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적 당파주의와 파시즘 상호 악순환···착취적 정치로 민주주의 위협
'진정한 법의 지배' 필수···'좋은 사람들' 정치 유인하는 인센티브 강화돼야
12‧3 비상계엄 사태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는 시각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2024년 노벨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5‧18 광주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한 한강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가 세계의 조명을 받는 가운데 2024년 한국의 정치 상황 또한 마치 거울 이미지(mirror image)처럼 조명받고 있다. 착취적 국가를 만드는 데에는 착취적 정치가 늘 함께 해왔음을 일깨워 주는 듯 '역사의 신'이 연출이라도 한 시간의 일치(coincidence)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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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0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
한국 정치의 트라우마는 한국 정치의 특징인 극한적 당파주의(vicious partisanship)와 함께 해왔다. 당파주의가 정치지도자들의 파시즘, 포퓰리즘 등과 상호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때 극한적 파열음이 초래된다. 그럴 때 착취적 정치는 필연적이며 민주주의는 위협받는다. 착취적 정치는 올해 노벨문학상, 그리고 노벨경제학상이 말하는 착취적 국가를 만든다. 노벨경제학상 수상 저서이기도 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 The Origins of Power, Prosperity, and Poverty)'의 이유가 된다. 현재 진행형인 12‧3 사태의 후폭풍은 한국 정치의 착취적 실상을 극명하고 총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위기와 함께 직면한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코스트는 한국 정치가 극복하고 풀어야만 하는 문제다.
당면한 위기를 헤쳐 나갈 해법은 무엇인가.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말하는 바와 같이 착취적 국가가 아닌 포용적 국가, 즉 실패하는 국가가 아닌 성공하는 국가는 '진정한 법의 지배(rule of law)' 실현을 그 핵심요소로 한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 또 앞으로의 한국 정치에서도 진정한 법의 지배는 착취적 정치가 아닌 포용적 정치로 가는 대전제다.
진정한 법의 지배라는 필수불가결한 대전제와 아울러 12‧3 이후 한국 정치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개혁은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다가왔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제도가 다르면 결과도 달라진다는 것이 오랫동안 인식된 통찰력이라고 지적했다. 흔히 정치를 바라봄에 있어서 이 기본적인 통찰력을 간과하려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들은 이론에서 가정하는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제도의 제약에 종속되어 인센티브에 반응하는 배우들이다. 그 제도와 인센티브가 정치의 선택과 결과를 만든다.
정치인들은 인간 본연의 한계인 인식·지식의 한계 문제 지배(knowledge problem dominance)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뿐만 아니라 과다확신 오류와 집단사고 오류에 빠질 개연성 또한 상존한다. 이들에게 사회적 복리(social welfare)를 추구하는 인센티브가 당파적 인센티브에 비해 충분하지 않거나 오히려 당파적 인센티브 요인이 큰 경우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실패를 가져올 소지가 크다. 인센티브 구조가 취약한 선출직 권력에 국민의 삶과 운명을 모두 맡김으로써 민주주의 시스템의 결함을 자초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 작금 한국 정치 현실 아닌가.
국민은 선출직 권력에 전제 군주의 권한을 준 것이 아니다. 자유 민주주의(liberal democracy)의 대리인(agent) 책무를 일부 맡긴 것에 불과하다. 다수의 선출직 권력에 대해서도 자유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날 경우 적법한 헌법적 제약을 가하는 것은 다수에 의한 폭정을 막고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 장치다.
아울러 한국 정치에서 정치의 필드를 선택하는 '좋은 사람들'의 절대 수가 적어지고 있는 정황증거는 없는지 살펴볼 시기다. 그러한 정황이 있다면 정치가 그럴듯한 사회적 지위와 함께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갈망하는 썩 좋지 않은 사람들이 모이는 청산소(clearing house)로 전락하고 있는 게 아닌지를 경계해야 한다. 그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는 정치권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더 나은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선량함(good faith)'이다. 선량한 사람들이 정치인의 역할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驅逐, drive out)'하는 그레셤의 법칙이 정치에 작동하게 된다. 정치에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는 것이다. 정치를 선택하는 좋은 사람들이 적어지고 그에 따라 정치 거버넌스가 악화하면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 이익의 질 또한 하락한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에게 적대감을 더 품게 되고 좋은 사람들은 정치인이 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민주주의의 교정이 필요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지금 요동하는 한국 정치가 이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볼 때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길은 무엇인가. 제도와 사람이 중요하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더글러스 노스는 제도가 인센티브를 형성하며 제도의 질적 수준은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데 달려 있고 제도는 마음이 만드는 구조물이라고 했다.
한국 정치의 현실과 생태계를 생각해 본다. 지속가능한 사회적 복리 추구에 덜 매진하도록 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한국 정치와 정당 시스템에 내재해 있다면 이는 정치 제도와 거버넌스 문제의 본질이 된다. 헌법이 정한 5년 단임 대통령 임기에서 정치가 올바르고 정확하게 작동하지 않으면 시간을 허비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조다. 그렇기에 3부(府) 중에서도 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 실행하는 핵심 플레이어에 해당하는 행정부의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역량을 함양하는 인센티브 또한 긴요하다. 취약한 정치 거버넌스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행정부의 역량은 입법부, 사법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국가의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요소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회적, 경제적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는 높은 질적 수준의 정치 제도와 운영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사회적 지혜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특히 당파주의(partisanship)의 덫에서 벗어나 동반주의(partnership)를 만드는 정치 거버넌스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더 많은 좋은 사람들이 정치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인센티브가 강화되어야 한다. 제도는 마음이 만드는 구조물, 즉 인식의 산물이라고 할 때 특정 이념에 고정되어 있거나 편향에 기울어 있지 않으며 현실에 대한 넓은 이해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균형 있는 접근을 할 수 있는 진정한 리버럴의 역할이 한국 정치에 더욱 긴요하다고 하겠다. 12‧3 이후의 한국 정치의 근본적 업그레이드가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제도와 사람에 대한 성찰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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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균 논설위원 |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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