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문 연 데 없어 편의점으로"

오다인 / 2018-09-24 20:01:39
'나홀로' 사는 이들의 추석 풍경
540만 가구…2045년 810만 가구 추정

추석인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촌. 건물 1층에 즐비한 음식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한적한 길 위로 드문드문 나타난 사람들은 편의점으로 향하거나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발길을 옮겼다.
 

▲ 추석날인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구청 인근에 위치한 오피스텔촌. [오다인 기자]

 

마포구청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오피스텔 밀집 지역이다. 약 2년 전부터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오피스텔이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북쪽에는 방송국 등 대기업이 다수 자리한 상암동이, 남쪽에는 기업이 밀집한 합정동을 비롯해 연세·홍익·서강대학교 등이 가깝다는 게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추석 근무를 맡게 됐다는 오피스텔 경비원 A씨(68)는 "혼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다"며 "다들 집안에만 있는 건지 고향에 간 건지 어제오늘 동네가 조용하다"고 했다.

오피스텔이 막 들어서기 시작한 2016년 12월부터 오피스텔 1층에서 편의점을 운영해온 B씨(60)는 "추석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것도 비용이라 부모님 댁에 못 찾아뵙고 직접 나오게 됐다"며 "이따 저녁이나 새벽부터 바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B씨는 "상권 분석 이후 들어오긴 했지만 실제 운영하다 보니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바로 옆 소형 오피스텔에서 거주하고 있는 B씨는 "오피스텔 월세가 층수에 따라 50~60만원 정도인데다 주차비·관리비까지 더하면 매월 7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며 "만만찮은 월세를 감당할 수 있으면서 혼자 사는 분들이라 편의점 물건 가격을 두고 실랑이를 하려는 '진상' 손님들이 없다"면서 웃었다.

특히 B씨는 "손님 10명 중 8명은 여성"이라며 "대부분이 혼자 사는 20~30대 여성들이라 치안을 고려해 오피스텔에 들어오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추석 당일인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혼자 온 사람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다. [오다인 기자]


인근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은 C씨(30)는 "지난해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곳 오피스텔에 입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서 조용히 연휴를 보내고 싶어서 이번 추석에는 고향 집에 가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부모님이 섭섭해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용돈을 조금 보내드렸고, 부모님도 연휴만큼은 편안하게 보내라고 말씀하셨다"고 답했다.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D씨(31) 역시 "귀성길 교통 정체 같은 걸로 스트레스 받는 것도 싫고 굳이 명절에 맞춰 고향 집에 갈 이유도 없어서 혼자 보낸다"고 말했다. VOD를 통해 보고 싶었던 TV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는 게 유일한 연휴 계획이다. 그는 "요즘은 명절이라도 혼자 보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지방이 고향인 친구들도 지금 다 서울 집에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나오던 E씨(27)는 "음식점 문 연 데가 없어 (편의점에) 왔다"며 "가격도 괜찮고 맛있어서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향이 부산이라는 그는 "최근 직장을 옮겨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이때가 아니면 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서울에 혼자 머물기로 했다"고 했다.

▲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7'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 1인 가구가 남성 1인 가구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1인 가구는 70세 이상이 가장 큰 비중을, 남성 1인 가구는 30~39세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이렇게 추석 등 명절을 혼자 보내는 이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17'에 따르면 1인 가구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6년 전체 가구 중 가장 큰 비중(27.9%)을 차지했다. 현재 약 540만 가구가 1인 가구로 추산되며, 2035년에는 약 764만 가구, 2045년에는 약 810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1인 가구는 여성이 남성보다 다소 높게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인 가구는 만혼 및 비혼으로 인한 미혼 독신가구 증가, 이혼 및 별거로 인한 단독가구 증가, 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노인 단독가구의 증가로 향후에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가구 규모의 축소 경향은 전통적으로 부모와 자녀로 가족을 중심으로 설계된 정책을 1인 가구 등 가구 형태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정책으로 전환해 복합적인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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