리할 때 지식(knowledge)으로 업그레이드된다. 지식재산권의 지식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업화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창의적 발상을 일컫는다. 이 발상은 종류에 따라 특허, 실용신안, 상표, 디자인, 저작권, 초상권(publicity) 등으로 나뉜다. 크게 보아 실물을 기반으로 한 특허 및 유사 권리와 무형의 글, 그림, 음악 등 창작자의 저작권으로 양분할 수 있다. 둘 다 탄생과 발전 과정이 좀 다르지만 대체로 특허는 산업화 시대, 저작권은 정보화 시대를 대표한다. 특허는 베네치아 상인의 뛰어난 인재유치 정책에서 시작돼 산업혁명의 발상지 영국에서 꽃을 피웠다. 미국은 이를 이어받아 에디슨 등 걸출한 아이디어맨의 특허로 세계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다. 저작권은 18세기 영국에서 책의 저자를 보호하는 권리로 태어나 20세기 후반에야 본격적으로 꽃을 피웠다. 21세기 들어 인공지능(AI)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저작권은 제2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침 대통령 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11월 2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지식재산과 인공지능' 국제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IP 첨단기술국 국장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AI가 초래한 IP 법제도와 정책의 변화상에 관해 따끈따끈한 최신정보를 교환했다. 

 

이광형 국가지식재산위원회 공동위원장(카이스트 총장)은 축사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학습용 데이터에 보호받는 저작물이 포함될 수 있다는 문제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가 등의 쟁점을 동반하고 있다"며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2020년부터 2년 간 '인공지능-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를 운영했고, 올해 8월에는 '초거대 인공지능 등장에 따른 지식재산 쟁점 대응방안'을 연구하며 지식재산 보호와 활용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 제도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지식재산이 인공지능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게 된 직접적 계기는 2022년 말 챗GPT를 필두로 한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이다. 알파고로 추억하는 초기의 추론형 AI는 패턴 추출에 필요한 빅데이터 학습에서 저작권 침해 문제를 조금씩 노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는 저작권보다 주로 동의를 받지 않는 개인정보의 침해가 더 큰 이슈였다. 본격적으로 저작권 이슈가 제기된 것은 문화예술 생성 창작물의 AI 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저작권 침해, 그리고 결과적으로 생성된 AI 콘텐츠의 저작권 등록 가능 여부로 시끄러워지면서부터다. 현재 각국의 법원은 생성형 AI의 저작권 침해와 등록 가능 이슈에 대해 통일된 판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직 법리 논쟁이 치열하다. 대체로 저작권 침해는 '적정 보상'으로 귀결되고 있다. 저작권 등록은 자연인 아닌 AI를 법인처럼 의제(擬制)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지식재산권이 인공지능을 포괄하는 상위개념인 만큼, AI 기술 발전에 따라 IP 정책과 법제도 역시 유동적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21세기는 IP 경제 전쟁의 시대이다. '매그니피선트 7'으로 불리는 미국의 아마존, 구글, 애플, 엔비디아 등 빅테크는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IP 수수료를 챙겨 국부를 늘리고 있다. OTT로 불리는 신흥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드라마, 영화의 구독료로 문화예술 IP 수입을 올리고 있다. 노벨과학상을 수상한 기초 과학과 기술 강국인 미국과 유럽에서 이를 응용한 막대한 산업재산권 수익을 올리는 것은 라이센스 지불 설움을 겪어본 우리가 더 잘 안다. 바야흐로 한국이 IP 강국으로 발돋움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 정부와 국회, 산학연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를 개척해나가야 한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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