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정책 불확실성···투자 확신·동력 제약
美헌정위기···장기실질금리·인플레기대↑자본유입↓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미국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나라와 구분되는 특별함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경제가 나홀로 성장을 구가하는 점에서 더욱 회자되어 왔다.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경제가 다른 선진국, 특히 유럽과 격차를 내기 시작한 이후 세계경제와 주식시장의 확립된 특징으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1인당 GDP가 2009년 이후 거의 두 배로 증가하는 동안 유로존의 1인당 GDP는 약 17% 증가하는 데 그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금융 부문에서도 미국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주요국 시장의 수익률을 상회하는 모습이다. 주가수익비율(PER, Price-to Earnings Ratio)이 20년래 최고 수준이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주요 미래산업에서의 리더십을 향유하고 있는 미국의 예외주의에 대한 시장 확신을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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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화요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르-a-라고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AP/뉴시스] |
트럼프 2.0에도 이러한 미국 예외주의는 이어질 것인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표방한 규제 완화와 혁신 촉진, 감세, 낮은 에너지 가격 등은 경제성장과 주식시장에 일단 유리한 정책 조합(policy mix)으로 평가되며 기대를 모은 것이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된 지금의 평가는 어떠한가. 당초 트럼프 2기 정책에 열광적 지지를 보냈던 많은 미국 기업들이 투자 지출 등에 관하여 '기다리며 지켜보자는 태도(wait-and-see attitude)'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2.0 출범 한 달만에 기업들이 행동에 나서기 주저하는 관망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확산된다면 트럼프 2.0의 미국경제가 자칫 성장 둔화 가능성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그동안 세계 경제와 시장을 하방 리스크로부터 견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미국 예외주의가 흔들릴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2.0의 미국 예외주의 지속 전망을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정책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한 정책 기조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 결정 등에 확신을 갖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지난 한 달간 빠르고 격렬하게 진행된 트럼프 2.0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매우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친성장 정책이 어떻게 시행되고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가늠해보기까지에도 평가와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기업들이 당분간 투자 결정을 미룰 수도 있다. 통상정책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트럼프 1기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불확실성의 증대는 인공지능과 같은 번영의 미래 엔진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미국의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킬 위험성이 있다.
지난달 미국의 기업인수합병(M&A) 건수는 10년래 최저 수준인 900건 미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200건을 상회했다. 트럼프 2기 친성장 정책 추진이 가져와야 할 비즈니스 활성화 기대와는 반대 흐름이며 트럼프 특유의 정책 스타일이 야기하는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의 M&A 거래 추진 동력도 제약을 받고 있음을 나타낸다. 정책 불확실성과 관련하여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트럼프 2기의 관세, 이민, 재정, 규제 정책 등이 어떤 방식으로 시행될지 말하기는 매우 어렵고 이를 추측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통화정책 수행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중앙은행보다 통화정책을 더 잘 이해한다고 주장하는 등 연준은 1980년대 이후 독립성에 대한 최대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트럼프 2.0이 만드는 전방위적인 정책 불확실성은 미국 예외주의의 지속 전망을 판단하는 데 고려해야 할 하나의 요소라 할 수 있다.
둘째, 헌정 위기(constitutional crisis) 가능성이다. 트럼프는 지난 한달 사이 전격적인 여러 행정명령으로 헌법이 정한 의회의 예산권 등을 무력화하고자 했고 사법부가 제동을 걸었지만 이를 존중하지 않고 있다. 연방 예산의 1% 미만인 국제 원조를 돌연 중단키로 함으로써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리더로서 오랜 기간 쌓아온 소프트 파워를 상실할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국제 원조가 미국에 가져오는 이익은 계량화하기 쉽지 않지만 빈곤 감소, 질병 퇴치, 경제개발 촉진 등을 통해 세계를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미국 수출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등 경제적 측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준다. 트럼프 2.0이 입법권을 무시하고 사법권을 거부하는 등 헌정 위기 가능성을 야기하며 강행하려는 근시안적인 국제 원조 중단은 소프트 파워를 포함한 미국의 이익에 직간접적으로 심대한 침해를 가져올 것임이 자명하다. 아울러 시장은 헌법적 위기 내지 헌법적 질서 붕괴에 결코 긍정적이거나 우호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역사적 통찰력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이 헌법을 존중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장기 실질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채권을 보유하기 위해 더 높은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독립적인 사법부를 무시하는 데 이어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무시하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는 인플레이션 기대 수준 또한 높아질 가능성이 적잖다. 헌법적 질서가 무너지는 나라의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는 자본 투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장기 실질 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며 자본 투자가 줄어들 수 있음을 예측케 하는 트럼프 2.0 헌정 위기 가능성은 미국 예외주의의 지속 전망을 판단하는 데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라 할 수 있다.
트럼프 2.0에도 미국 예외주의는 과연 이어질 것인가. 트럼프 2.0 이전부터 축적해 왔으며 이제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 만들어가는 경제의 지배(rule of economy)가 이를 판가름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울러 헌정 위기 가능성 속에서 법의 지배(rule of law)가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미국 예외주의의 향방이 결정되리라고 본다. 현실 속에서 시시각각 움직이는 트럼프 2.0의 역동적 요소를 총체적으로 판단하는 혜안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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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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