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경제] 'AI 편의점 시대'가 온다

KPI뉴스 / 2024-07-19 15:23:26
KDI "6년후 일자리 대부분 업무 90% AI로 대체"
화이트칼라,예술계도 실직 우려…여성·청년 불리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인간'(With AI)만 생존
AI기술, 빠르고 편리하지만 품질은 보장 못 해
인간의 명품·AI 대중품, 고급·저임금 일자리로 양극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일자리 10개 가운데 9개는 불과 6년 후면 90% 이상의 업무를 AI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가장 권위 있는 국책기관의 연구결과라 충격적이다. 올해 2월 아랍 두바이에서는 세계 최초의 제1회 인공지능 영화제(AIFF)가 열렸다. 감독도 배우도 없이 프로그래머 1명이 영화 전체를 AI 영상 및 음성 생성 기술로 제작한 영화들의 경연무대다. 7월 초 개막한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F)도 인공지능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앞으로 인간들은 AI에게 모든 직업을 빼앗기게 될까.

 

▲ AI 관련 이미지. [픽사베이]

 

결론부터 먼저 말하면 '아니다'가 답이다. 하지만 지금의 직업 가운데 상당수는 사라지거나 일하는 방법이 바뀔 것이다. AI가 100% 할 수 있는 일자리는 사라진다. KDI의 전망에 따르면 AI가 더 발달할 2030년에는 주방장이나 요리 연구가, 패스트푸드점 종업원, 냉난방 설비 조작원, 음료 조리사 등은 전체 직무의 자동화가 가능하다. AI가 다 할 수 없는 일자리에서는 'AI와 함께 일할 수 있는 인간(With AI)'만 살아남는다. 'AI와 함께 일하지 못하는 인간(Without AI)'은 도태될 것이다.

 

KDI와 한국노동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장은 직업별 AI 노출 지수를 산출하면서 "비(非)반복적, 인지적 업무도 AI가 대체하는 경향이 크다"며 "고소득, 고학력 근로자들이 AI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의사, 변호사, 금융전문가 등 고연봉 화이트칼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추론형 AI는 방대한 빅데이터 속에서 인간보다 훨씬 빨리 숨은 법칙(패턴)을 찾아낸다. 진단, 변론, 투자자문이 그런 일들이다. 인공지능 영화제에서 봤듯, 인간 창의성의 마지막 보루라던 예술계도 생성형 AI 때문에 실직 우려에 빠졌다.

 

게다가 AI의 일자리 대체는 노동시장에서 약자인 여성과 청년에게 훨씬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가 기업의 AI 도입 결과를 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 청년층에서 고용 하락 효과가 크고 여성 청년층의 경우 임금도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AI 기술을 도입했거나 앞으로 도입할 예정인 국내 기업의 47.9%는 신규 채용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한 토론자는 "AI 기술이 숙련 노동자보다 경력이 비교적 많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를 대체하는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병원과 로펌, 은행에서도 고참 선배들이 일을 가르칠 후배가 줄어들고 있다. 비숙련 신입은 AI에 의해 쉽게 대체되기 때문이다. AI 실업이 일을 배울 기회마저 박탈당한 사회 초년병부터 시작된다면 큰 사회문제다.

 

이 모든 우려와 논란을 딛고 AI가 모든 직업군에 골고루 보급될 근(近)미래에는 'AI 편의점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본다. 편의점에는 없는 상품과 서비스가 없다. 빠르고 편리하다. 다만, 질(質)은 보장 못한다. 물론 편의점에도 유명 브랜드보다 더 품질이 좋은 제품들이 가끔 나와 화제 리뷰가 돌기도 한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은 제대로 된 식사가 아니다. 방금 갓 지은 밥에 싱싱한 나물과 육즙 고기가 군침을 돌게 하는 요리라곤 할 수 없다. 그저 레인지에 데워 허겁지겁 한 끼를 채울 뿐이다.

 

앞서 인공지능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를 몇 편 관람했다. 첫 인상은 아마추어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었다. 선명한 이미지도 세련된 스토리도 없었다. 해동 안 된 도시락을 먹는 기분이었다. 물론 시간이 가면 질은 조금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편의점 도시락을 요리로 생각 안하는 건 기성세대이고, MZ들은 당당한 식사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나는 미슐랭 레스토랑과 편의점 도시락으로 나뉘는 양극화 시장을 예상한다. 중간은 찾기 어렵다. 예측하건대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숙련된 인간 장인이 만든 명품과 AI가 만든 보급형 대중품으로 양분될 것이다. 직업 시장도 최고 보수의 고급 일자리와 저임금 대중 일자리로 양극화될 것이다. 그 기준은 With AI와 Without AI이다.

 

▲ 노성열 논설위원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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