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께름칙하다. 역사적 의미만을 생각하기엔 정원의 현실이 너무 위험하다. 이름부터 이상하다. 왜 공원이 아니라 정원인가. 정원(庭園)은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을 말한다.
어린이들 손을 잡고 입장한 윤석열 대통령은 "여기 축구장,야구장도 있어. 저기 도서관도 있고"라고 소개했다. 그런 곳의 이름이 정원인 건 어색하다. 공원이어야 마땅하다.
어색한 작명의 이유는 자명하다. 공원이 될 수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현행법(토양환경보전법)상 이곳은 공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땅의 오염상태가 심각하다. 허용 기준치의 최소 10배 이상이라는 것 아닌가.
특히 12세 미만 전용으로 한다는 스포츠필드의 석유계총탄화수소(TPH)는 기준치의 36배에 달한다고 한다. TPH(Total Petroleum Hydrocarbons)는 원유에서 발견되는 모든 탄화수소 혼합물을 지칭하는 용어다. 헥산, 벤젠, 톨루엔, 크실렌(자일렌), 나프탈렌, 플루오렌 등의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이중 벤젠은 1등급 발암물질이다.
돌려받은 용산 미군기지가 이렇게 발암물질로 심각하게 오염된 사실은 누구보다 정부(환경부)가 잘 안다. 환경부 스스로 수년전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래서 정부도 용산공원조성 특별법을 제정하고 반환후 7년간 정화작업을 거치도록 정비 종합계획을 세웠던 것 아닌가.
그랬던 정부가 '7년 정화'를 건너뛰고, 오염의 책임도 제대로 묻지 않고, 발암물질 가득한 땅을 흙과 잔디로 덮고는 서둘러 '정원'으로 개방한 것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빛내려는 맞춤형 기획일 터다.
정말 이래도 되나. 윤 대통령 말처럼 미래의 꿈나무들이 뛰어놀 공간 아닌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땅부터 깨끗하게 정화한 뒤 문을 여는 게 상식이고 순리다. 그런데 정부 어디에서도 왜 "아니되옵니다"가 없었나. 과학적 조사로 오염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환경부부터 입 닫고 있는 건 명백한 직무유기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에는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그런 넓은 잔디밭 하나 제대로 없다"고 서둘러 개방한 이유를 밝혔다.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 되도록 계속 가꿔나가겠다"고도 했다.
지금이 체육시간에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학생들에게 삽을 쥐여주던 70~80년대도 아닌데, 어린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공간 하나 제대로 없는지도 의문이지만, 저렇게 오염된 땅에 편법으로 문을 연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을지 진정 난 모르겠다.
이날 용산미군기지 14번 게이트 앞에선 "오염된 용산 반환 미군기지 임시 개방을 당장 중단하라"는 외침이 울려퍼졌다. 녹색연합과 온전한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의 기자회견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시민을 위험한 공간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외쳤다.
KPI뉴스 / 류순열 편집인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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