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클레인에 헐린 청계천 공구거리의 '60년 역사'

정병혁 / 2019-01-14 21:00:24
▲ 14일 오후 재개발이 진행중인 서울 중구 입정동 세운3구역 상가들이 철거되고 있다. [정병혁 기자]

 

"드드드, 쾅쾅"

서울시내에 미세먼지가 가득차 뿌연 하늘을 보인 날. 청계천 공구상가에 도착했을 땐 이미 포클레인이 흙먼지를 내뿜으며 건물을 헐고 있었다.

 

노란 비닐과 공사장에서만 볼 것 같은 단단한 지지대들에 쌓인 건물들. 그렇게 부서지고 있던 곳은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우리나라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서울 청계천 공구거리다.

 

 

 

 


청계천과 을지로 일대, 지금의 세운상가 주변 골목에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상인들을 계속 밖으로 몰아내고 있어, 아파트를 짓는다고, 나는 이제 어디로 가…"

 

관수교 사거리에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 중인 청계천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계자가 서울시의 재개발 사업을 비판하며 호소했다.

이곳 세운상가 일대는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재임 시절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다.

재개발 사업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치고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정책이 바뀌면서 10년 넘게 진척이 없다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낡고 오래된 가게들을 허물고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비대위는 "공구 거리 소상공인들은 70여년 전부터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한국산업에 필요한 산업 용재 제품들을 판매해왔다"며 "작은 매장에서 2∼3세가 가업을 이어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공구 거리는 우리나라 공구의 메카이며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청계천과 함께 관광 장소로 자리를 잡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위는 "시는 공구 거리를 없애고 아파트를 짓겠다며 재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며 "건설사는 상인들이 퇴거하지 않아 공사하지 못한다며 수억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상인들은 청계고가 철거, 청계천 복원공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는데 서울시는 이제 장사를 그만두라는 재개발 사업을 하고 있다"며 "1만 사업자와 종사자 4만명, 가족 20만명은 생업을 잃고 거리에 나앉게 됐다"고 말했다.  

 

"청계천 상인과 가족의 생존권을 지켜줘야 한다", "서울시는 상인들과 대화에 나서고 상가입주 대책을 마련하라"는 비대위의 외침이 무너진 건물들 사이로 들려온다.

 

KPI뉴스 / 글·사진 정병혁 기자 jb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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