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금융·세제특혜가 만든 다주택 구조 되돌리기
"집값 움직이는 건 돈"…일본 버블붕괴도 대출회수로 시작
이재명 대통령이 집값 잡는 방법을 확실히 아는 듯하다. 다주택자 세금 특혜(양도세 중과유예 등)를 거둬들인데 이어 이번엔 금융특혜 종료 카드를 꺼내들었다. 12일밤 SNS 글을 통해서다. 먼저 "다주택자들의 기존 대출은 만기가 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라고 운을 뗐다.
이어 "집값 안정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투자·투기용 다주택 취득에 금융 혜택까지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못박았다. "양도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줬는데도 다주택을 해소하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만기가 됐는데도 그들에게만 대출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하냐"는 거다. 13일 금융위원회는 비상이 걸려 부랴부랴 다주택자 대출 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 대통령의 집값잡기 해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재인 정권 부동산 정책 뒤집기다. 문 정권때 남발된 임대사업자(다주택자) 금융‧세제 특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임대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등록 임대사업자에게 '종합선물세트'를 안겼다. 취득세,재산세를 화끈하게 깎아줬고, 양도소득세도 중과를 배제해 역시 대폭 줄여줬으며, 종부세(종합부동산세)는 아예 적용 예외로 해줬다.
이런 세제 특혜도 문제였지만 결정적인 것은 금융 지원, 즉 대출 특혜였다. LTV(Loan To Value 담보인정비율)가 40~60%이던 일반 매수자와 달리 최대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허용해준 건데, 이 특혜야말로 집값을 끌어올린 지렛대(레버리지)였다. 집값을 끌어올리고 떠받치는 건 결국 세금이 아니라 금융(돈)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들고 있는 돈이 2억뿐인 A가 특혜제도를 활용해 손쉽게 다주택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었다. LTV만으로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10억짜리 집을 8억 대출받아 산다 → 보증금 6억에 전세를 준다 → 그 6억을 재원으로 활용해 다시 8억씩 대출받아 10억짜리 집 세 채를 산다 → 집 세 채의 전세보증금 18억을 활용해 집 아홉 채를 산다 → 세금? 걱정할 필요 없다. 정부에서 화끈하게 깎아준다잖나. "집값 반드시 잡겠다"던 문재인 정권에서 편 정책이 이 모양이었다. "주택투기에 꽃길을 깔아주는 짓"(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이라는 비판이 나왔던 이유다.
그 때도, 지금도 집값을 움직이는 건 결국 금융, 돈이다. 일본 주택버블 붕괴도 세금이 아니라 대출 회수의 결과였다. 일본 부동산 버블은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금융완화 → 레버리지 폭증 →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당시 일본 금융기관은 부동산 담보 대출을 대폭 늘렸고, 그 결과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 중심으로 땅값과 주택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다 중앙은행(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2.5%에서 6%까지 인상하고 금융규제를 강화하면서 '대출 회수'가 이어졌고 시장이 뒤집어졌다. 주택 보유자는 대출 상환 부담에 직면해 집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은행 경제연구소는 1998년 보고서에서 당시 상황을 "버블 붕괴는 세금 때문이 아니다. 금융기관이 자금을 거둬들이면서 가격이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김헌동 전 전SH공사 사장은 "일본 부동산 거품은 세금이 아니라 대출규제로 무너진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맥을 제대로 짚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개혁에 인생을 건 김 전 사장은 이 대통령의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 10년간 주택정책을 조언하고 함께 논의하던 사이다. 김 전 사장은 "대출특혜 중단, 대출 정상화야말로 집값을 끌어내리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남는 의문.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는다고 해도 서울 강남 중심의 '똘똘한 한 채' 현상은 되레 강화되지 않을까.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는 이들은 늘 입버릇처럼 "대출 끼지 않고도 강남 아파트 살 수 있는, 돈 있는 사람들은 많다"라고 하지 않던가.
김 전 사장은 이렇게 답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치자. 매물이 쏟아져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그들이 살 까? 그 건 집값이 오를 때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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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순열 편집인 |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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