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블레이저의 수상한 데이라이트…'불법튜닝' 유도하는 한국GM

김혜란 / 2021-11-05 15:00:32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 타브랜드와 달리 주간주행등 수동 조절 안 돼
캠핑장, 자동차극장서 '민폐' 등극…일부 시설 한국GM 차량 출입 막아
튜닝하는 고객들…한국GM 측 "몰랐다. 수출도 해야 해서 고칠 수 없어"
한국GM의 간판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운전자들 사이에서 '눈엣가시'로 전락했다. 수동으로 꺼지지 않는 주간주행등(데이라이트) 때문이다. 캠핑장 소등 시간이나 자동차 극장에서 이 주행등이 말썽이 되곤 한다. '민폐' 오명에 트레일블레이저 차주들은 위법 소지가 있는 라이트 튜닝을 하기 이르렀다. 

▲ 트레일블레이저의 전측면 모습. [한국GM 제공]

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7월부터 출시되는 모든 자동차의 전면에는 주간주행등 설치가 의무화됐다. 주간주행등은 전조등 주위에 별도로 장착되는 소형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밤낮 관계없이 시동을 걸면 자동으로 켜지고 시동을 끄면 함께 꺼진다.
▲ 현대자동차의 팰리세이드 매뉴얼 일부. 주간주행등을 수동을 끄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보통 이런 주간주행등은 수동으로 끌 수 있다. 기어 레버를 P에 두고 파킹 브레이크를 작동하면 주간 주행등은 간단하게 꺼진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시동을 켰더라도 주행중인 상황이 아니라면 주간주행등을 꼭 점등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다. 

하지만 한국GM이 생산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나 볼트의 경우 이런 주간주행등을 수동으로 끄는 방법을 막아 놓았다. 이에 차주들은 필요에 따라 주간주행등을 끄기 위해서 애프터마켓(정비·수리 시장)에 향하기 시작했다. 한 공업소 관계자는 "트레이블레이저 딜러들 사이에서 3대 서비스가 있는데 튜닝, 블랙박스 설치 그리고 데이라이트 오프 추가"라며 "시공비는 9만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등화장치를 개인이 개조하는 것은 자동차관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온택트 문화'가 확산으로 오토 캠핑장과 자동차 극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주간주행등이 골칫거리가 됐다. 자동차의 전원을 사용하기 위해 시동을 걸었는데 자동으로 켜진 주간주행등 때문에 휴식을 즐기러 온 캠퍼들과 자동차 영화관 관객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 A 캠핑장의 고지문 일부. 주간주행등이 꺼지지 않는 차량의 출입을 막고 있다. [A 캠핑장 웹사이트 캡처]

실제로 세종과 대전에 있는 몇몇 자동차 극장은 트레이블레이저와 같이 주간주행등이 꺼지지 않는 차량의 출입을 막기까지 했다. 이에 트레이블레이저 동호회 회원들은 저마다 '민폐 관람객'이 된 경험 등을 공유했다. 다수는 사비를 들여 사설 공업소에서 관련 부품을 교체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한 누리꾼(강*****) "후미등도 꺼지지 않아 문제"라고도 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차박'에 용이하다는 입소문에 인기를 끌고 있는 차다. 올해 10월까지 총 1만6992대가 팔리며 '스테디셀러'인 스파크(1만6107대)를 제쳤다. 그러나 트레일블레이저는 캠퍼들 사이에서는 눈살을 치푸리게 하는 민폐 차량으로 등극하게 됐다. 공용 캠핑장 내 소등 시간인 '매너타임'에 홀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소형 SUV 전체 부문에서도 기아 셀토스에 이은 2위다. 9월 기준 수출대수도 11만1737대로 현대차 코나(14만985대) 다음으로 높아 내수, 수출 모두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한국GM 측은 쉐보레의 '주간주행등 논란'에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꺼지지 않을 리가 없다"며 "진짜 그렇다면 바보같은 일"이라고 반문하기까지 했다.

이후 다수의 소비자들이 주간주행등을 튜닝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그는 "이제 인지했으나 이걸 문제제기 하기에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트레일블레이저는 수출 주력 상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국내 이슈 때문에 주간주행등을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게 추가 조치를 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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