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유튜브 쇼핑, 팬덤과 AI 추천의 결합

KPI뉴스 / 2024-06-28 15:05:46

'국민 방송' 유튜브가 국내 유통업계에서 새 강자로 등극할 수 있을까. 

 

유튜브는 최근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 카페24와 함께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를 세계 최초로 한국 시장에서 열었다. 우리나라 유튜브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별도의 온라인 쇼핑몰 개설 절차 없이 곧장 자신의 채널에서 쇼핑용 '라방(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유튜브가 한국 시장을 라이브 커머스 신규 사업의 1호 시험 무대로 삼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압도적인 시청 충성도 때문이다. 

 

▲ 유튜브가 앱 내 쇼핑 전용 스토어 기능을 추가했다. [유튜브 캡처]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5월 유튜브를 시청한 시간은 18억210만8000시간으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나 청소년 SNS 인스타그램 등을 크게 추월했다. 틱톡 같은 숏폼 영상 플랫폼이 또 다른 도전자로 급부상 중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유튜브가 개인 영상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자리 잡고 있다. 

 

개인 영상의 키워드는 취미(hobby), 취향(taste), 기호(嗜好, preference)이다. 먹방, 뷰티방, 주식방 등 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좁고 깊은 우물형 구독자 집단이 형성된다. 이들은 취향 공동체의 특성상 끈끈한 동지애와 더불어 호스트에 대한 강한 충성도를 보인다. 먹방의 쯔양, 여행방의 곽튜브 등은 충성 팬을 거느린 유튜브 스타들이다. 유튜브 시청자는 자신이 구독한 채널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흠모하고 따라 하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팬덤(fandom)이다. 팬심으로 화면 앞을 떠나지 못하는 시청자의 긴 시청 시간을 쇼핑으로 돌리겠다는 게 유튜브의 속셈이다. 

 

취향을 구매로 바꾸려는 시도는 IT 기업들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유통업계의 공공연한 영업 비밀이었다. 여행을 떠나 지역 박물관에 들렀다 치자. 전시품을 다 보고 밖으로 나오기 직전에 여러분은 어김없이 기념품 매장으로 들어선다. 미술관, 콘서트홀은 물론이고 야구·축구 등 운동장도 마찬가지다. 방금 감동을 받은 예술과 스포츠의 '굿즈'를 사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재미있다"는 감정을 구매 전환하는 이 기술은 광고장이의 특기이기도 하다. 

 

고전적인 이 수법에 현대의 장사꾼들은  두 가지 양념을 가미했다. 첫 번째는 앞서 말한 팬덤이다. 취향이 강해지면 팬덤으로 올라간다. 재미를 넘어 숭배에 이른다. 개인은 신격화되고, 스토리는 신화로 변한다. BTS의 아미나 임영웅의 영웅시대 팬클럽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쁜 예로는 나치 독일 시대의 선동선전 전략이 있다. 괴벨스 선전상과 리펜슈탈 감독은 독일 제국과 히틀러를 신비로운 영웅으로 둔갑시켰다.

 

지금 정치판도 세계적으로 팬덤에 기대는 '극장 민주주의'로 퇴보하고 있다. 트럼프, 푸친, 시진핑 등은 작지만 단단한 극렬팬층을 보유한다. 집단 지성에 기초한 자유 민주주의 공화국은 뒷걸음치고, 독재 군주국들이 솟아나고 있다. 정치적 팬덤을 정치자금 모금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나타났다. 옛날식 출판기념회뿐 아니라, 후원 펀드 형태의 정치 투자자들이 생겨났다. 이제 팬덤은 돈이다.   

 

취향을 구매로 전환하는 두 번째 양념은 '관심(attention) 추적' 기술이다. 인공지능(AI)을 장착한 21세기 광고회사는 하루 종일 폰과 패드, 컴퓨터 스크린 앞에 붙어있는 신인류의 머릿속을 미행한다. 머신러닝 광고 솔루션이라 불린다. 웹과 앱에서 접속자가 돌아다닌 관심의 경로는 AI에 포착돼 배너나 추천의 형태로 구매 욕구를 정조준한다. 10대 딸에게 기저귀와 분유 판촉 제품이 집으로 오자 '배달 사고'라며 항의했던 아빠는 나중에야 임신 고백을 듣게 된다. 딸이 스마트폰으로 임신 테스트 제품을 검색했던 기록을 낚아챈 업자들이 판매를 시도한 것이다. 그뿐인가. 넷플릭스와 스포티파이는 나 자신도 몰랐던 내 취향의 새로운 영화와 음악을 귀신같이 추천해준다. 과연 추천에 그칠까. 

 

세상에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관심'이라고 한 IT 구루는 외쳤다. 유튜브 시청자의 관심을 AI 감시자가 지켜보다가 "너, 이것도 재미있을 거야"라며 추천, 아니 구매 강요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취미로 구독하다가 너무 좋아해서 팬이 되면 그 스타가 "나 이것 먹어(입어)"하고 쇼핑 친구로 돌변한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예나 지금이나 독한 세상에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눈물을 흘리게 된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쇼핑 리터러시(literacy, 문해력) 교육이라도 받아야 할 판이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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