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 마땅치 않아"…비규제지역 풍선효과 확대 가능성
사상 첫 '제로(0%대) 금리' 시대가 현실이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결정하자, 한국은행도 사상 첫 0%대 기준금리로 대응했다.
금리가 낮아지자 눈길이 쏠리는 건 '부동산 시장'이다. 통상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확대된 유동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 집값 상승에 불을 지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만 호황을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고강도 대출 규제·불확실성 맞물려 상승 제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가계 차입 비용을 낮추면서 원론적인 의미에서 주택 수요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다"면서도 "주택 가격은 금리 요인 외에도 다른 요인도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과 더불어 주택담보대출 금지, 보유세 강화, 고강도 자금출처 조사 등 정부의 규제가 맞물려 집값 상승에는 제한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금리하락이 집값 불안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글로벌 경제 리스크가 증대되는 상황이라 수요자들이 금리 인하를 집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이미 시중금리가 낮아 금리 인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현재 대출 규제가 만만찮은 데다 자금출처 조사도 강화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그간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해 왔고, 세계 경제 위기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거래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금리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끼칠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거래 심리 냉각 등 당분간 관망세 속 거래 절벽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저금리 기조와 공급 부족, 부동산에 대한 안전 자산이라는 믿음 등으로 인해 시장을 관망하거나 자녀에게 증여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가격이 폭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금리 인하는 이자 부담 경감, 레버지리 효과보다는 경기 위축에 따른 구매력 감소와 급격한 시장 위축을 방어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서 "자산상품 중 하나인 부동산 시장도 장기적으로 구매자 관망과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우려해야 할 건 금리 인하가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부동산 시장과 경제 침체"라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자영업자가 보유하던 주택 및 상업용 부동산을 매각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들이 기업용 자산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규제지역 중심 풍선효과 가능성
다만 중저가 단지가 몰린 지역이나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20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된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의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인천이나 동탄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비규제지역에서도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현재 부동산을 제외하면 별다른 투자 대안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기 리스크 때문에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갭메우기가 가능한 중저가 시장이나 신축 아파트, 청약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울은 규제 탓에 금리가 내려가든 올라가든 상관 없이 대출 자체를 받기 어렵다"며 "수도권의 저렴한 아파트는 금리가 떨어지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교수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 대책으로 별 영향이 없겠지만,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확대되거나 집값 상승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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