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성숙 반응속 더욱 긴요해진 연준 독립성
트럼프의 과다확신에 여러 대응방안 준비해야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첫 번째 미국 통화정책 결정은 트럼프가 압박한 금리인하가 아닌 금리동결이었다. 1월 29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재 수준인 연 4.25~4.50%로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제롬 파월 의장은 정책 기조를 조정하기 위해 연준이 서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금리인하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뜻을 표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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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남긴 손 편지를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
이로부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트럼프는 연준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연준이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젠더 이념, 녹색 에너지, 가짜 기후변화에 시간을 덜 할애했다면 인플레이션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지 못해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으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1월 23일 트럼프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산유국들은 유가를 낮춰야 한다고 했고 유가가 하락하면 중앙은행들은 즉시 금리를 인하해야 하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하락해야 한다고 했다.
갓 취임한 대통령이 표출한 이런 언어는 시장과 정책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현재까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의 다보스 포럼 발언 이후 유가의 움직임은 미미했고 시장의 2025년 금리 예측에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시장은 대체로 연준의 이번 통화정책 결정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채가 완만한 매도 압력을 받으며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소폭 상승했다. 파월은 출범한 새 행정부의 정책은 연준이 비판하거나 찬양할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금리인하 요구 발언에 대해 어떠한 대응도, 논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중은 연준이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최선의 이해와 생각을 바탕으로 연준의 목표 달성에 노력하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의 광폭 언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한 1월 29일 트럼프는 엄청난 후폭풍을 초래하고 있는 연방 정부 보조금 지급 동결 계획을 철회한다고 했다. 수천억 달러 규모의 연방 정부 프로그램을 중단한 행정명령을 철회한 것이다. 이러한 급반전은 원래의 행정명령으로 공화, 민주 양당에 큰 정치적 혼란과 반발을 불러일으킨 직후 일어난 것이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는 모두 연방 보조금을 받고 있으며 이는 2022 회계연도 총수입의 36.4%인 1조1000억 달러에 달한다. 루이지애나주 공화당 주지사 제프 랜드리는 주의 재정적 안정성을 위협받지 않으면서 불필요하고 엄청난 이 정책으로부터 풀려날 책임 있는 활주로를 개발하라고 백악관에 촉구했다. 루이지애나주 2022 회계연도 수입의 50% 이상은 연방 보조금으로 받은 것이며 이는 50개 주에서 최대치다. 민주당은 트럼프의 지급 동결 계획이 대통령의 불법적인 권한 약탈이라고 비난했으며 미국경제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장이 커지면서 급기야 연방법원은 지급 동결 계획이 발효되기 직전에 이를 차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트럼프는 원래의 행정명령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백악관은 연방법원 판결과 부정직한 언론 보도로 인해 발생한 정책에 대한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이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언론이 의도적으로 어떤 이유로든 만들어낸 혼란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또한 엄청난 낭비와 사기, 남용이 있어 온 거대 관료주의의 일부를 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를 새 행정부의 조기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로 규정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국민이 반격했고 트럼프가 후퇴했으며 정책이 실패했다고 했다.
트럼프 2.0 개막 이후 불과 10일간이지만 트럼프의 언어가 만만치 않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대체로 트럼프의 경제적 추론은 정합성이 낮기에 이에 관한 트럼프의 언어에 시장은 성숙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2기에서는 연준의 독립성과 중립적 정책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다. 지난 10일간 경험한 트럼프 언어의 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상당 기간 불확실성 속에서 추진될 개연성을 감지하게 한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이 만든 공화당 행정부의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에 대해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거리를 두었다. 이 프로젝트의 많은 정책이 연방 정부의 급진적 개편을 추진하는 등 첨예한 논란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부 정책은 트럼프의 취임과 함께 행정명령에 반영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한 가운데 트럼프의 언어가 극명하게 표출된 이번 행정명령 철회는 갓 출범한 트럼프 2기 정책이 보여준 파열음의 일단이라 하겠다.
배우가 입이 가벼우면 대본이 여러 개 필요할 수 있다. 혼란과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2.0 개막 10일간 쏟아진 트럼프의 언어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에 관한 어떤 시사점을 얻어야 할 것인가. 각국 정책결정자와 시장참가자는 시스템에 관한 중장기적 영향을 확정적으로 예단하기보다는 트럼프의 독특한 접근 방식과 때로는 과다확신 등에 대응하여 여러 개의 대본을 준비하는 통찰력이 긴요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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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KPI뉴스 / 조홍균 논설위원 hongkyooncho@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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