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 키운다더니…정부 사업은 외국산이 수행?

김혜란 / 2022-06-14 13:31:03
로봇, 국가 경제·안보 필수 전략 기술로 선정
"정작 외국 로봇 업체에 힘 실어 주나"…업계 반발
윤석열 정부가 로봇에 사활을 걸었다. 로봇을 반도체, 인공지능(AI)과 함께 국가 경제·안보 차원에서 필수 전략 기술로 선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첫 정례회동을 갖고 신산업 분야의 성장을 가로막던 규제 33건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드론·로봇 배송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현행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상 택배사업 수단은 이륜차와 화물차만 허용돼 있었지만 규제가 개선되면 입법 공백이었던 '로봇'도 법 안으로 편입된다. 자율주행로봇을 활용한 배송사업의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정부 사업에 투입된 배달로봇, 알고보니 외국산?

그러나 정작 외국 로봇 업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업계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특례로 서울시 아파트 단지에 투입된 배달로봇이 외산이라는 게 문제였다.

현재 이 사업을 진행 중인 사업자는 KT다. 회사 측이 밝힌 로봇의 산지는 네덜란드다.

정부 사업에 투입된 로봇이 외국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 일각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국내 산업 특례로 외국계 업계가 세를 키우는 건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윤 정부의 기조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외국산이 왜 문제가 되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글로벌 시대에 경쟁력을 주요 판단기준으로 삼아야지, 외국산과 국산을 가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는 주장이다.

▲ KT가 서울시 로봇 실증사업에 투입한 커피 배달 로봇. [SNS 캡처]


정부 "실증특례, 외산 차별하지 않아"


정부는 이에 대해 '실증 특례는 외국산을 차별하지 않는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KT의 규제특례를 담당한 산업통상자원부 위성원 사무관은 "특례 사업에서 국산, 외산을 따지는 경우는 없다. 사업력이 있는 지만 평가한다"며 "일단 산업부터 커야 한국 업체들도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입장은 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 추진 사업에 외산 기기가 쓰이는 건 말이 안 된다. 실태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로봇 사업에는 다양한 기관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로봇 규제 로드맵은 산업부가 이관한 한국로봇진흥원이, 로봇에 대한 규제샌드박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위탁한 대한상의가 주도한다.

업계 "국가 안보 기술 정부가 지켜야" 

외국산 채택을 반대하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로봇 산업이 크기도 전에 외산에 의존하게 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로봇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국가 안보 기술로 지정만 하고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 조치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국내 로봇 기업 '로보티즈'의 표윤석 박사는 "한국에서 로봇산업이 태동하는 시기다. 국가가 로봇을 키우겠다고 해놓고 외산을 들이겠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각사의 기기 전략에 대해서까지 가타부타할 수 없지만, 국가 사업으로 보자면 얘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표 박사는 로봇산업의 특수성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나 스마트폰과 달리 로봇은 각 하드웨어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있어 외산 기기의 국내 보급률이 높아지면 소프트웨어 등 다른 사업 영역도 자연스레 기회를 뺏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표 박사는 "스마트폰이야 OS(운영체제)나 기기가 범용으로 쓰이지만 로봇은 협동, 의료, 방역 등 기기 특성에 맞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며 "로봇 기기를 외부 기업이나 나라에 맡기면 해당 업체가 준 API(인터페이스)에 의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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