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없을 때도 주거 안정 문제없어
주택담보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모두 해제하면 어떨까. 게다가 정부가 대출을 보증해 차주들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대부분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을 더 폭등시키려는 시도", "투기꾼에게 꽃길 깔아준다" 등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그런데 전세자금대출이 바로 이런 사례다. 우선 규제 무풍지대다. DSR이 적용되지 않고 LTV 비슷한 규제도 없다. 시가 2억 원짜리 집을 담보로 한 주담대는 비규제지역에서도 1억4000만 원이 최대다. 그러나 해당 주택에 들어가는 전세 세입자에겐 2억 원 이상 대출도 가능해 전세사기를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심지어 정부가 보증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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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
그러니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매)가 성행할 수밖에 없다. 갭투자 유행이 집값 폭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되면서 이재명 정부는 전세대출에 약간 손을 대고는 있다. 지난 6월 중순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기존 100%에서 90%로 내리더니 7월 말부터는 수도권·규제지역에 한해 80%로 축소했다. 또 '10·15 대책'에서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은 DSR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 미약하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대출 보증 축소가 갭투자를 어렵게 하는 효과가 있으나 20%포인트 정도로는 약하다"며 보증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DSR 규제 역시 1주택자만, 그것도 이자 상환분만 넣는 건 너무 약하다. 전세 세입자 대부분은 무주택자다. 원금까지 포함해야 제대로 된 규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KBS 뉴스7에 출연해 "당분간은 무주택자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민 주거 안정성 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이해하기 어렵다. 전세대출이 활성화된 건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부터다. 그 전에는 서민 주거가 크게 불안정했냐면 그렇지도 않다.
신혼부부처럼 빌라나 다세대주택을 구하던 세입자들이 대단지 아파트로 옮겨갔을 뿐이다. 애초에 신혼부부가 신축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를 첫 주거로 구하는 게 이상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들이 거액의 전세대출을 받아 소득에 어울리지 않는 고가 아파트에 들어가니 그 수요를 바탕으로 아파트 갭투자가 더 성행하는 것이다.
정부나 여당이나 차라리 지지율 떨어질까 봐 겁난다고 솔직하게 말하라. 여태 대단지 아파트에서 쾌적한 삶을 누리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빌라나 다세대주택으로 옮기라고 하면 반발이 크긴 할 것이다. 당정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는 현상이다.
그러나 지지율 걱정에 망설이고 있으면 집값이 또 올라갈 위험이 크다. 전세대출이 규제 무풍지대이면서 정부 보증을 받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주담대처럼 하는 건 규제 강화가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다. 급격한 변화로 인한 부작용이 염려된다면 단계적으로 실행하면 된다.
과거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집권하고도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주된 이유로 부동산정책 실패는 항상 꼽힌다. 이재명 정부가 같은 운명을 피하고 싶다면 전세대출에 메스를 대야 한다. 전세대출 정상화 없이는 갭투자를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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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성 경제 에디터. |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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