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4 자율차, 법 마련 안 되면 '돈 먹는 하마'

김혜란 / 2022-06-10 13:39:15
국내 레벨4 안전제작기준 등 관련법 아직 없어
독일, 최근 법 통과로 레벨4 상용차 판매 가능
법 마련 선행돼야 자율차 개발 판매도 속도
지난 9일 레벨4 단계의 자율주행차가 국토교통부 장관과 서울시장을 태운 채 강남 한복판을 달렸다. 국토부와 서울시, 현대차가 협업해 자율차의 실증을 알리는 시연행사였다.

시연 행사 후 자율차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레벨4는 이론상으로는 운전석이 필요 없어 '궁극의 자율주행' 기술로 꼽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자율주행 레벨은 0~5로 구분되는데 레벨4는 고등 자율주행(High Automation)으로 대부분의 도로에서 시스템이 운행을 담당한다. 비상운전자가 차에 타는 경우는 있지만, 원격제어 기술이 갖춰지면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도 가능한 수준이다.

레벨4 자율차, 독일은 파는데 우리는 못 팔아

문제는 레벨4 자율차도 결코 '장밋빛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데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율주행차가 투입되는 개발비는 상당한데,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 '돈 먹는 하마'로까지 비하한다. 레벨4에 대한 안전제작기준법이 없어 차를 출시해도 판매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2019년 12월 세계 최초로 레벨3 자율차 안전기준을 제정, 2020년부터 국내에서도 레벨3 자율주행차 판매는 가능하다. 하지만 레벨4에 대한 기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열린 자율주행 모빌리티 시범운행 행사에 참석해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 전기차 '로보라이드(RoboRide)'를 타고 있다. [현대차 제공]

업계는 독일을 벤치마킹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독일연방상원은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는 레벨4에 대한 안전제작기준, 운행 요건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독일은 우선 승객을 실어나르는 버스와 물류를 담당하는 화물차에 한해 도로 위를 달릴 수 있게 했다. 볼커 비싱 독일 교통부장관은 "자율주행차는 물류, 화물에 있어 엄청난 혁신"이라며 "법 개정으로 전 세계 자율주행 산업에 이정표를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레벨4 자율차는 대당 2~3억 원을 호가하지만 벤츠, 아우디 등 독일의 완성차 및 자율주행 업체들은 법안 통과로 동력을 얻은 셈이다. 

법 마련 선행돼야 자율차 개발 판매도 속도

국내 자율주행 업체 오토노머스에이투지 유민상 상무는 "자율차 구매를 원하는 물류, 화물 업체들은 많지만 관련법이 없다보니 차가 있어도 팔 수가 없다"며 "국내에서도 독일처럼 레벨4에 대한 법이 빨리 마련돼 차량 판매로 매출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자율주행은 자율주행차와 작업용 로봇을 활용한 무인운·배송 시스템이다. 하지만 차를 만들어도 팔기 어려운 구조라 무인 운행이 가능한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차 양산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룹이 지난 5월 18일 공개한 '국내 21조 원 투자 계획'에도 새로 짓는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전용공장은 기존 전기차를 활용한 파생 PBV를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 현대차그룹이 무인 자율주행 배송차량을 만든다고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실현가능성이 떨어져 보인다"며 "실제로는 기존 전기차를 개조한 일반 차량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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