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6·3대선 승부 가를 대전환기 경제정책

조홍균 논설위원 / 2025-04-24 14:23:03
韓6·3대선, 美대선이 반면교사···역선택 낳는 정보비대칭 교정 긴요
대선 과정에서 경제정책 철학 유권자들에 투명하게 드러나야
실용주의·단기거시정책 의존 성장률 지양 등 판단요소 5가지

6·3 조기대선의 승부를 가를 요소는 무엇인가. 지난 미국 대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요소인 법의 지배(rule of law)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에게 불리한 요소인 경제의 지배(rule of economy)로 줄곧 드라마를 이어간 끝에 극적으로 경제의 지배가 승부를 갈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이 된 지금 미 대선은 다시 반면교사의 교훈을 준다. 경제의 지배에 대한 유권자들의 높은 기대에 힘입어 집권했건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불과 3개월 만에 경제를 혼돈과 위기의 도가니로 몰아가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 일러스트=김윤주 기자

 

대선 주자들의 경제철학이 제대로 유권자들의 정확한 판단을 받지 못한 채 이루어진 미 대선의 결과는 정보경제학(information economics)에서 말하는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었다고 볼 수 있다. 당사자 간에 정보가 비대칭(asymmetric information)인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상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현상을 역선택이라고 한다. 유권자들과 대선 주자들 간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불량품(이를 정보경제학에서 '레몬, lemon'이라 함)이 선택된 것이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신맛을 낸다는 얘기다.

 

선거에서 정치인을 선택하는 데에는 늘 역선택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른바 '레몬'일수록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마련이다. 여기에 유권자들이 현혹되기 쉽다. 설상가상으로 역선택으로 당선된 '레몬'일수록 이후에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발생 가능성이 있다. 집권 후 무모한 행동을 일삼아 온 트럼프의 모습은 역선택으로 당선된 '레몬'이 감행하는 도덕적 해이의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6·3 대선에도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역선택의 근원인 정보 비대칭의 교정이 핵심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면 정보 비대칭의 교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투명성(transparency)이다. 루이스 브랜다이스 미국 연방대법관이 남긴 '햇볕이 최고의 살균제(Sunlight is the best of disinfectants)'라는 말을 떠올린다.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선거에도 그러한 햇볕을 쐴 때가 되었다. 대선주자들이 차기 정부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경제정책 철학이 유권자들에게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햇볕을 쐴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역선택 오류를 방지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대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여기서 항로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자칫 표류하는 항해자가 되는 엄중한 형국이다.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철학이 6·3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아주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는 이유다. 미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선거 슬로건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경제정책의 타당성에 대한 치열한 사회적 고민 없이 유권자들의 감정에 바로 꽂혔다. 그 결과는 역선택이었음을 3개월 만에 유권자들이 절절히 깨닫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한국 유권자들이 6·3 대선 과정에서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철학을 판단하기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 다섯 가지를 우선 짚어 본다.

 

첫째, 좌냐 우냐 하는 이데올로기나 이념적 대립을 버리고 실용주의에 바탕을 두는 경제정책이 긴요하다. 한국은 이분법 사회다. 둘 중 하나를 강요한다. 그런 구분의 이념적 경제정책은 6·3 대선에서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국민은 이분법적 선택의 경제정책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

 

둘째, 단기 거시 정책에 의존하여 성장률을 높이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저성장 경로에 빠질 수 있게 만드는 애로 요인들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이를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사회정책, 교육정책, 경제정책 등을 포괄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때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위축을 막는 종합적이며 현실적인 처방이 제시되어야 한다. 재정, 통화 등 단기적 거시경제정책을 동원해 손쉽게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셋째, 트럼프의 심리를 읽는 관세정책 대응전략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고도로 전문화된 글로벌 공급망의 정점에서 형성되는 무역 불균형 문제를 기업의 손익계산서처럼 단순하게 접근하려 한다. 세계화를 구가한 수십년 간의 자유무역에 힘입어 미국이 산업 가치 사슬을 타고 서비스와 혁신의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었던 대목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경제정책이라기보다는 심리학이다. 트럼프의 심리는 공동의 적을 설정하고 이에 맞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으며 단합시키려는 성향으로 압축된다. 따라서 관세정책 게임에서는 트럼프의 심리를 읽는 통찰력과 치밀하고 내실 있는 접근방법이 긴요하다. 차기 정부에서는 트럼프의 심리를 분석할 수 있는 인물이 정책결정자에 포함되어야 한다.

 

넷째, 통상무역정책의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이다. 관세율이 당장 몇 %라는 숫자에 지나친 의미를 두기보다는 통상무역정책의 구조 개편과 재성찰이 차기 정부의 중요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무역전쟁을 총체적인 무역정책의 전환과 구조개혁의 호기로 삼는 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6·3 대선에서 역량과 신뢰성을 갖춘 인물이 선출되어 트럼프 행정부와 원만한 정책 대화를 이끌어야 하는 이유다. 차기 정부는 통상정책의 재구축을 포함하여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경제정책을 중점적으로 펴야 할 현실의 당위성과 마주하고 있다.

 

다섯째, 경제 대전환기에 정책, 시장, 제도, 인간을 이해하는 통찰력에 바탕을 둔 국가경영 철학이 요구된다. 안전, 생명, 건강 등 휴먼 시큐리티를 중시하면서 불평등을 완화하고 갈등을 해소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제반 정책 패러다임을 혁신해야 하며 정치 거버넌스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교정이 긴요하다. 차기 정부는 포퓰리즘 유혹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특히 핵심 플레이어인 행정부가 중립적이고 전문적이며 현실에 토대를 둔 수준 높은 정책 역량을 갖춰야 대전환기 한국 경제의 미래 항로를 열어갈 수 있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 현재 고려대 특임교수

KPI뉴스 / 조홍균 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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