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과학기술이 체육계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언론은 이번 파리 올림픽이 '최초의 AI 올림픽'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냥 기술의 발전 단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AI가 올림픽 전반에 들어온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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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파리 에펠탑에 올림픽 오륜기 조형물이 설치되고 있다. [AP뉴시스] |
첫째, 경기력 향상을 위한 AI 기술이다. 육상·수영·체조 등 기록경기에서 컴퓨터 비전(시각 AI)을 장착한 카메라로 선수 동작을 훨씬 정확하게 포착해 심판과 코치에게 참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한편, 생생한 올림픽 방송 화면도 보여줄 수 있게 됐다.AI 기반의 '퍼포먼스(performance) 분석'으로 불리는 이 시스템은 경기 중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분석해 즉각적 피드백을 제공한다. 예컨대, 육상 경기에서 주자의 자세와 속도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최적의 주행 경로와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대회 참가를 위한 훈련에도 AI가 널리 쓰였다. '스마트 트레이닝 시스템'은 AI와 머신러닝으로 선수들의 체력과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개인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준다. 수영 같은 종목에서 수면 위와 수면 아래의 자세를 모두 분석해 이상적인 스트로크와 턴 동작을 제안하는 식으로 훈련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호주 팀은 그 덕분인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수영 금메달을 2개나 차지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한 대회장 시뮬레이션 훈련도 나왔다. 우리나라 사격과 양궁 팀도 실제 파리 올림픽 경기장과 흡사한 환경을 훈련장에 VR로 구현해 선수들의 몰입감을 높였다.
둘째, 올림픽 진행을 돕는 관리형 AI 기술이다. AI의 '스마트 경기장 관리 시스템'은 대회 주최 측에게 원활한 운영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경기장 내 인원과 자원 배치를 최적화하고, 관중의 흐름을 관리해 혼잡을 줄였다. 또, 기후 조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경기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시설 관리를 자동화하는 등의 역할도 했다. 이를 통해 운영자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고, 대회 전체의 원활한 진행을 보장할 수 있었다. 심지어 선수들의 소셜미디어(SNS)에 도를 넘는 악플이 올라오면 AI가 자동으로 판단해 삭제하기도 했다. 정신 건강의 컨디션까지 관리해준 것이다.
이렇게 체육 분야에 AI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깊숙하게 들어와 경기력 향상과 원활한 게임 진행에 활용한지는 제법 됐다. 알파고 사태 3년 후인 2019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요크에서는 야구 독립 리그인 애틀랜틱 리그 올스타전의 나이트 게임에서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로봇 심판이 판정을 했다. 데이터 전문기업 '트랙 맨'이 도플러 레이다를 사용해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분한 다음 이를 인간 심판에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아직 메이저 리그 경기까지 도입되진 않았지만, 작년에 마이너 리그 트리플 A 30개 구장에 이미 로봇 심판이 보급돼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야구가 머니 볼(money ball, 통계기법의 전력분석)을 넘어 스마트 볼(smart ball, 컴퓨터 분석)이 됐듯 농구, 축구, 미식축구 등 다른 프로 스포츠에서도 AI 전력 분석은 이제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 스포츠는 막대한 금액이 베팅되는 스포츠 도박의 대상 종목이니 만큼 최첨단 기술이 가장 빠르게 침투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리상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국가의 위신이 걸린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도 그 나라의 최우수 IT업체가 대표 선수들의 우승에 자신의 테크놀로지를 제공한다. '테크 도핑(doping)'이란 용어가 나올 정도로 일반화됐다. 우리가 잘 아는 독일의 경영데이터관리 전문기업 SAP는 선수 훈련계획과 체력관리, 성과 측정과 팀 관리 등 경기운영 전략 및 관리자 의사결정을 돕는 스포츠 특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벨기에왕립축구협회, 네덜란드 SEG 인터내셔널 등을 고객으로 유치하기도 했다.
스포츠가 인간의 다양한 사회생활 중 한 분야로 시대의 추세에 맞춰 IT화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예상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AI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균형 작업이 필요하다. AI는 인간 능력을 증강하는 도구일 뿐이다. 더욱이 현재 인간보다 우수한 영역이 제한돼 있다. 시각과 말하기 등 언어 능력이 추론 AI와 생성 AI의 장점이다. 데이터 기반의 통계과학이기 때문에 데이터화할 수 없는 열정, 집념, 신뢰와 협력 등 정신력은 측정 불가능이다. 이게 단점이다.
AI를 섬세하고 친절한 친구로 받아들여 함께 열심히 운동하되, 운동의 목적과 동기를 찾는 인간적 가치는 선수와 지도자가 챙겨야한다. 또, 뻔한 이야기지만 스포츠는 승리만이 목적이 아니다. 승패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 요즘 MZ 세대들이 메달의 색깔에 연연하지 않고 올림픽 참가와 최선의 경기 운영에 의의를 두는 모습은 매우 인간다운 면모로 본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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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성열 논설위원 |
● 노성열은
30여 년 경력의 경제부 기자로 산업계와 인공지능(AI) 분야를 주로 취재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경제 5단체를 출입하면서 삼성, 현대, SK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업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뉴스를 다루어왔다. 일본, 법제도, AI를 포함한 첨단 과학기술 등이 주 관심분야다. 언론계뿐 아니라 학계에도 진출해 지식재산권(IP) 인식 제고와 공학교육 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KAIST 공학석사,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지역학 석사, 고대 법대 및 한국외국어대 일본어학과 학사 △1991년 문화일보 입사 △북리뷰팀, 법조팀, 산업팀장, 전국(지방자치)부 부장 △한국지식재산기자협회(KIPJA) 회장(2024~)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외부협력 총장 보좌역(2024.6~) △영국 옥스퍼드대 VOX(Voice From Oxford) 한국지부 대표(2024~)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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