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뽕 세대' 등장에 휘청이는 韓 화장품

박일경 / 2021-11-19 17:07:34
中 '소비 둔화'에 Z세대 '애국 소비' 二重苦
광군제 역대 최고실적에도 K-뷰티 불확실
중국산 '화시즈'·'완메이르지' 新양강 출현
한국산 양축 LG생건·아모레퍼시픽엔 위기
올해도 한국 화장품 업체들이 중국 광군제에서 호실적을 냈다. 그럼에도 화장품 업계 분위기는 밝지 않다. 'K-뷰티' 앞날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한류(韓流)' 바람을 타고 "한국 화장품 최고"를 외치던 중국 시장의 변화가 심상찮다. 중화사상이 강한 '지우링허우'(1990년대 출생)와 '링링허우'(2000년대 출생) 세대가 일으킨 변화다.

이들은 '궈차오(國潮·중국인의 자국 브랜드 소비 선호)', 'C-뷰티(차이나 뷰티)'로 상징되는 국산품 소비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속칭 '국뽕 세대' 등장으로 'K-뷰티' 열풍이 식고 있는 모양새다.

주가는 진작 이런 흐름을 반영했다. 화장품 양대 산맥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주가는 이미 힘이 빠질대로 빠진 모습이다. 지난 5월 하순 30만 원까지 뛰었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20만 원선이 깨져 17만~18만 원을 횡보 중이다. 7월 초 178만4000원까지 치솟았던 LG생활건강은 120만 원 밑으로 추락했다. 19일 LG생활건강은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보다 9000원(-0.76%) 빠진 117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이번 중국 광군제에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음에도 주가는 정반대다.

▲ 자료 :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

광군제 매출 신기록에도…3분기 실적 주춤하며 주가 부진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중국 광군제에서 약 37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사상 최고 매출로 전년(2600억 원) 대비 42% 급증했다. 특히 LG생활건강의 대표 브랜드 '후'의 알리바바와 동영상 플랫폼 틱톡(도우인) 채널 총 매출은 3294억 원으로, 전년보다 61% 성장했다. 후 천기단 화현 세트(29만 원·1590위안)는 알리바바에서만 88만 개가 팔리며 단일 제품 가운데 애플의 아이폰13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광군제에서 '라네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설화수' 고가 라인 '자음생' 매출이 83% 늘었다. 자음생 에센스는 325% 급등했다. 틱톡과 콰이쇼우 판매량은 전년보다 2배 확대됐다.

애경산업도 광군제 기간 약 160억 원의 거래액을 시현했다. 전년 대비 15% 신장된 매출이다.'에이지투웨니스 에센스 커버팩트'는 올해도 티몰 내 BB크림 부문 판매 순위 1위를 고수했다. 또 헤어케어 브랜드 '케라시스'는 390% 급성장했다.

광군제에서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중국 내 한국 화장품 업황이 좋지만은 않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소비 둔화와 더불어 30년 만에 바뀐 중국 화장품 법규, 럭셔리 화장품에 관한 중국 사치세 부과 가능성이 수요 측면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1조1089억 원, 영업이익 503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9% 늘어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0.2% 줄었다. 해외 실적이 부진했다. 해외 부문 매출은 384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5억 원으로 57% 급감했다. 해외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성과가 부진한 때문이다. 3분기 중국 매출은 10% 축소됐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 늘었다. 하지만 매출이 줄었다. 2조103억 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9% 줄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화장품 부문 매출이 10% 가량 줄며 전체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주요 해외 시장인 중국 오프라인 매출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브랜드력 유지위한 마케팅 투자 부담…당분간 수익성 개선 어려워"

중국 내 소비는 둔화 추세다. IBK투자증권 '화장품 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국 화장품 소매 판매액 성장률은 올해 1분기 45%, 2분기 18%, 3분기 4.9%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1998년~2014년 출생한 '젠(GEN) Z세대'의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 이른바 애국 소비 경향도 넘어야 할 벽이다. 이들은 대략 2억800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중국 전체 인구의 18%를 차지한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GEN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애국심이 투철하다"며 "중국 색조 화장품 1위 화시즈가 '중국의 미는 아름답고 위대하다'는 애국 마케팅을 펼치자 중국 Z세대가 강하게 호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화장품 시장의 화제는 '화시즈'이다. 2017년 이래 독주하던 '완메이르지'를 '화시즈'가 앞지르기 시작했다. 화시즈는 2019년 매출 10억1000만 위안에서 작년 30억 위안으로 무려 세 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완메이르지 매출은 35억 위안에서 52억 위안으로 50% 증가했다.

올해는 화시즈가 완메이르지를 누르고 중국 온라인 1위 브랜드로 등극할 것이 확실시된다. 6·18 쇼핑 페스티벌에서도 화시즈는 색조 화장품 판매 1위에 올랐다. 2021년 6·18 쇼핑 페스티벌 브랜드 순위에서 색조화장품·향수 매출액 상위 '톱5' 브랜드에 1위 화시즈, 2위 완메이르지, 4위 컬러키 등 중국업체 3개사가 이름을 올렸다. 한국 기업은 로레알 산하 3CE 단 한 곳뿐이다.

정혜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산) 브랜드력 유지와 강화를 위한 마케팅 투자 부담이 지속돼 수익성의 빠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 LG생활건강의 '후' 비첩 자생 에센스 스페셜 에디션. [LG생활건강 제공]

韓 화장품업계, 실적 회복 돌파구는…프리미엄 강화

'K-뷰티'의 부활을 위해서는 럭셔리 제품 라인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고가 라인으로 제품 경쟁력 우위를 굳건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미진 연구원은 "소비 둔화 국면에서도 럭셔리 브랜드는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초고가 상품에 대한 수요는 상수에 가까워 실물경기에 둔감하다"면서 "장기적으로 수요가 결국 우상향할 것이며 중국 화장품 시장 내 럭셔리 제품 성장세는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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