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아직은 상생 어려워"

김혜란 / 2022-03-18 12:54:20
영업소에서 중고차 매입하던 업체들 매물 찾기 어려워질 수도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판매까지하는 건 전 세계 유례 없는 일"
3년 동안 지속해 온 대기업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가 일단락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7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업종으로 재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심의위는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피해 등을 고려해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대기업과 기존 중고차 업체들간의 조율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목높여 반대하는 중소사업자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 중고차 정보를 제공하는 '현대차 중고차 연구소' 웹사이트 [현대차 제공]

중고차 업종은 2019년 생계형 적합 업종에서 제외됐다.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을 막을 법적 근거는 이를 계기로 사라졌지만 정치권은 지속적으로 상생 방안을 요구했다. 정부의 결정은 늦어졌고 논란은 무려 3년 동안이나 지속됐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기존 업체들과의 갈등을 막기 위해 이달 7일 중소사업자들과의 상생안도 내놨다. 5년, 10만㎞ 이내의 자사 차량 중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만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에 나선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었다.

현대차 영업소 통해 중고차 매입하던 업체들, 현대차에 밀리나

현대차는 소비자가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를 구매할 때 할인해주는 '보상판매(트레이드인·trade-in) 프로그램'도 실행한다. 고객이 자신이 타던 차를 현대차에 파는 동시에 신차 할인을 받는 것이다. 

이 제도를 두고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대리점을 통해 중고차를 확보해 왔던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제도 시행에 난색을 표한다. 차량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카·엔카·오토플러스 등이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 A는 "기존 영업맨들이 알음 알음 중고차 커미션을 얻어왔는데 본사 측에서 (중고차를 많이 매입하라는) 모종의 압박이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가 완성차 점유율의 70%를 차지한다는 건, 중고차 유통에서도 현대차가 가장 많다는 얘기인데, (현대차가 차를 다시 매입하면) 중고차 업체로서는 팔 차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는 '5년, 10만㎞ 이내의 자사 차량 중고인증차' 이외의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업계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기존 중고차 업체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란 반발이 크다. 자칫 '상품성이 떨어지는 차들만 판매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세계 유일무이" 생산-판매-금융-정비, 여기에 중고차 판매까지?

현대차와 기존 업체들과의 상생은 지금으로선 요원하다. 중고차 업계는 '현대차의 침공'이라고 지적하며 해외의 사례를 제시한다. 해외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직접 중고차 매매업 영업권을 갖고 있지 않다. 보상판매를 하는 주체도 차량 판매 딜러십을 가진 제3의 기업들이다. 

토요타도 일본에서 중고차 경매와 중고차 판매를 구분하고 있다. 토요타는 그룹 차원이 아니라 각 지역의 유력 기업들에게 신차, 중고차, 정비의 영업권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딜러들 역시 개별 판매점마다 독자적으로 중고차매매업 허가권을 취득해 두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중고차 매입과 판매를 하고 있다.

중고차업체 '유카'의 신현도 대표는 "다른 나라의 경우 생산과 판매가 분리돼 있는데 현대차는 생산, 판매, 금융, 정비까지 다하는 독식 체제"라며 "여기에 중고차까지 하겠다는 건 과하다"고 비판했다. 

"수입차만 중고차 사업" 역차별 주장, 사실일까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등 국내 수입차의 인증 중고차 사업 역시 공식 딜러사를 통해 운영된다. 수입 완성차들은 '생애 첫 차' 고객을 계속해서 잡아두는 동시에 할인 혜택으로 신차 교체 수요를 유도한다.현대차를 비롯, 국내 완성차 업계는 그동안 "수입차만 중고차 사업을 하는 건 역차별"이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많다.

▲ 벤츠 인증 중고차 사업을 영위하는 벤츠 공식 딜러사 더 클래스 효성 [더 클래스 효성 제공]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차, 한국GM등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처럼 직접 뛰어들지, 기존 수입차 업체처럼 다른 회사를 통해 중고차 사업을 할 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르노코리아자동차 관계자는 "아직 어떤 형태로 할 지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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