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의 직썰] 역사는 윤석열 정권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류순열 기자 / 2024-07-17 16:58:00
비정상,불공정,몰상식,불의가 판치는 세상
좌우 이념이 아니라 원칙,상식,품격의 문제
막장 정권에 국격이 바닥까지 추락한 시기?
험로 택한 박정훈…그래도 희망이 있는 이유

훗날 역사는 윤석열 정권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아마도 최악의 막장 정권에 국격이 곤두박질친 시기로 평가할 것이다. 역사의 기억이 궁금해질 만큼 지금 대한민국은 엉망진창이다. 비정상, 불공정, 몰상식, 불의가 판치는 세상이다. 어디를 봐도 정상, 공정, 상식, 정의는 찾아볼 수 없다.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원칙상식품격의 문제다. 이태원 참사부터 불공정몰상식의 극치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가 보호해야할 최우선의 가치"(한덕수 국무총리)라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했으니 사과하고 책임지는 게 기본이고 상식이다. 그런데 되레 유족을 모욕하고 책임을 회피했다.

 

설상가상 대통령이란 사람이 사악한 음모론에 기댄 사실까지 드러났다. "특정세력에 의해 유도된 범죄성 사건일 가능성이 있다"? 특정세력이란 "MBCKBS(박민 사장 이전), JTBC 등 좌파언론들"을 지칭하는 거였다. "이들 좌파언론들이 사람이 몰리도록 유도하는 방송을 내보냈다"고 했단다.

 

극우 유튜버나 떠들어대는 가짜뉴스를 최고권력자가 받아 재생산하는 한심하고 위험한 나라. '밑도 끝도 없는 좌파탓'이 그 모든 무능과 오만을 탕감해주는 전천후 면죄부라도 되나. 보수논객 정규재는 "제정신이냐"고 일갈했다.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참사 당시)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국가'가 빠졌다"(15일 결심공판 최후변론)고 했다. 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 대통령의 책임은 묻지 않고 '꼬리 자르기'하느냐는 항변이다.

 

채 해병 순직 사건도 불공정, 몰상식의 전형이다.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그 책임을 물어 고인의 넋, 유족의 슬픔을 달래고, 또 다른 희생을 막는 일은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 그러나 윤 정권은 이러한 기본 책무는 팽개치고 누가봐도 채 해병 사망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소장) 구하기에 '올인'했다. 외압으로 해병대 수사를 비틀고, 특검법에 대해 거푸 거부권을 행사하며 진상 규명을 방해했다.

 

대체 임성근이 누구길래? 당최 실마리가 잡히지 않던 최대 의문이 마침내 풀렸는데, 이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연결된 것일 줄이야. 해병대 출신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VIP에 얘기하겠다"며 임성근 구명에 나선 사실이 드러난 건데, 그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주범이다. 최은순김건희 모녀 계좌로 시세조종을 한 당사자다. 전혀 다른 두 사건이 이렇게 연결된 거였다.

 

이뿐인가. 이종호·김규현(변호사) 통화 녹취는 판도라의 상자였다. 국정농단 흔적들이 쏟아졌다. "(임성근에게)원래 별 세 개 달아주려고 했던거잖아.","해병대 별 네 개 만들거거든.", "이번에 국방장관 추천했는데 우리거 될거야.". 사인에 불과한 이 씨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쥐고 흔드는 듯 말한다. 허풍이 아니었다. 그의 말은 실행됐다.

 

기막힌 일들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종호를 변호하던 검찰 출신 변호사가 둘이나 들어가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도둑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이게 우연일 수 있나. 그래서 윤 대통령은 공수처 수사결과를 지켜보자고 한 건가.

 

비판언론을 징계하고, 방송장악에 혈안인 방송통신위(이동관 김홍일 이진숙방송통신심의위(류희림) 수장들은 어떤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언론의 자유를 짓밟는 일들을 버젓이 벌이고 있지 않은가.

 

인권의식 결핍성 발언을 상습적으로 내뱉는 인권위원(이충상, 김용원), '청탁금지법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않고 김 여사 디올백 사건을 종결해버린 국민권익위(위원장 유철환· 윤 대통령 서울법대 동기), 재심에서 사법부가 무죄를 선고한 '고문에 의한 간첩사건'에 대해 조작이 아니라고 우겨대는 진실화해위(위원장 김광동) 조사1국장(황인수)은 또 어떤가. '둥근 네모' 같은 형용모순,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우격다짐이 아닐 수 없다.

 

기막힌 일들은 차고 넘쳐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가쁘다. 편향된 이념과 사람에 대한 충성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일들이 사방팔방에서 진행중이다. 그중 특히 심각한 건 검찰이다. 무도한 국정운영이 가능한 건 결국 검찰 권력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윤 정권 출범후 검찰은 정도를 벗어났다.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1야당 대표(이재명) 부부는 검찰력을 총동원해 만 2년이 지나도록 탈탈 털고 있다. 압수수색만 수백번이다. 이제껏 이런 장기간 먼지털이 수사를 본 적 없다.

 

반면 여러 범죄혐의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는 소환 한번 하지 않았다. 김 여사 수사팀을 전원 물갈이해도 찍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엔 비판글 하나 올라오지 않는다. 툭하면 평검사회의를 여네, 연판장을 돌리네 하며 결연히 일어서던, 심지어 대통령과 맞짱뜨던 그 호기롭던 검사들은 다 어디 갔나. 모두 상대가 만만하면 대들고, 보복할 기세면 수그리는 강약약강의 처세였던가. 그래놓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법치 운운하며 사법정의의 보루인양 큰소리친다. 그 뻔뻔함이 참으로 놀랍다. 민망하지도 않은가.

 

여당 국민의힘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데 아예 기대난망이다. 집권초엔 초선 수십명이 윤심을 좇아 '홍위병'처럼 설치고, 집권 후반을 바라보는 지금은 당권주자들이 '여사님 문자 읽씹'을 두고 '개싸움'을 벌이고 있다. 국정운영의 정책과 비전은 뒷전이다.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런 글이 다 무슨 소용인가. 총선 참패에도 반성은커녕 더 폭주하는 정권이다. 그럼에도 글 쓰는 이유를 대라고 한다면 '추악한 세상을 견딜 수 없어서'. 넷플릭스 드라마 '돌풍'의 대통령 박동호(설경구 분) 대사를 빌렸다. 박동호는 참모에게 말한다.

 

"아니, 난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한 적이 없어. 나를 위해서지. 추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는 나를 위해서, 불의한 자들의 지배를 받을 수 없는 나를 위해서." 그는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위해 끝내 목숨을 버린다.

 

박정훈 대령(해병대 수사단장)도 그랬을 거다. 불의한 명령을 따를 수 없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험난한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나마 우리 사회 곳곳에 그런 이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엉망진창인 세상에도 희망이 있는 이유다.

 

▲ 류순열 편집인

 

KPI뉴스 / 류순열 편집인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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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 / 편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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