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균의 금융경제 읽기] 막오른 트럼프 관세정책···움직이는 표적 속 '악당의 서사' 찾기

조홍균 논설위원 / 2025-02-07 11:15:38
트럼프 2.0 관세정책, 여러 불확실성·방향성 내재 '움직이는 표적'
해밀턴·매킨리 유형 경제정책인가, 거래·협상의 도구·지렛대인가
승자 되는 해법, '악당의 서사' 찾는 트럼프 심리와 불가분 관계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정책의 서막을 올렸다. 관세 온건파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등이 아닌 관세 매파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2월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캐나다, 멕시코에 대해 시행 직전 전격적으로 30일간 유예하기로 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시행에 들어갔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관세 유예 조건으로 마약, 불법 이민자 관련 조치의 협상이 있었다. 중국과는 아직 협상에 이르지 않았고 가능성을 남겨두었다. 서막 오른 트럼프 2.0 관세정책의 방향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린 국가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AP]

 

먼저 관련 역사를 돌아보자. 미국의 관세 부과 역사는 17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국의 아버지라 일컫는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은 관세를 신생 공화국의 필요와 열망을 충족시킬 해결책으로 보았다. 재정수입을 늘려야 하는 절실한 필요와 영국 의존에서 벗어나 국내 산업을 키우고자 하는 열망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주류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재정수입을 늘리는 획기적인 도구나 국내 산업 부흥을 촉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된다고 보는 견해에 회의적이다. 그것은 해밀턴 시절의 환상일 뿐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관세를 좋아했던 25대 미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를 찬양한다. 아울러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를 미국 산업의 황금기이자 역사상 미국이 가장 부유했던 때라고 말한다. 취임과 함께 북미 대륙 최고봉 알래스카주 디날리산의 명칭을 매킨리산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렇지만 매킨리 관세를 연구한 다트머스대 더글러스 어윈은 관세가 모든 번영을 가져왔다고 본다면 그것은 과장이라고 했다. 당시 미국 평균 경제성장률이 높았으나 관세 덕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세는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기에 관세로 인해 별안간 성장이 촉발된 것은 아니며 은행 대출 재원 증가, 사회간접자본 확충, 이민을 통한 노동력 공급, 전화 등 기술 발전과 같은 복합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보았다. 매킨리는 1890년 49.5%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독립 연방기관 미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자료에 따르면 그 이후 가중 평균 관세가 하락했다. 그 이유는 관세가 부과되는 상품의 수입 비중이 1891년 55%에서 1894년 41%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관세 부과 상품의 무역이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총 관세 수입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매킨리 관세는 대중 생필품 가격 상승을 초래했고 이어진 하원의원 선거에서 매킨리의 공화당이 의석 절반을 잃게 된 원인을 제공했다. 트럼프가 향수를 느끼는 매킨리 관세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2.0 관세정책은 마치 '움직이는 표적'과도 같은 형국이다. 여러 불확실성이 상존한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지, 부과한다면 관세가 일시적일지 영구적일지, 협상의 도구일지 응징의 도구일지, 상대 국가는 어떤 보복을 가할지 불확실하다. 관세의 경제적 영향을 예측하려는 경제분석모델에 본연적으로 내재한 불확실성에 빠지기 전부터 여러 요소가 불확실하다.

 

이번에 트럼프가 멕시코와 캐나다에 즉각 부과하려던 관세를 당분간 유예하면서 받은 대가는 아주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멕시코는 이미 주둔하고 있는 북부 국경에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약속했고 캐나다는 마약 문제를 담당하는 펜타닐 차르를 임명하겠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 케빈 헤셋 위원장은 이번 관세 부과를 무역전쟁(trade war)이 아니라 마약전쟁(drug war)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이 부과한 이번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구글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희귀 금속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했으며 두 개의 미국 회사를 국가안보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하지만 구글은 중국에서 거의 사업을 하지 않으며 블랙리스트에 추가된 두 회사 중 하나는 이미 조사를 받고 있었다. 중국은 지난해 여러 희귀 금속에 대한 제한을 가했고 미국 수입업체들은 이미 조정을 시작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자국민들에게는 강경하게 보이면서도 도를 넘지 않고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미국과의 잠재적 협상에서 레버리지 여지를 만드는 측면이 있다.

 

트럼프 2.0이라는 게임, 특히 관세정책 게임에서 트럼프가 어떤 플레이를 펼칠 것인가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트럼프는 캐나다가 펜타닐의 주요 공급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뉴욕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의 양은 미국 남부 국경에서 압수되는 양의 0.2%에 불과하다고 한다. 트럼프가 캐나다에 압박을 가하기 전에 왜 그렇게 많은 미국인이 중독자가 되었는지를 스스로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펜타닐 위기에 시달리는 가운데 트럼프가 이웃 나라에 책임을 전가하고 압박 수단으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는 심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좌파든 우파든 적지 않은 정치 지도자들은 지지자들에게 행동의 모티베이션을 부여하기 위해 이른바 '악당에 관한 명확한 서사(clear narratives about villains)'를 만들어내려는 심리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미국 좌파의 상원 기수(旗手, standard-bearer)라 할 버니 샌더스의 경우 미국의 불행을 백만장자와 억만장자 탓으로 돌리며 지지자들에게 어필한 바 있다. 트럼프의 스토리텔링에는 항상 악당이 있다. 공동의 적(common enemy)을 찾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불법 이민자 추방 메시지와 같은 악당에 관한 명확한 서사를 통해 지지자들을 끌어모은 대목이 있다.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우리와 그들의 정치(How Fascism Works: The Politics of Us and Them)'의 저자인 예일대 제이슨 스탠리는 공동의 적을 설정하고 이에 맞서 사람들을 하나로 묶으며 단합시키려는 성향으로 트럼프의 심리를 묘사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트럼프 2.0 관세정책 방향의 요체는 무엇인가. 건국 초 해밀턴이 또는 트럼프가 찬양하는 매킨리가 19세기 말 추구하려 했던 유형의 경제정책인가. 다양한 형태로 거래와 협상을 도모하는 데 활용되는 트럼프 2.0 버전의 새로운 도구와 지렛대인가. 현 상황은 여러 불확실성과 방향성이 혼재되어 '움직이는 표적'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운데 관세정책을 포함한 트럼프 2.0 게임에서 승자가 되는 해법은 트럼프 심리의 관점에서 찾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 '움직이는 표적' 속에서 '악당의 서사'를 찾는 게임이 본격 시작됐다.

 

▲ 조홍균 논설위원

 

 

●조홍균은

 

법·제도경제학자이자 35년 경력 중앙은행가. 경제, 금융, 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주로 천착했다. 통화금융정책, 금융체제, 금융감독, 금융산업, 기업정책, 법경제 실무와 이론에서 전문성을 쌓았다. 중앙은행과 정부, 국제기구, 학계, 언론계 등에 걸쳐 폭넓게 이력을 쌓았다.

 

△ 미 워싱턴대 법학박사(J.D./J.S.D., 법경제학) △ 1989년 한국은행 입행 △ 1990년 조사제1부 조사역 △ 1999~2012년 정책기획국 과장 차장 팀장 △ 2016년 금융감독원 거시감독국 파견국장 △ 2017년 한국금융소비자학회 부회장 △ 2018년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 2020년 고려대 겸임교수 △ 2022년 경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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