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시장 진입, HBM 세대교체 앞당겨
삼성전자 점유율도 가파른 상승 예고
올해는 SK하이닉스 우세…내년엔 바뀔 수도
삼성전자가 이달안에 HBM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를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할 전망이다. HBM4의 세계 첫 생산‧공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이미 품질 테스트를 거쳐 구매주문했고, 다음달 열리는 자사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삼성전자 HBM4가 탑재된 '베라 루빈'을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베라 루빈'(Vera Rubin)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다.
시장에는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와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뿐 아니라, HBM 제품의 세대 전환 논의 자체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AI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게 뒤처진 삼성전자에겐 만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아오는 계기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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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가 HBM4를 세계 처음으로 생산,공급한다. 반도체 시장 주도권 되찾는 계기 될까. [GPT-4o] |
빨라진 HBM4 진입, 세대 전환 논의 앞당겼다
현재 HBM 시장의 선두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HBM 호황을 발판으로 지난해 47조206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HBM4 공급 시점을 당초 예상보다 크게 앞당기면서 시장 구도 변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계에선 HBM3E가 2026년 HBM 시장의 주력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5년 10월 보고서에서 "HBM4의 대량 양산은 2026년 하반기 이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3E 12단·16단 제품이 2026년 HBM 수요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조기 공급으로 HBM4 중심의 세대 전환 논의가 상반기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엔비디아 공급량 기준 올해 3분기 HBM4 비중이 40%에 근접하고, 4분기에는 80%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2026년 4분기 전 세계 HBM 시장에서 HBM4 비중이 60%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HBM4가 주류 되면, 삼성 점유율 달라질까
HBM4 비중이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의 점유율 상승 여지가 없지 않다. HBM은 여러 개의 디램(DRAM)을 수직으로 적층해 만드는 구조로, 디램 성능과 전력 효율이 핵심 경쟁 요소다. 삼성전자는 HBM4에 보다 미세한 1c 나노 공정 기반의 디램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성능과 전력 효율 개선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력 소모에 민감한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을 겨냥한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공급할 HBM4는 최대 11.7Gbps(초당 기가비트)의 전송 속도를 구현하며, 12단 적층 시 최대 36GB, 16단 적층시 최대 48GB까지 용량 확장이 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삼성전자에게 기회일 수 있긴 하지만 업계에선 "초기 진입이 곧 점유율 확대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수율 안정성, 고객 인증, 공급 지속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될 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SK, 내년은 변수…베라 루빈이 갈림길
시장 평가는 여전히 냉정하다. 다수 증권사와 리서치기관은 올해 HBM 시장의 우세는 SK하이닉스가 유지할 것으로 본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의 사전 계약을 통해 전체 구매 물량의 약 70%를 선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KB증권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올해 HBM 출하량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한 112억Gb에 이를 것"이라며 "HBM 시장 점유율은 2025년 16%에서 2026년 3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전체 HBM 시장 점유율을 SK하이닉스 과반 유지, 삼성전자 30% 안팎으로 내다봤다.
변수는 '베라 루빈'이다. 베라 루빈의 흥행 여부에 따라 HBM4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에 추가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의 HBM4 공급 실행력 역시 관건이다. 삼성전자가 공급 시점을 2월로 구체화한 반면, SK하이닉스는 '1분기 중 고객 공급'으로만 밝힌 상태다. 만약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경우, 이는 삼성전자에 또 다른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차세대 기술로 판을 뒤집는 삼성의 유전자"
삼성전자는 과거 차세대 기술을 경쟁사보다 먼저 상용화하며 시장 판도를 뒤집은 전례가 있다. 2013년 세계 최초 3D V낸드 양산, 2015년 14나노 핀펫(FinFET) 공정 도입이 대표적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KPI뉴스와 통화에서 "차세대 기술로 시장 구도를 바꾸는 전략은 삼성전자에겐 일종의 유전자"라며 "HBM4를 통한 삼성의 역습은 예고된 수순"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내년에는 선두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윤경 IT전문기자 yoo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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