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위협'한 날 코스피는 사상 최고점 찍었다…"상반기 5400 가능"

안재성 기자 / 2026-01-27 17:09:58
코스피, 종가 기준 최초 5000 돌파…'16만전자' 코앞·'80만닉스' 등극
"반도체엔 관세 위협 통하지 않아…29일 '어닝서프라이즈' 기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위협이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내성(耐性)이 생긴 듯하다.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25%로 올리겠다고 위협한 날 코스피는 오히려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2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2.73% 오른 5084.85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 5000선을 돌파한 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4.87% 뛴 15만9500원을 기록, '16만전자'에 근접했다. SK하이닉스는 8.70% 급등한 80만 원으로 거래를 마쳐 '80만닉스'에 등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대차는 장 초반 47만 원까지 떨어졌다가 장중 낙폭을 꽤 회복했다. 종가는 전날보다 0.81% 내린 48만8500원이다.

 

▲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코스피 5000 달성을 자축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전날 4년 만에 1000선을 넘긴 코스닥은 이날도 상승세를 유지했다. 1.71% 오른 1082.59를 기록했다. 알테오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오름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한국 입법부가 한국과 미국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모든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한국 국회가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은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이 아직 의결되지 않은 걸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수출이 주력인 우리 경제에 미국이 관세를 올리는 건 부정적인 이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도 장이 열린 직후에는 하락세였다. 코스피는 4800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곧 오름세로 돌아서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상승폭을 더 확대했다.

 

악재가 터졌음에도 증시가 뛴 배경 중 하나로 "어차피 또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을 먹고 도망간다)일 거다"란 믿음이 꼽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그린란드 사태' 등을 감안해 시장이 단순히 위협을 가하는 걸로 해석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그린란드에 소규모 병력을 파병한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가 불과 나흘 만에 철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대한 두터운 신뢰도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반도체에는 관세 위협이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반도체 시장은 공급자 절대 우위라 관세를 매긴다고 해서 매출·이익에 별 영향이 가지 않으며 미국 수입기업이 관세 부담을 짊어지게 될 거란 분석이다. 강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체할 만한 반도체 공급처가 없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상승세에는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가 다음 목표로 코스닥 3000을 내세운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5000을 목표로 내건 뒤 채 1년도 지나기 전에 실제로 달성해내니 새로운 목표에도 신뢰감이 커졌다는 얘기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이나 특정 업종이 아니라 지수 자체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며 "정부 부양책으로 코스닥이 더 오르기 전에 올라타려는 심리가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승이 지속될 지엔 의구심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많으나 코스피에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나올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연산 플랫폼 '베라 루빈'이 반도체 수요를 크게 진작시킬 것"이라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익 증가를 기대했다.

 

강 대표도 "두 '반도체 공룡'이 모두 오는 29일 실적 발표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것"이라며 "상반기 내로 코스피가 최고 5400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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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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