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에 버려진 존재 1] 귀성 대신 '명절대피소'찾는 취준생

손지혜 / 2019-02-04 09:03:18
취준생 두명 중 한명 "고향 가지 않겠다"
명절 대피소 이용자 증가 추세

 

▲ 파고다 어학원이 운영하는 명절 대피소. 파고다는 2015년부터 설과 추석 1년에 두 번 명절 대피소를 운영한다. [파고다 어학원]


‘취준생’(취업준비생)에게 명절은 없다. 그들에게 명절은 성가시거나 두려운 것이다.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많은 취준생들은 고향을 찾거나 집에 있는 대신 '명절 피난처'로 향한다.


파고다어학원은 2015년 추석부터 '명절 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다. 명절마다 1100여 학생들이 전국의 명절 대피소를 찾는다는 게 학원측 설명이다. 명절 전 독서실 예약 문의도 끊이지 않는다. 한 프리미엄 독서실 관계자는 "설연휴를 앞두고 공부를 하려는 이용자들의 문의가 폭주해 예약이 다 찬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20세 이상 성인남녀 2690명을 대상으로 '설날 계획'을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취준생 두명 중 한명은 설을 쇠러 고향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당장은 내세울 것 없는 곤궁한 처지, 친지들의 잔소리 등이 귀성을 기피하는 이유다. 

 

취준생 윤모(27세)씨도 이번 설에 일부러 고향에 가지 않는다. "명절을 보내고 오면 구직의 기준이 흐려지고 남의 시선을 더욱 의식하게 돼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윤씨는 "친척들을 만나기만 하면 스펙은 잘 쌓고 있는지 어디를 준비하는지 물어본다"면서 "내가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계속 구직 중인데 어른들은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곳을 취업하라고 강요하신다"라고 말했다.

 
돈이 문제가 될 때도 있다. 일반 기업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조모(28세)씨는 "어른들께 용돈을 드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친지들과의 모임을 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또래 사촌들은 모두 대기업에 취업을 해서 조부모님께 용돈을 드린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러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 자존심이 상하고 위축된다"고 말했다.  

 

명절대피소 이용자는 증가 추세다. 파고다어학원은 작년 설과 추석 때에는 명절대피소 이용자가 1100명을 조금 넘겼으나 올해 설 대피소 이용자는 12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피소를 이용하는 한 취준생은 "명절 때 친척들이 집으로 모이면 공부할 때 집중이 안 되고 취업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마음이 불편해져서 명절 대피소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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