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원 높은 사회비판, 현실고발로 주목
서울 반도갤러리에서 9월5일까지 전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비판하고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는데 천착해온 김문호 사진작가(64)가 이번에는 '헬조선'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김 작가는 사진전 <성시점경(盛市點景, In the City)>에서 말그대로 흥청망청하는 도시 속 한 점 풍경을 통해 일그러진 우리 삶의 조야함을 탁월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는 그동안 작품전 <온 더 로더(On the Road)>(2009)와 절망의 그림자 <섀도우(Shadaw)>(2013)를 지나 이제 <성시점경>으로 한 차원 높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반도갤러리를 들어서면 김 작가 특유의 강렬한 이미지를 발산하는 대형 흑백사진 30점이 죽비처럼 우리에게 다가온다.
“자본주의의 살풍경이 펼쳐진 도회지로 나왔다. 하지만 번쩍이는 것들만 많고 빛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카메라를 들고 거리를 쏘다니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내내 ‘헬조선’, ‘이생망’ 같은 몹쓸 단어들이 떠나지 않았다.”
그가 실토한 것처럼 이번 작업에서 마주친 현실은 작품들마다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는 '절망'과 '헬조선'이었다.
한국작가회 이사장 이경자 소설가는 김 작가의 작품에 대해 “내가 300쪽의 책에다 겨우 드러내는 시대와 인생을 그는 단 한 장의 사진으로 그대로 보여준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수 없이 많이 하고 싶은 말을 사진 한 장으로 하는 것이 내가 사진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일이다.”라는 그의 작업관을 꿰뚫어 보는 평가인 셈이다.


이광수 부산외국어대 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사진은 사회 비판을 넘어 자본주의 혹은 문명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사진만 보면 어둡고 비관적이다.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비관주의자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물론 김 작가는 스스로를 비관주의자라 여긴다. 그는 세상에 희망이 없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려내는 것은 궁극으로는 절망이지만, 과정적으로는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그는 희망의 끈은 놓지 않는다.
“내 사진을 통해서 우리가 사는 모습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그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부연한다.
이번 작업의 주제가 도시인 만큼 김 작가는 처음 시작 단계에서 도시에 관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런 뒤 그는 가능한 많은 현장과 장면들을 포착하고 채집했다.
"도시, 혹은 도시인이라는 주제가 막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정확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주로 형용사로 많이 생각한다. ‘복잡하다, 불안하다, 각박하다, 복잡함 속에서 외롭다, 화려함에 숨겨진 공허함 등’ 내가 표현하고 싶은 도시에 관한 형용사들을 떠올린다.”

사회 모순과 왜곡된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하는데 천착하며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김문호 작가는 사진계에서는 준원로급에 속한다.
그런 만큼 그는 지금의 사진계에 대해 누구보다 안타까움도 많다.
그는 “후배들이 진득하게 정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현실사회는 늘 급변하고 거기에 따른 사회적 이슈들은 시시각각 변한다. 따라서 대중들의 관심도 변한다. 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가 그런저런 사회적 시류를 타고 주목 받기 위한 소재만을 따라 우왕좌왕 하는 것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번 사진전은 서울 충무로 반도갤러리에서 오는 9월5일까지 계속된다.
K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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