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간호 지쳤다"…아내 20년 간호한 남편의 잘못된 선택

남궁소정 / 2019-07-30 21:30:22
70대 남편 "힘들고 자녀들에게 미안"…아내 살해
아내 20년 전 심장판막수술 받아…남편이 병간호
4월 담도암 말기 판정받고 대학병원 입·퇴원 반복

"내가 그랬소. 가망 없는 마누라 병 수발도 지쳤고 자식한테도 미안해서…."

지난 29일 오후 8시 15분께 부산 진구 양정동의 한 주택에서 아내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된 A(79)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고, 경찰차에 올라탔다.


▲ [UPI뉴스 자료사진]


30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A 씨의 아내 B(79) 씨는 20년 전 심장 판막증 수술을 받은 뒤부터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A 씨가 정년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는 아픈 아내를 데리고 병원을 오가며 정성껏 간호했다.

하지만 이식한 심장 판막이 수명을 다한 5년 전부터 B 씨의 건강 상태는 더욱 악화했다. B 씨는 심장 판막 재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고령인 탓에 5년 동안 수술 없이 합병증 치료만 받았다. 그러던 중 B 씨는 올해 4월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B 씨는 입원한 대학병원에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2차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B씨는 요양병원에 있기를 거부했고, 결국 자택으로 돌아왔다. A 씨는 집에서 B 씨의 병간호를 시작했다.

딸과 두 아들도 수시로 A 씨를 찾아와 병간호를 도왔다. 미혼인 막내아들(50)은 아예 집으로 들어와 병간호를 함께 했다.

담도암 말기 판정 이후 B 씨의 건강상태는 극도로 악화해 대학병원에 입원과 퇴원하기를 4차례 정도 반복했다. 이때부터 A 씨가 지치기 시작했다. 부산진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아내를 수차례 입원시키고 퇴원하는 일이 반복되자 힘들어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보는 것 또한 A 씨에게는 상당한 괴로움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A 씨는 자가 소유의 자택이 있고, 연금도 받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은 없었다"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 순간 잘못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녀들도 20년간 병든 어머니를 돌보면서 서서히 지쳐갔다. 이런 자녀의 모습을 보며 A 씨는 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A 씨는 지난 29일 오후 3시께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자녀에게 전화해 B 씨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전화를 받은 자녀가 놀라 119에 "어머니가 노환으로 숨진 것 같다"며 신고했다.

119와 함께 출동한 경찰은 목이 졸린 흔적을 확인하고 A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았다. A 씨는 "간호가 힘들고 자식들에게도 미안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30일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기 위해 B 씨 시신 부검을 실시하는 한편 A 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한 이후 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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