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들, 그간 모두 수감 5년 내 특별 사면돼
'권력형 비리 면죄부' 비판 끊이지 않은 특별사면권
엄격히 제한 내지 폐지 요구 이어져…국회는 미온적
윤석열 전 대통령 측 인사로 분류되는 서정욱 변호사가 1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윤 전 대통령이) 국민 통합 차원에서 아마 몇 년 있으면 사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대 대통령 중 (감옥에서) 5년 이상 산 분이 없다"며 그렇게 말했다.
성급해도 너무 성급한 이야기다. 아직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면을 말하나. 게다가 사면은 유죄 확정을 전제로 한 얘기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내란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반성도 없다. 서 변호사의 '사면 군불지피기'는 법적 전제도, 정치적 현실도 무시한 무책임한 선동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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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윤석열 중형 촉구 서명 및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 현장. 참여연대 및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죄 지은 전직 대통령들이 수감 생활 5년도 되기 전에 모두 풀려난 건 사실이다. 12·12 군사 반란 및 5·18 '광주 학살' 등과 관련된 혐의로 각각 무기 징역, 징역 17년이 선고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특별 사면됐다. 대법원 확정 판결 후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때였다.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 등 혐의로 징역 22년이 선고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21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특별 사면됐다. 형량의 4분의 1도 복역하지 않은 때였다. 뇌물 및 횡령 혐의로 징역 17년이 선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22년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사면으로 풀려났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대통령 특별사면권이다. 1948년 제정된 사면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일반 사면과 달리 특별 사면은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민주적 통제의 사각지대에 자리한 제왕적 권한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역대 대통령들은 특별사면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했다. 특별 사면을 100번 넘게 단행했다(특별 감형과 특별 복권 포함). 그 때문에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특별사면권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별 사면 대상도 논란거리였다. 부정부패, 정경유착 등 중대 범죄에 연루된 정치인, 재벌, 고위 관료 등이 특별 사면의 핵심 수혜 집단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특별사면권은 권력형 비리 연루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헌법에 명시된 평등 원칙을 훼손하는 법치주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별사면권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는 데 활용된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전두환 정권 시기인 1981년 1월 '김대중 내란 음모 조작 사건'에 휘말린 김대중이 사형 확정 판결 직후 무기 징역으로 특별 감형된 것이 그런 경우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런 순기능 사례는 극히 드물다. 김대중 특별 감형은 이 사건을 꾸며낸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잘못을 인정하고 성찰한 결과가 아니라, 한미 정상(전두환-레이건) 회담 성사를 위해 취한 정치적 조치였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 사면 효과에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대표적인 특별 사면 명분은 '국민 통합'이다. 하지만 특별 사면된 인사들이 통합에 기여하기는커녕 더 큰 갈등을 초래한 경우가 더 많다.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면서 추징금 납부는 회피하면서 호화롭게 누릴 거 다 누리고 사망한 전두환이 단적인 사례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다르다. 미국에서는 형기를 마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사면을 제한하는 등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신중한 태도를 취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에서는 법률 적용이나 수사에 오류가 있을 때만 사면이 가능하도록 제한한다.
한국에서도 대통령 특별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학계 등에서 꾸준히 나왔다. 특별 사면 배제 범죄(헌정 질서 파괴 범죄, 권력형 범죄, 반인륜 범죄 등) 지정, 형기가 일정 기간 경과하지 않으면 사면 대상이 될 수 없게 하는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관련 법안도 여러 차례 발의됐다. 그러나 국회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특별사면권 제한 작업은 진척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그간 특별 사면 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린 여야 정치인이 자신들의 특권을 줄이는 일에 적극 나서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제한을 넘어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7년 논문 '정치적 특별사면과 사법정의'에서 사면법에 특별 감형, 특별 복권만 남겨두고 특별 사면은 삭제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에 야권 정치인들의 특별 사면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난 지난해 8월 "국회에 대통령의 제왕적 특별사면권 폐지를 위한 입법적 조치를 강력히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별사면권이 제한 또는 폐지되지 않으면 윤 전 대통령 측에서 "몇 년 있으면 사면"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이어지게 된다. 만약 몇 년 후 윤 전 대통령 사면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지는 정국이 형성된다면, 이는 부인 김건희 동반 사면 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내란 세력 단죄를 거듭 외치는 여권에서 향후 특별사면권 문제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된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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