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차기, 축국에서 발전된 것' 견해 다수
단정은 무리…'축국과 큰 관련 없다' 시각도
축국 형태 다양…축구 연상시키는 점 있어
제기차기와 맥이 닿아 보이는 요소도 공존
드라마 '오징어게임' 시즌 2가 인기를 끌면서 여기에 나오는 게임들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기차기도 그중 하나다.
인터넷상에서는 '오징어게임'의 제기차기 유래를 고대의 공놀이인 축국에서 찾는 글을 접할 수 있다. 제기차기는 축국에서 비롯된 놀이라고 단정적으로 서술한 경우도 있다. 정말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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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을 하루 앞둔 2023년 1월 21일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서 열린 '2023년 설맞이 한마당' 행사에서 어린이들이 제기차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결론부터 말하면, 개연성은 충분하나 단정은 무리로 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편찬한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제기차기가 축국에서 발전된 것이라는 견해가 많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축국과 큰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서술돼 있다.
축국은 가죽 주머니로 만든 국(鞠)이라는 공을 차며 노는 놀이다. 처음에는 털, 쌀겨 등으로 주머니를 채워 공을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을 넣어 공을 차는 모습이 나타난다.
먼 옛날 중국에서 탄생한 축국은 무술 연마와 군사 훈련 목적으로 주로 행해지다가 점차 입춘, 한식 같은 특정한 절기에 즐기는 민간 세시 풍속으로 바뀌어 간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을 거쳐 일본에도 전해졌는데, 일본에서는 케마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한국에선 삼국 시대부터 축국을 즐겼다. 삼국에 모두 축국이 유입됐다고 얘기된다. 중국 사서에는 고구려 사람들이 축국에 능하다고 기록돼 있다. 축국은 조선 후기까지 한반도의 주요 놀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김유신·김춘추 사례는 한국사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축국 이야기로 꼽힌다. 축국을 하다가 김유신이 김춘추의 옷고름을 밟아 떨어지게 만들었고, 김유신의 여동생 문희가 옷고름을 꿰매준 것을 계기로 김춘추와 부부의 연을 맺는다는 내용이다.
삼국유사에 김유신이 일부러 밟았다고 기록돼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김유신이 처음부터 정략결혼 등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옷 수선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 김춘추를 자기 집에 데려간 다음 여동생을 불러 바느질하게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유신·김춘추 이야기는 축국과 제기차기가 큰 관련이 없다고 보는 쪽에서 근거로 삼는 사례 중 하나다. 옷고름을 밟아 떨어지게 만들 정도면, 이들이 한 축국은 몸싸움과 거리가 먼 제기차기보다는 오늘날의 축구에 가까운 격렬한 운동 아니었겠느냐는 주장이다.
김유신과 김춘추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축국을 했는지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 문헌 등을 살펴보면 축국은 경기 방법이 여러 가지였음을 알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네모난 구장에서 두 팀이 위쪽에 그물을 묶은 구문(毬門)이라는 골문을 만들고 공을 집어넣는 것을 겨루는 방식이다. 구문 수는 일정치 않아 하나만 세우는 경우도 있었고 두 개를 세울 때도 있었다. 구문을 만드는 대신 땅에 구멍을 파고 공을 넣는 방식, 두 명이 마주 보며 공을 차서 주고받는 방식, 공중에 공을 높이 차서 떨어뜨리지 않는 방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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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양한 방식의 축국 중 구문을 세운 형태를 표현한 그림. [김영준 논문 갈무리] |
이처럼 형태가 다양한 축국에는 분명히 축구를 떠올리게 만드는 요소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제기차기와 맥이 닿아 보이는 요소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기차기가 축국에서 발전된 것이라고 보는 쪽에서는 처음에는 공을 제기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다가 공이 아닌 다른 물체에 종이나 털을 엮어 만든 건(毽) 또는 건자(鞬子)라는 이름의 제기가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달리 제기차기가 축국과 큰 관련이 없다고 보는 쪽에서는 두 놀이가 별개로 존재했다고 여긴다.
조선 후기에 이르면 내기를 위해 엽전으로 만든 제기가 등장한다. 엽전 제기는 쇠붙이에 플라스틱을 합쳐 만드는 오늘날의 제기와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참조=한국민속대백과사전, 김영준 논문(「신라 오기일(烏忌日) 축국의 양상과 성격」, 『한국학연구』 55, 2019), 박귀순 논문(「한국의 축국에 관한 연구」, 『한국체육사학회지』 20-4, 2015)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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