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이재명 정부,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용기 있을까

안재성 기자 / 2025-06-20 17:43:30
전세대출 DSR 적용 시 집값 하락 전망
세입자 주거 질 떨어져 지지율 하락 '위험'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세자금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다음달이면 스트레스 DSR 3차 규제가 도입될 예정이지만 그간 전세대출만은 DSR 무풍지대였다. 이 때문에 금융권 전세대출 잔액이 200조 원대에 달해 집값을 끌어올리는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DSR 규제가 없으니 더 좋은 집에 살고 싶은 세입자들은 소득으로는 감당 못할 수준의 빚까지 져가며 고액의 전세보증금을 냈다. 자연히 아파트, 특히 수도권 요지 아파트일수록 전셋값이 비쌌다. 전셋값이 뛰니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수)가 활성화되면서 집값 오름세로 연결됐다.

 

금융위는 이런 점을 들어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하면 집값 하락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실성 높은 제안이다. 한문도 명지대 대학원 실물투자분석학과 교수는 전세대출 DSR 적용에 대해 "집값 하락 효과는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DSR 적용은 전셋값을 낮춰 갭투자 수요를 축소시킬 것"이라며 "자연히 집값에 하방 압력을 준다"고 분석했다.

 

▲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 아파트숲. [이상훈 선임기자]

 

문제는 과거 정부가 이 사실을 몰라 전세대출을 DSR 무풍지대로 내버려둔 게 아니란 점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안이 수차례 논의됐으나 그 때마다 '서민 주거 안정'을 내세운 반대에 부딪혔다. 

 

수많은 부동산규제를 쏟아낸 문재인 정부도 전세대출은 건드리지 않았다. 지지율 하락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정책이라고 판단해서다. 정치권이 가장 꺼리는 게 민심 이반이다.

 

주거의 질이 곧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데 대다수가 공감한다. 전세대출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도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많은 세입자들이 소득으로 감당 못할 고액 전세대출로 마련한 '양질의 주거'에 익숙해졌다. 

 

십수년전 기자가 결혼할 때와 달리 이제는 신혼부부들도 아파트만 찾지, 빌라나 다가구주택은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특히 요새 대단지 아파트는 하나의 성으로 불릴 만큼 외부와는 단절되면서 내부적으로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쾌적하기 그지없다.

 

이런 환경에 젖은 세입자들에게 정부가 "앞으로 전세대출은 네 소득으로 갚을 수 있는 정도만 받으라"고 한다면 어떨까. 세입자들이 빌라나 다가구주택으로 내몰리는 처지가 되면 거센 후폭풍은 불가피하다.

 

난데 없이 주거의 질이 뚝 떨어진 사람들에게 "집값 하락을 위한 방편"이라고 해봐야 통할 리 없다. 이들의 분노와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야당은 즉시 '전세대출 DSR 규제 취소'를 들고 나올 것이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막대한 표를 잃어가며 야당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거니 내킬 리가 없다. 이재명 정부는 과연 집값 안정을 위해 지지율 하락을 감수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그러나 이대로 내버려두는 건 더 위험하다. 단지 부동산시장 이상 과열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그치지 않고 정권이 집권초부터 내상을 입을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부동산에 불이 붙은 건 '민주당 집권=집값 폭등'이란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 과거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이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을 폭등시킨 걸 이 대통령이 결자해지할 때가 됐다.

 

이 대통령이 과감하게 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하면 시장은 정부의 의지를 확인할 테고 "과거 민주당 정권과는 다르다"고 인식할 것이다. 정부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용기를 내길 바란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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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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